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과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단양쑥부쟁이 훼손에 대한 현장 조사를 위해 바위늪구비를 찾았다. 일부 언론은 단양쑥부쟁이 생육지 파괴에 대한 논란으로 이곳의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고 보도했지만, 공사는 언론 보도 이후 단 하루 중단되었을 뿐, 이날 오전부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진행되고 있었다.
▲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강천1리 도리섬에 위치한 '바위늪구비' 습지. 포클레인 등 공사 장비가 지나간 흔적이 마치 흉터처럼 벌판에 새겨져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
▲ 세계 유일의 희귀 식물인 단양쑥부쟁이가 서식하는 바위늪구비 습지에 4대강 사업 공사를 위한 중장비가 들어서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
'몰살 위기'에 놓인 '세계 유일' 단양쑥부쟁이
공사 현장에 들어서자,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 2급 단양쑥부쟁이 서식지'라는 알림판이 가장 먼저 방문객들을 맞았다. 남한강 유역의 대표 습지인 바위늪구비는 213만9000제곱미터 규모로, 단양쑥부쟁이를 비롯해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과 삵의 흔적이 발견되는 곳이기도 하다.
단양쑥부쟁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되는 멸종 위기종으로, 충주댐 건설 이후 대부분 생육지가 수몰되면서 현재 남한강 바위늪구비 일대에서만 발견되고 있다. 그런 이곳이, 정부의 '남한강 살리기 사업 6공구' 구간으로 포함돼 둑과 자전거길, 산책로, 마루 등이 조성될 계획이다.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 위기종인 만큼, 단양쑥부쟁이 보존을 위한 정부의 방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환경영향평가서에서 "단양쑥부쟁이 집중 분포지 중 샛강 조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훼손되는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을 원형 보존토록 한다"고 명시해 놓았다.
그러나 공사는 이 평가서와는 달리, '불가피하게 훼손되는 지역'인 샛강 조성 구간 이외에도 습지 전 구역에서 진행됐다. 이 같은 상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자,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5일 "단양쑥부쟁이는 원형대로 보존 중에 있다"며 "단양쑥부쟁이 군락지는 이중 금줄 및 표지판을 설치해 보존 중에 있으며, 보존 대책을 마련한 후 공사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남한강 살리기 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명시된 공사 구간. 이 보고서에는 샛강 조성을 위해 불가피하게 훼손할 수밖에 없는 없는 구간의 단양쑥부쟁이는 대체지로 이식하고, 나머지 생육지는 원형 보존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 조사 결과 바위늪구비 습지 구간 전체가 파헤쳐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환경운동연합 |
그러나 현장을 방문한 여주환경운동연합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단양쑥부쟁이 군락지'라며 금줄을 쳐 놓은 구간 이외에도, 공사 현장 곳곳에 단양쑥부쟁이가 산발적으로 서식하고 있지만, 여기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함께 현장을 방문한 다른 관계자는 "언론 보도가 나기 전인 4일 이곳을 방문했지만, 그 때 당시에는 보존을 위한 금줄도, 표지판도 전혀 없었다"며 "논란이 일자 수습용으로 내놓은 보여주기식 대책일 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이중 금줄이 쳐 있는 단양쑥부쟁이 군락지를 홍희덕 의원과 환계단체 관계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
'졸속' 환경영향평가조차 무시한 4대강 공사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환경운동연합 김종남 사무처장은 "짧은 기간 동안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된 환경영향평가 자체도 졸속이었지만, 공사는 이러한 환경영향평가조차 무시한 채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에서 불가피하게 훼손되는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을 원형 보존토록 한다"고 밝혔다. '훼손이 불가피한' 샛강 조성지의 단양쑥부쟁이의 경우, 유사 환경으로 이식해 보전하겠다는 대책 역시 발표됐다.
▲ 남한강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명시된 단양쑥부쟁이 보존 계획 ⓒ환경운동연합 |
그러나 이날 현장 조사에서 한국수자원공사 박성순 강천보 건설단장은 "원형 보존되는 단양쑥부쟁이 생육지는 전체의 구간의 13퍼센트"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에도 관련 내용을 문의했지만,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자체 확인한 단양쑥부쟁이 분포지역 9만3000제곱미터 가운데 13퍼센트인 1만2500제곱미터만 원형대로 보존하고, 나머지 87퍼센트는 인근 대체지로 옮겨 심을 계획이다. '대부분의 지역을 원형 보존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막상 공사가 시작되자 뒤바뀐 셈이다.
이에 대해 여주환경운동연합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공사가 환경영향평가서와 전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문서상 분명히 '보존 구역'으로 되어 있는 곳에 공사가 진행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원형 보존' 계획 무시…'이식'이 대책될 수 없어
단양쑥부쟁이의 이식에 대해서도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단양쑥부쟁이는 모래와 자갈이 섞여 물이 잘 빠지는 지역에서만 살 수 있는 생육 조건이 까다로운 식물"이라며 "아무리 환경이 유사한 곳으로 이식한다고 해도, 배수와 물 흡수 정도 등 생육 환경이 바뀌면 한 순간에 멸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역시 "환경영향평가서와 달리 원형 보존 구간이 대폭 축소되고, 군락지만 보존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며 "국회에 돌아가 이 문제를 계속 논의하고 대책을 강구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4일 "단양쑥부쟁이 등 멸종위기종에 대한 정부의 대처와 복원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환경부 장관을 직무 유기로, 한국수자원공사 및 현장 공사 관계자를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및 기타 멸종 위기종 관련 법률 위반으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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