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8.15 경축식장에서 숨진 육영수 여사는 문세광의 총이 아닌 경호원 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과학적 분석결과가 나와, 일파만파의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이같은 분석은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정보통신전자공학)팀이 지난달 28일 SBS TV의 '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팀의 요청에 따라 당시 녹화된 비디오와 총성이 녹음된 테이프를 사용, 총소리를 분석한 결과 나왔다. 이같은 분석결과는 12일 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육 여사, 경호원이 쏜 네번째 총알에 사망"**
배 교수는 11일 당시 사건현장에서 녹화된 방송장면을 통해 총소리를 분석한 결과 "육영수 여사는 문세광의 왼쪽 뒤편에 있던 경호원이 문세광을 저지하기 위해 쏜 총알에 피격된 것"이라고 밝혔다.
배 교수는 "1974년 8월15일 8·15경축식장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하기 위해 문세광이가 쏜 총소리는 모두 4발이었고, 나머지 3발은 경호원들의 총에서 들린 소리였다"며 "경호원들이 쏜 총은 네번째, 여섯번째, 일곱번째였는데 네번째로 쏜 총소리 직후 육영수 여사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네번째 총소리는 뛰어나오면서 총을 쏘고 있는 문세광을 저지하기 위해 후방 좌측 5~10m거리에 배치된 경호원의 총에 의해 발사된 총소리라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첫번째 총소리를 '0'초로 계산할 때 네번째 총소리가 (첫 총성후) 6.91초경에 들렸는데, 문세광이 처음 3발을 발사할 때까지 아무런 움직임없이 자리를 지키던 육 여사는 네번째 총성후 약 0.17초 이후인 7.08초부터 총격으로 인한 미동이 시작돼 오른쪽으로 넘어지는 것을 볼 때 이 탄환에 맞은 것이 틀림없다"고 밝혔다.
육 여사는 당시 현장에서 네번째 총탄을 우측 머리에 맞고 쓰러져 절명했다.
배 교수는 또 "문세광이 쏜 세번째나 여섯번째 총탄은 객석과 연단과의 거리, 소리의 속도 등을 종합해 계산해본 결과 육여사가 맞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 이건우씨의 1989년 '양심선언' 내용과 일치**
이같은 분석결과는 1974년 저격사건 발생 당시 서울시경 감식계장으로 재직하다가 수사요원으로 현장검증에 참여했던 이건우씨가 1989년 월간 <다리>지와의 인터뷰에서 "육 여사는 절대로 문세광 총탄에 죽지 않았으며 이 사건이 숱하게 은폐되고 조작됐다"고 주장했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다.
당시 이 계장은 "탄흔에 기초할 때 문세광이 쏜 1탄은 오발, 2탄은 연단, 3탄은 태극기, 4탄은 천장에 맞았다"며 "육 여사를 숨지게 한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이 가나 지금은 밝힐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 이 계장은 그러나 '숨지게 한 사람'이 누군지는 밝히지 않고 1999년 10월 타계했다.
이 계장은 하지만 인터뷰에서"현장검증도 하기 전에 이미 청와대 경호실에서 탄두를 수거해 갔다"고 밝혀, 육 여사 피격과 청와대 경호실이 연관이 있음을 시사했었다.
***당시 정부발표와 정면 배치**
육 여사가 경호원 총에 사망했다는 배 교수의 분석결과는 그동안 정부의 수사결과 발표와 정면배치되는 것이어서, 앞으로 고의은폐 또는 정치암살 논란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지난달 20일 외교부는 박정희 대통령 저격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당시의 상황을 기록한 3천30여쪽 분량의 방대한 외교문서를 공개했다.
당시 수사발표에 따르면, 문세광은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제29회 광복절 기념식 행사장인 국립극장 뒷자석에 앉아 있다 허리에 차고 있던 스미스 웨슨 38구경 리볼버 권총을 꺼내 들다 방아쇠를 잘못 당겨 자신의 허벅지에 관통상을 당하게 된다. 문세광은 그러나 좌석사이의 통로로 나와 연단으로 돌진해 두 번째 총탄을 발사했고 이는 박정희 대통령이 기념사를 읽던 연설대 왼쪽 편에 맞았다. 그는 계속 권총을 발사했고 세 번째는 불발탄, 네 번째는 육 여사의 우측 머리를 명중시켰다. 그는 다섯 번째 마지막 발을 발사했으며 이는 연단 뒤 게양된 태극기를 맞췄다.
그러나 실제 수사결과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문세광의 권총은 총 5발이 장착되는 총이었으며 이 가운데 한 발이 불발탄으로 권총 약실 안에 남아있어 문세광은 모두 4발을 발사한 것으로 결론났다. 나머지 3발 가운데 한발은 박종규 당시 청와대 경호실장이 문세광을 겨냥하다 빗나가 합창단원 장봉화양을 맞춰 장양이 사망했다고 밝혀졌을뿐, 나머지 2발을 누가 쐈는지는 그동안 밝혀진 바 없다.
이에 그동안 재야 등에서는 육 여사 피격 사건을 둘러싸고 30여년간 숱한 의혹이 제기됐었으며, 단순한 오발 은폐 의혹을 넘어서 심지어 일각에서는 박정희 정권내 일부세력이 정권연장 작전 또는 정치암투 과정에 육 여사를 희생양으로 삼은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었다.
따라서 배 교수의 이번 분석으로 인해 육영수 피격 미스테리는 과거사 진상규명의 최우선 대상으로 급부상할 게 확실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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