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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에 라칭거 독일추기경, ‘베네딕토 1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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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에 라칭거 독일추기경, ‘베네딕토 16세’

78세의 강경보수파, 개혁진영 "실망과 우려"

요제프 라칭거 독일 추기경이 2백65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베제딕토 16세를 교황명으로 사용키로 결정한 라칭거 신임 교황은 강경 보수 진영을 대표하고 있어, 가톨릭내 진보진영의 우려를 사고 있다.

***라칭거 독일 추기경 2백65대 새 교황에 선출, ‘베네딕토 16세’ 교황명 사용**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요제프 라칭거 독일 추기경이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전세계 10억 가톨릭 교인들을 이끌 2백65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라칭거 추기경은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정하는 전통에 따라 교황명으로는 베네딕토 16세를 선택했다.

이날 오후 6시 4분(현지시간)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인 콘클라베 이틀째 회의가 끝난 뒤 콘클라베가 열린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서는 흰 연기가 피어올랐으며 성베드로 대성당에서도 교황 선출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라칭거 추기경은 이어 베드로 대성당 앞 바티칸 광장을 메운 수만명의 군중 앞에 성당 발코니의 자주색 커튼을 제치고 모습을 드러내 이탈리아어로 “형제자매들이여, 위대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추기경들이 주의 일터에서 일하는 어리석고 보잘것없는 나를 선출했다”면서 “나는 여러분의 기도에 내 자신을 맡긴다”고 말했다.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순간부터 “교황 만세!”, “교황이여 영원하라!” 등의 환호성을 올리던 군중들은 라칭거 추기경의 축복에 “베네딕토! 베네딕토!”를 연호했으며 다른 추기경들은 라칭거 교황과는 다른 발코니에서 이러한 모습들을 지켜봤다.

***예상보다 빠른 선출, 4번만의 투표로 결정돼**

군중들은 특히 예상보다 빠른 교황 선출에 상당히 놀라면서도 매우 반기는 모습이다. 라칭거 추기경은 교황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추기경으로 점쳐져 오긴 했으나 그동안 일부에서는 보수-진보간 입장 차이로 인해 신임 교황이 선출되기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콘클라베가 시작된지 세 번째 회의에서 바로 교황이 선출됐다. 지난 2일 선종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을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전세계 6개 대륙을 대표하는 50개국, 80세이하의 추기경 1백15명이 18일부터 모여 투표를 한지 이틀만이다.

콘클라베에서는 오전 오후에 걸쳐 각각 2차례씩 투표를 하며 1백15명의 3분의 2이상을 얻어야만 교황으로 선출되며 이번 경우에는 4~5번의 투표만으로 선출된 셈이어서 지난 1백년 동안의 선거에서 가장 신속하게 결과가 나온 콘클라베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939년 콘클라베에서는 이틀째 세 번의 선거에서 교황이 선출됐으며 1978년에는 이틀째 4번의 투표만에 교황이 결정됐었다.

이같은 결과에 바티칸 라디오도 “이번 경우는 단지 24시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라며 “교황이 그렇게 빨리 선출된데 매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 독일의 한 추기경은 “이번 콘클라베에서는 4번째 투표에서 라칭거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신의 충견' 가톨릭내 초보수적 입장 대표해와, 과거 나치 전력 시비도 **

라칭거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됨에 따라 그가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가고 있다. 하지만 독일 뮌헨 교구 대주교 출신인 라칭거 추기경은 오랫동안 교황청의 신앙 교리를 담당하면서 요한 바오로 2세를 근거리에서 보좌해 왔다는 점에서 추기경들 중에서는 가장 많이 알려진 ‘준비된 교황’으로 일컬어져 왔다. 요한 바오로 2세의 교리를 철저히 추종한다는 의미에서 '요한 바오로 3세'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특히 요한 바오로 2세를 보좌하며 매우 엄격한 초보수적인 교리해석을 해와 ‘신의 충견’이라 불릴 정도로 가톨릭 내의 대표적인 보수 진영 인사로 꼽혀 왔으며 해방신학, 종교 다원주의, 여성 사제 서품, 사제 결혼 등 진보진영의 의견에 철저하게 반대해 왔다. 교계 내의 문제 이외에도 동성애와 이혼, 인간복제, 콘돔 사용, 혼전 성관계 등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엄격한 입장을 견지해 왔으며 정통 원리주의에 입각한 입장을 표방해 왔다.

그의 이러한 보수주의적 입장은 1951년에 사제 서품을 받은 뒤 1969년 레겐스부르크 대학 교수로 부임한 뒤 보수적인 신학 강의와 마르크스주의 비판으로 당시 대학가를 휩쓸던 68학생운동세대와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교황 선출과정에 과거 나치 전력 문제가 드러나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는 독일 나치의 청년 조직인 ‘히틀러 유겐트’에 가입했었고 항공기 엔진을 만들던 BMW 공장의 방공포 부대에 근무했었다. 그는 그러나 가톨릭 신학교 공부를 이유로 히틀러 유겐트 대원 시절에는 훈련을 면제 받았으며, 방공포 부대에서도 손가락에 생긴 염증으로 연합군 항공기에 방공포를 발사한 적은 없었다고 부인해 왔다.

***엄격한 교리 해석 이어갈 듯, 국제문제 적극적 중재 나설 가능성도**

한편 그는 78세의 고령인 점에 비춰 재임 기간이 그다지 길지 않다는 점에서 이러한 초보수적인 입장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새로운 분위기를 불러일으키기보다는 요한 바오로 2세의 노선을 그대로 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그가 자신이 사용할 이름으로 베네딕토를 선택함으로써 국제적인 문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려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베네딕토란 ‘축복’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로 그에 앞서 베네딕토 15세는 1914년부터 1922년까지 재위해 1차 세계대전 분쟁국들 사이에서 화해를 위해 노력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베네딕토 15세는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재가 성공하지는 못했으나 바티칸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라칭거 추기경이 베테딕토 16세라는 이름을 선택한 것은 바로 오늘날의 국제 질서에서 바티칸의 중재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혁진영에서는 실망과 우려**

한편 새 교황이 탄생한 데 대해 전세계 주요 인사들은 환영의 뜻을 표했다. 특히 그의 고향인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위대한 세계적 신학자인 그는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을 자격이 있는 분”이라며 “전 독일의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커다란 지혜와 지식을 갖추고 하나님께 봉사하는 분”이라며 환영을 표했고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따뜻한 축하를 보내며 고귀한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기를 충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톨릭 개혁운동을 벌여온 진영에서는 라칭거 추기경이 선출된 데 대해 적지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해방신학을 '공산주의'로 규정할 정도로 극우적 성향이 짙기 때문이다. 그의 선출로 가톨릭의 보수성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현재도 교세가 줄어들고 있는 가톨릭이 보수적인 교리 해석으로 더욱 많은 신자들이 떠나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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