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1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공식선언함에 따라, 일본과 독도-왜곡교과서 문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우리정부도 구체적 대응 마련에 착수했다.
***정부여권, 일본 안보리 상임이사국 저지 기류 급확산**
우리 정부는 그동안 "안보리 개편은 민주성, 대표성, 효율성이 강화되는 방안이 채택돼야 한다"는 원칙만 제시했을 뿐, 일본의 진출 시도에 대한 공식적 입장 표명은 자제해왔다. 하지만 독도-왜곡교과서 문제를 계기로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고, 정치권에서도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분출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정부의 보다 분명한 입장정리를 압박하는 분위기다.
우선 여권의 대통령후보이자 각료인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이 21일 공식적으로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리에 표명했고, 독도-교과서 파문 발발이후 '대일 공격수'로 나선 정동영 통일부장관도 마찬가지 입장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 장관은 이에 앞서 지난 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의장 자격으로 '신 대일 독트린'을 발표하며 "일본은 이웃나라의 신뢰를 먼저 얻는 것이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지도적 국가로서 존경받는 첫걸음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저지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도 22일 비공개 브리핑을 가진 자리에서 "안보리 개혁이 상임이사국을 늘리는 방향으로 합의가 된다면 상임이사국이 되는 국가는 지역 국가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중국 등 주변국과의 연대 성사가 관건**
현재 유엔에 제출된 안보리 개편안은 두가지다.
첫번째 안은 현재 5개국으로 구성된 상임이사국을 11개 국가로 늘리는 대신, 새로 늘어난 6개국에는 거부권을 주지않는 방식이다. 또한 2년 임기의 비상임이사국은 현재 10개국에서 13개국으로 늘리도록 하고 있다. 6개의 새로운 상임이사국은 아시아 2개국, 아프리카 2개국, 유럽 1개국, 미주대륙 1개국 등으로 배분될 예정이다. 현재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인도, 유럽에서는 독일, 미주에서는 브라질이 'G4그룹'이라는 이름아래 사실상의 연합전선을 구축한 상태다.
두번째 안은 상임이사국은 기존 그대로 유지하고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 사이에 8개국으로 구성된 4년 임기에 연임이 가능한 준상임이사국을 신설하도록 돼 있다. 준상임이사국은 거부권을 갖지 못하며 아울러 비상임이사국은 1개국이 늘어난 11개국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두 가지 안 가운데 상임이사국은 변동이 없되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 사이에 8개의 '준상임이사국'을 신설하는 두번째 안을 지지했었다. 이는 일본의 '준상임이사국' 진출까지는 눈감아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현재 첫번째 안을 적극 선호하고 있으며,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21일(현지시간) "(상임이사국이 6개국 늘어날 경우) 아시아 지역에 할당되는 2개국 가운데 하나는 당연히 일본이 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일본을 향해 지원사격을 때림으로써, 첫번째 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독일, 브라질, 인도도 21일 일제히 오는 6월까지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혀, 첫번째 안을 선호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두가지 개편안 가운데 일본이 상임이사국이 되는 첫번째 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농후하며, 따라서 우리 정부는 조만간 찬성이냐 반대냐를 분명한 선택해야 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이럴 경우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부정적인 여론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중국 등 주변국과의 연대 성공 여부가 일본과의 외교전쟁의 성패를 결정할 절대변수가 될 전망이어서, 향후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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