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4대강 범대위)'는 7일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굴암리 일대의 단양쑥부쟁이 대체 서식지 2곳을 현장 조사한 결과, 총 2656개체의 단양쑥부쟁이가 말라 죽은 현장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대체 이식을 실시한 지 한 달여 만에, 멸종 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가 대규모 고사된 것이다.
4대강 범대위는 "현장 조사 결과, 아직 살아 있는 단양쑥부쟁이 중 대부분도 말라 죽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며 "인근 자생지에서 자라는 단양쑥부쟁이와 비교해 발육 상태가 양호한 개체는 102개체에 지나지 않아, 이식된 3만6000개체 중 0.28퍼센트만이 제대로 살아남았다"고 밝혔다.
▲ 대체 서식지로 이식된 단양쑥부쟁이가 대규모 말라 죽은 현장이 7일 확인됐다. ⓒ4대강범대위 |
▲ 인근 자생지에서 자라고 있는 단양쑥부쟁이의 모습. ⓒ4대강범대위 |
이번처럼 대규모로 멸종 위기 식물이 고사한 현장이 확인된 것은 멸종 위기종 보호에 관한 법률 조항이 만들어진 199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단양쑥부쟁이는 세계 유일의 희귀 식물이자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 위기 야생 식물 2급'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주군 남한강 일대에서만 발견되고 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여주군 일대의 단양쑥부쟁이 자생지가 훼손됐다는 논란이 일자, 이들 중 대부분을 대체 서식지로 이식해 보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발표 직후에도, 환경 전문가와 환경단체 사이에서는 "이식이 능사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모래와 자갈이 섞여 물이 잘 빠지는 지역에서만 살 수 있는 단양쑥부쟁이의 까다로운 생육 조건 때문에, 비교적 환경이 유사한 곳으로 이식한다고 해도 배수와 물 흡수 정도 등의 조건이 바뀌면 고사될 위험이 있다는 것.
4대강 범대위는 "정부가 4대강 공사를 강행하기 위해 타당한 검증조차 없이 단양쑥부쟁이를 대체 서식지로 이식했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대규모 고사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대체 서식지는 자생지와 자연 환경이 비슷한 곳에 조성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인공 화훼 농장에 단양쑥부쟁이를 이식했다"고 지적했다.
강천면 굴암리 일대에 조성된 대체 서식지는 잔디를 재배하던 개인 농장에 자갈과 모래를 약 30센티미터 높이로 쌓아올려 평평하게 만든 '인공 이식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굴암리에 조성된 대체 서식지의 모습. ⓒ4대강범대위 |
이식 과정에서 단양쑥부쟁이 6만여 개체가 사라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4대강 범대위는 "지난달 9일과 10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이식 작업 결과, 약 3만6000개체의 단양쑥부쟁이가 옮겨 심어졌으나, 공사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애초 채취된 단양쑥부쟁이는 총 10만여 개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6만여 개체가 이식 과정에서 관계 기관에 아무런 보고도 없이 불법적으로 사라졌다는 얘기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4대강 범대위는 "(단양쑥부쟁이 자생지에 대한) 불법적인 공사 사례가 밝혀지고, 대체 서식지마저 졸속으로 추진된 것이 확인된 이상, 지금 당장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4대강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된다면 멸종 위기종이 계속해서 죽어가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4대강 범대위는 지난 7일 멸종 위기종을 훼손하고 직무를 유기한 책임을 물어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 공사 관계자 6명을 야생동식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이만의 환경부 장관 등 2명을 직무유기죄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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