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중국전역에서 전개된 일제불매운동 및 반일시위에 이어 '전국민에게 보내는 제안서' 형식을 빌어 "5월 한달을 일제불매운동의 달"로 선언한 중국 네티즌들의 반일운동에 일본경제가 벌써부터 타격을 받는 양상이다. 13억 거대시장을 무기로 한 '중국의 힘'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중국 쇼크'로 일본의 중국관련기업주가 무더기 하락**
11일 일본의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도쿄증시에서는 중국에서 반일시위가 확대되는 데 따른 경계감으로 철강, 해운, 상사, 유통, 건설기계 등 중국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들 철강업체 등은 중국경제의 고성장에 따른 높은 수익력으로 그동안 오름세를 보여왔으나, 시장의 예상밖으로 중국의 반일감정이 높은 데 따른 위기감에서 이날 시장에서는 개장 초반부터 팔자 주문이 쏟아져나왔다.
일본의 대형증권사는 이와 관련, "중국에서의 반일운동이 일본기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투자가들이 중국관련 기업의 선물을 앞다퉈 팔고 있다"며, 향후 증시의 바로미터인 '선물'의 무더기 매각을 볼 때 중국관련주의 하락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했다. 또다른 은행 자금운영자는 "이번 주가 하락은 심리적 측면이 강하다"며 "중국관련기업을 필두로 신경질적 매도가 일어나고 있다"라고 전했다.
결국 이날 도쿄증시는 중국관련주의 약세로 전날보다 1백29엔 11전(1.09%) 하락한 1만1천7백45엔64전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도쿄증시에서는 수출관련주에서부터 내수관련주가 1천3백종목 가까이가 하락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수출관련주뿐 아니라 내수관련주의 중국시장 의존도도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수관련주 가운데 상당수는 인건비가 싼 생산거점으로서 중국을 생산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데다가 유통-전기 등의 경우 소비확대를 기대하며 중국시장으로의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은 까닭에, 중국에서 반일운동이 확산될 경우 기업의 수익력이 낮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2일 개장한 증시에서도 중국관련주들은 맥을 못추고 있으며, 증시전문가들은 일제불매운동이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5월까지 이들 중국관련주의 약세는 계속되며 일본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세계의 모든 국가와 기업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중국시장에서 일본제를 대체할 제품이 부지기수인만큼 13억 중국인민이 '일제불매운동'을 장기화할 경우 일본이 입게될 타격은 치명적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게이단렌 진화 나섰으나 日기업들 위기감 확산**
이처럼 시장의 위기감이 커지자, 우리나라의 전경련에 해당되는 게이단렌(經團連)의 오쿠다 히로시(72) 회장은 이날 서둘러 시장 불안심리 진정에 나섰다.
오쿠다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반일시위에 대해 "판매에의 영향이 순간적으로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좀 시간이 지나면 조용해질 것"이라며 "일본 대기업은 중국에 진출할 때 이런 위험을 당연히 각오한만큼 어떤 경우에도 중국에서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번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한듯 "해결은 대단히 어렵겠지만 지속적으로 대화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고이즈미 총리가 나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해, 우회적으로 고이즈미의 외교실패를 비판하며 중-일 정상회담의 조기개최를 위해 총리가 적극 노력해줄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게이단렌 회장의 이같은 진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에 진출해 있는 1만7천여개의 일본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1일 일본의 최대경제지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기업들은 주말의 반일시위 및 일제불매운동 확산에 대해 긴장하며 주재원의 안전확보를 비롯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온 그룹의 경우 지난 10일 반일시위가 광둥성의 광저우시와 선전시에서 발발하자 '쟈스코' 점포 2곳의 영업을 중단했다. 이토요카당(堂)은 쓰촨성에서 반일활동단체가 주말마다 반일시위를 벌이기로 했다는 첩보를 입수, 사실관계 확인을 서두르고 있다.
12일 <지지통신>에 따르면, 미쓰비시 중공업과 미쓰비시 전기는 11일 문서를 통해 중국현지 주재원들의 외출을 금지시켰다. 미쓰비시 그룹은 미쓰비시 중공업 회장과 그룹산하 연구소인 미쓰비시 총합연구소의 고문이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공식후원자로 등록돼, 중국인들의 표적이 된 대표적 극우그룹이다.
이밖에 도시바와 마쓰시다 전기산업 등도 직원들에게 불요불급한 중국 출장 중지를 지시하는 등 대다수기업이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다.
또한 중국의 격렬한 반일시위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본여행사들은 일본인들의 중국여행 취소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여행사의 경우 일본인 유학생들이 린치를 당한 상하이로 가려던 두 팀의 여행이 손님들의 잇따른 취소로 백지화됐으며, 다른 여행사들도 비슷한 사태를 맞고 있어 일본관광업계를 울상짓게 만들고 있다.
***'새역모' 지원기업 무더기 이탈**
'새역모'의 왜곡교과서 제작을 물질적으로 후원해온 기업들의 이탈도 본격화되고 있다.
3월말까지만 해도 3백7명에 달하던 '새역모'의 후원자 숫자는 11일 현재 2백97명으로 10명이 줄어들었다. 이들 10명의 이탈자는 아사히맥주, 일본타바코, 히노자동차판매(주), 츄카이제약(주), 토쿠야마 등 예외없이 기업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현재 새역모 후원자중 기업인 숫자는 1백명. 이 가운데 10분의 1이 며칠새 무더기 이탈한 것이다. 특히 중국의 반일시위가 중국 전역으로 확대된 10일 3백1명이던 후원자 숫자가 다음날인 11일 2백97명으로 줄어들어, 새역모 후원 기업인들의 이탈은 앞으로 더욱 가속을 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약삭 빠른' 새역모 후원기업들의 속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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