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러시아에서 오는 5월9일 열릴 예정인 '제2차 세계대전 승전 60주년 기념 행사'에 불참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을 비롯한 세계의 지도자들이 거의 다 참석하는 이번 행사에 일본만 불참하겠다는 것은 러시아에게 더없는 결례인 동시에, 일본이 2차대전 패전에 대해 승복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가능하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국회 바빠 러시아에 못가"**
고이즈미 총리는 10일 "현재로선 참석할 의사가 없다"면서 "행사 당일은 2분기 의회 회기 일정과 겹치며 평일이기 때문에 (참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이유는 핑계에 불과할뿐, 실제 속내는 2차대전 패전에 대한 '쓰린 감정'과 러시아와의 북방 4개섬 반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데 대한 불만 토로라는 게 러시아측 관측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국회가 열린 기간에도 여러 차례 부시 대통령을 만나러 미국을 가는 등 외유를 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격노**
러시아의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11일 일본 총리의 방러 거부는 해결되지 않은 영토 분쟁때문이며 러시아 당국은 (반러 감정을 표현하는) '외교적 처사'로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일본 의회가 지난달 말 정부측에 4개 섬 반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측과 적극적인 협상에 나설 것을 주문했으며, 일본 정치권은 "영토 문제에 러시아의 양보가 없다면 우호적인 양국 관계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아르투르 칠린가로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부의장은 일본 총리의 불참 의사가 알려지자 "유감스러운 일이며 비난을 불러올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미하일 그리샨코프 두마 안보위원회 부위원장은 "일본 정치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러시아는 일본 총리가 오지 않더라도 잃을 게 없으며 이날은 큰 기념일이자 어느 누구도 행사를 망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왜곡 역사교과서를 계기로 한국과 중국의 강한 반발을 사는 동시에, 이번에는 승전기념식 불참을 계기로 러시아와도 관계가 급랭하며 일본이 동북아에서 고립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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