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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北 "핵융합 반응 성공"…'핵능력 커진다' 강력 경고

수소폭탄 개발 가능한 기술…신빙성 여부는 '갸우뚱'

북한이 핵융합 반응을 성공시켰다고 12일 주장했다. 북한 핵문제에 국제사회의 눈이 다시 쏠리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인용해 "조선(북한)의 과학자들이 핵융합 반응을 성공시키는 자랑찬 성과를 이룩했다"면서 "핵융합의 성공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조선의 첨단과학기술의 면모를 과시하는 일대 사변"이라고 밝혔다.

통신은 이어 "핵융합 기술은 인류가 이상으로 여기는 새 에네르기(에너지) 개발을 위한 최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하나로서 '인공 태양' 기술이라고도 한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또 "조선의 과학자들은 핵융합 기술을 우리식으로 개발하기 위한 투쟁을 벌여왔다"면서 "수많은 과학적 기술적 문제들을 100% 자체 힘으로 해결함으로써 마침내 핵융합 반응에 성공했다"고 했다.

이어 "이 과정에 우리 식의 독특한 열핵 반응장치가 설계 제작되고 핵융합 반응과 관련한 기초 연구가 끝났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조선에서 핵융합에 성공함으로써 세 에네르기 개발을 위한 돌파구가 확고하게 열렸으며 나라의 최첨단 과학 기술 발전에서는 새로운 경지가 개척되었다"고 자평했다.

북한 핵융합 기술 단계는 '물음표'

▲ 지난주 중국 방문 당시 김정일 위원장 ⓒ로이터=뉴시스
이같은 보도가 나오자 북한의 주장을 믿을 수 있는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상당한 돈이 드는 핵융합에 성공했는지 등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핵융합 에너지가 악용될 경우 수소폭탄으로 발전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미국으로서도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거운 핵물질이 연쇄 분열하면서 에너지를 내는 원리의 핵분열과는 반대로, 핵융합은 가벼운 물질이 합쳐지면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기술이다.

북한은 이미 90년대 말~2000년대 초반부터 핵융합 연구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기술이 검증되지는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도만으로는 북한이 어느 단계까지 왔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이제 막 기초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이춘근 박사는 "핵융합을 하려면 고온, 고압이 필요한데 그걸 가능하게 할 만한 용기(容器)가 없다"며 "그래서 플라즈마 핵융합이란 걸 시도하는데 그게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돈이 굉장히 많이 들고 안전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북한의 안전장치나 제반 시설이 열악하기 때문에 핵융합 상태를 얼마나 지속시켰는지는 미지수"라며 "(보도가 사실이라면) 아마 지속시간이 1초 이하인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북한의 핵융합 실험이 수소폭탄 개발로 악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수소폭탄을 개발하려면 실험을 여러 번 해야하는데 북한으로서는 어렵다"면서 "(실험하면) 주변 지역이 다 날라가는데, 북한 내에 실험할 곳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박사는 핵실험 이후 2년 만에 수소폭탄을 개발한 중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투자와 기술 수준에 따라 수소폭탄이 만들어질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는 않았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은 우리가 못 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실험실 수준이나 설비 쪽은 우리가 좋지만 무기 쪽은 북한 기술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의 한 고위국자는 북한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반응이었다. 고위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핵융합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고가의 시설이 필요한데 이런 시설이 북한에 있다고 보고됐거나 감지된 게 없다"면서 "비밀리에 이런 시설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보도가) 터무니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핵융합 발전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산하의 이터(핵융합실험로)라는 국제기구에서 미국, 유럽연합(EU),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 전 세계 최고의 기술국가들이 모여 추진 중인 사안"이라면서 "실험에 필요한 시설을 건설하는 데만 51억 유로(약 7조 3700억 원)가 소요되고 실험 성공 자체도 50년 후에 가능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의 핵융합 반응이 수소폭탄 등의 무기 개발로 연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이런 가능성을 면밀하게 관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의도 짙은 주장

북한 주장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관심은 북한이 이같은 발표를 한 정치적 의도로 모아지고 있다. '우리를 방치하면 핵 능력만 커진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냄으로써 6자회담과 평화협정 문제에서 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한 노림수가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은 최근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6자회담 재개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중국을 통해 전달했지만 회담 재개를 천안함 조사와 연계한 한미 양국의 강경한 입장에 막혀 있다"며 "핵융합 카드를 꺼내 한미 양국을 압박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어 "시기적으로도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를 1주일 가량 앞두고 나왔고 24~25일에는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예정되어 있다"며 "핵융합 카드를 통해 상황 반전을 노리고 있을 법한 일정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정일 방중과 핵융합 성공 주장,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이어지면서 한반도를 둘러 싼 국제 외교가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11일 갑작스럽게 중국을 방문해 김정일 방문 결과와 향후 대응을 논의했고, 이용준 외교통상부 차관보도 13일 미국으로 가 한미간 현안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 핵융합 기술이란

핵융합은 수소 원자에 높은 온도와 압력을 가하면 물질이 서로 결합해 제3의 원소로 변화되는 것을 이용한 기술이다. 이 원리를 사용하면 핵분열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발생한다. 태양열 에너지도 이 원리를 사용하지만 수소폭탄도 같은 원리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인류에게는 축복과 동시에 재앙이 될 수 있는 기술이다.

현재 미국, 러시아 등 핵 보유국이 배치하고 있는 핵무기들은 일반 핵폭탄이 아닌 수소폭탄이다. 현재 실전 배치된 수소폭탄 중 가장 강력한 것은 20MT(메가톤)의 파괴력을 갖고 있는데 이것은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의 파괴력인 15KT(킬로톤), 25KT(킬로톤)의 100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것이 평화적으로 쓰일 경우 온실가스 배출도 없고 방사성폐기물 발생도 상대적으로 적은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수소에너지를 상용화하는 데에는 한 나라가 단독으로 투자하기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고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국제기구를 갖춰 여러 나라가 투자하는 형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인공태양' 기술을 2040년까지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2007년 10월부터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등 7개국과 함께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개발기구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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