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협정과 이른바 '문세광 사건' 등 최근 일련의 현대사 외교 문서 공개와 관련해 한나라당이 '음모론'을 제기하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서 공개를 통해 '육영수 여사 피살 미스테리'가 증폭되는 등 상황이 과거 정권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
***김덕룡 "역사의 정치적 이용은 용서받을 수 없어"**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최근 정부가 민감한 현대사 관련 문서를 잇달아 공개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들의 알권리 충족을 위한 통상적인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일부 언론과 학계를 중심으로 그 정치적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될 것"이라고 말을 꺼냈다.
김 대표의 이같은 주장은 문세광 관련 자료가 공개된 후 '육영수 여사 피살 미스테리'가 제기된 대목을 일컫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대표는 또 "일각에서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과거사 관련 협상을 여당에 유리하게 조성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밝히기도 하고, 일본과 수교 협상에 있는 북한에 유리한 입장을 줘서 북한을 6자회담에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아니냐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역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보려는 기도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고 용서받을 수도 없다"고 경고한 뒤, "문서 공개를 통해 국제관계가 얼마나 냉혹한지, 그리고 한 나라의 존엄과 권위를 지키기 위해 국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역사 속에서 보고 반성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김 대표는 "한나라당은 현대사를 제대로 조명하고 미래로 나가기 위한 원동력이 되도록 당당히 대처할 것"이라는 말해, 이같은 주장이 역사 규명 회피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
*** 임채정 "과거사 청산은 박근혜가 정치하기 이전부터의 화두"**
이처럼 한나라당이 과거 외교문서 공개와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과 관련, 열린우리당은 "과거사 정리라는 역사적 문제에 정파적 이해를 연계하는 것은 우리를 옹졸하게 보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임채정 의장은 이날 집행위 회의에서 "과거사를 청산하고자 하는 것은 어느 정파, 어느 개인을 정치적으로 곤경에 빠뜨리자는 의도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 의장은 "과거사 정리는 특정인이 정치적 위치에 오르기 훨씬 전부터 나온 우리시대 과제이자 화두이므로 어느 시점에서 특정인의 입장에 견주어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큰 역사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논리에 특정정파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치부하는 것은 우리를 너무 왜소하게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혹시 그 과정에서 손익이 생길지 모르지만 결코 우리 입장은 옹졸한 게 아니다. 필요하면 개인적으로는 (박 대표를) 옹호라도 하겠다"고 말해, 재차 정부 여당의 과거사 정리 노력이 한나라당을 겨냥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임 의장은 또 박 대표가 "누구의 딸로 바라보지 말아달라"며 착잡한 심정을 밝힌 데 대해선, "그분대로 갖는 절실함이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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