김우중(69)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귀국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김우중 측은 '화려한 금의환향'과 '당당한 재계 복귀'를 희망하는 분위기다.
***부인 정씨 관리중인 김우중 국내재산 수천억대**
우선 김 전회장의 부인 정희자씨가 8일 오후 유럽 모처를 향해 출국, 유럽에서 1주일 가까이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며칠 전 베느남 하노이를 떠나 제3국에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 전 회장과 유럽 모처에서 만나 마지막으로 귀국 상황을 점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씨가 김 전회장과 함께 귀국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기도 하다. 김 전회장의 핵심측근이던 백기승 전 대우그룹 홍보이사(현 유진그룹 전무)는 7일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15일을 전후해 귀국 일자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달내 반드시 귀국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부인 정씨는 김 전회장이 5년8개월간의 해외도피기간중 국내에서 법정투쟁 등을 통해 김 전회장의 '남은 재산'을 지키는 역할을 해왔다. IMF사태 발발전 서울과 경주의 힐튼호텔을 운영하는 대우개발 회장을 맡았던 정씨는 IMF사태 발발후 서울 힐튼호텔은 외국계에 매각했으나, 경주 힐튼호텔만은 끝까지 놓지 않고 경주 힐튼호텔을 운영하는 필코리아리미티드(옛 대우개발)의 주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씨는 또한 포천 아도니스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으며, 지난 3월초에는 차남 선협(36)씨가 이 골프장의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하고 있다. 아도니스 골프장은 고급 정원수와 조각물 등으로 골프장 가운데 한두 손가락안에 드는 초고가 부동산재산. 이들 재산만 해도 수천억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남동에 거대주택 짓고, 국내 최대로펌에 변론 맡기고...**
정씨는 막대한 재산을 바탕으로 김 전회장 복귀를 위한 제반준비를 치밀하게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 정씨는 김 전회장 복귀에 대비해 이건희 삼성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이 살고 있는 한남동에 거대한 규모의 새 집을 지을 계획이다. 한남동 새 집은 정씨가 지난 2003년 매입한 2백여평의 대지에 지을 예정으로, 정씨는 지난 1월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의 건축허가를 이미 받아놓은 상태다. 김 전회당의 옛집은 대우파산후 경매에 넘어가 팔린 상태다.
국내 재벌총수들이 운집해 사는 한남동에 정씨가 새 집을 짓는다는 것은 김 전회장이 귀국해 구속되더라도 곧 풀려나 왕년과 같은 경제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확신'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씨는 또 국내 최대로펌으로 수임료가 대단히 높은 ‘김&장 법률사무소’에게 변론을 위임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장측은 금주중에 공식 계약을 체결을 한 후 김 전 회장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대변하며 대외창구도 일원화할 계획이다. 수임은 사시 12회, 검찰내 핵심 요직으로 꼽히는 법무부 검찰1과장 출신으로 경기 성남지청장,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을 거친 거물급 변호사인 윤동민 변호사가 맡으며, 기타 베터랑 변호사들로 강팀을 구성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우중 사단, 회사 만들고 대대적 환영회 준비**
'김우중 사단'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김우중 재평가'를 통한 '김우중 재계 복귀'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과거 운동권출신의 386 대우맨들이 김우중 귀국 분위기를 잡은 데 이어, 이번에는 전직 대우 임직원들 모임인 대우인회가 8일 이사회를 소집, 대대적인 김우중 귀국 환영회 등의 행동지침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모임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우호적인 김우중 귀국 여론 조성외에 김 전회장이 귀국할 인천공항에서의 대대적 환영회 개최, 김 전회장 사면을 위한 5백만명 서명운동 등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일부 대우 임원들은 김 전회장의 재계 복귀에 대비해 이미 회사를 설립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김우중 컴백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김 전회장이 재계에 복귀할 경우 과거 대우그룹시절 김우중이 집무실로 사용하던 서울역앞 밀레니엄서울 힐튼호텔 23~24층에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옛 대우의 영광'을 재현하자는 발상이다. 대우개발 소유였던 밀레니엄서울 힐튼호텔은 99년 싱가포르계 투자회사에 매각됐지만 23∼24층만은 대우개발이 장기임대했으며 지금도 김 전회장 부인 정씨가 주인으로 돼 있는 필코리아리미티드(옛 대우개발)에서 관리중이다.
***김우중 사단의 노골적 협박, "잠 못 이루는 사람 많을 것"**
김우중 귀국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온 권력층을 향한 김우중 사단의 협박성 경고도 나오고 있다.
대우경제연구소장 출신의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7일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김 회장이 들어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며 “그분이 들어와서 여러 발언을 하게 되면 파장이 클 것이며 그래서 아마 잠 못 이루는 사람도 요새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단순히 그분 문제가 아니고 외환위기 과정이나 외환위기 후의 정부가 취했던 정책의 잘잘못도 아마 잘 밝혀질 것”이라며 “그분이 당시 전경련 회장을 하셨기 때문에 뒷얘기를 많이 알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발언은 노골적으로 과거 정치권과 DJ정부를 향한 위협성 발언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 전회장측은 그동안 일관되게 "김 전회장이 외국으로 나간 것은 도피가 아니라, DJ정부가 잠시 국내에서 벗어나 달라고 부탁해 들어준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또한 이같은 발언은 대우가 41조원의 분식회계를 통해 10조원의 사기대출을 받는 과정에 통치권을 물론, 금융계-정치권-관계 등도 연루돼 있어, 이 사실을 폭로할 경우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니 김우중 귀국 및 귀국후 재판과정에 김 전회장에게 불리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로도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김 전회장측은 검찰-정치권 등에 귀국을 타진하는 과정에, 공항에서의 '예우' 문제 및 8.15 사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도 하다. 김 전회장측이 정-재계에서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는 정경유착 폭로를 무기로 모종의 협상을 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 대목이다.
***국민 우습게 아는 '화려한 금의환향'**
김우중 사단의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그러나 정작 대우사태의 최대 피해자인 국민들은 염두에 두지 않은 오만한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우중의 팽창주의 경영의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됐다. 대우사태 발발후 국민이 공적자금 형태로 대신 떠맡은 부담금만 28조원에 달한다. 국민 1인당 6만원씩을 떼인 꼴이다. 이뿐이 아니다. 대우사태 발발로 깡통을 차게된 대우주식 보유 소액투자가를 비롯해,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쫓겨난 대우 직원 및 협력업체 직원들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우중 측은 모든 책임을 '네 탓'으로 돌리며, '화려한 금의환향'을 준비중이다. 법원은 이미 김우중 및 대우 임원에 대해 분식회계 혐의로 23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상태다. 한국의 사법부가 과연 '법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법률 상식을 지킬 것인지, 정치권이 과연 경제회생-국민통합 운운하며 김우중 사면론을 들고 나오지 않을지, 국민 모두가 냉철하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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