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로 단식 96일째가 되는 지율스님이 공개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겉으로 보기에도 건강 상태가 심각해 보인 지율스님은 서초구 서초동의 수행공동체 정토회로 거처를 옮겨 단식을 계속하기로 했다.
***지율스님 정토회관으로 거처 옮겨 단식 계속**
법륜스님(정토회 지도법사), 도법스님(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이수일 전교조 위원장, 박영관 도롱뇽소송인단 대표 등은 30일 오전 서초구 서초동 정토회관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지율스님이 정토회관으로 거처를 정해 계속 단식을 하기로 했다"며 "더 늦기 전에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가 지율스님의 요구를 수용해 스님을 살릴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토회 법륜스님은 "1백일 가까이 사실상 홀로 단식을 진행하던 지율스님을 공개된 장소로 모셔야겠다는 생각에서 스님께 정토회관으로 거처를 옮길 것을 간곡히 부탁드렸다"며 "처음에는 단식을 계속하더라도 병원에서 하시라고 부탁드렸지만, 스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셔서 정토회관으로 거처를 정한 것"이라고 지율스님이 장소를 옮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지율스님은 정토회관에서도 단식을 계속할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륜스님은 "현재 스님께서는 이미 고별인사를 하시고 마지막 길을 떠난 것"이라며 "스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요구 사항을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스님이 단식을 중단할 길은 없어 보인다"고 답답한 상황을 설명했다.
법륜스님은 "스님이 워낙 정신력이 강한 분이기 때문에 절체절명의 위기 상태는 아니지만, 건강이 최악 상태인 것은 확실하다"며 "단식을 오래 진행하다보면 단식을 중단하더라도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는데 스님이 지금 그런 상태"라고 스님의 근황을 전했다.
지율스님은 '아무 할 말이 없다'며 기자들을 만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으나, 기자들의 요청으로 스님의 모습과 기거하는 방만 일부 언론에게 공개가 됐다. 스님의 건강은 보기에도 최악의 상황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호소문 발표, "지율스님 살려달라"**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지율스님을 살려주십시오'라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이 발표돼 분위기를 숙연케 했다.
이들은 "사람들은 인간으로서 상상하기 어려운 1백일 가까운 지율스님의 단식을 보며 이제 남은 것은 '죽음'뿐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부도 지율스님이 죽더라도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듯 갈 때까지 가보자며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아픔을 달래주고, 억울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간절한 호소와 염원을 뜨거운 가슴으로 받아 안아야 할 참여정부가 처음의 약속을 어기고, 공약을 파기하면서 스님의 애절한 호소를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죽음의 지경으로 내몰고 있다"고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를 질타했다.
이들은 "스님의 요구는 단 하나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해달라는 것"이라며 "토목공사는 진행하되 발파공사를 3개월간 보류하고 그 기간동안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자는 것이 그토록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냐고 정부에 반문했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결단은 국민들 마음의 불신과 절망을 화합과 희망으로 만들 것"이라며 "짓밟힌 약속과 불신으로 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다면 이 정부는 국민의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정부로, 절망과 아픔을 심어주고 국민을 분열시킨 정부로 후대에 남게 될 것"이라고 마지막 촉구와 경고로 호소를 끝맺었다.
***"지율스님 잘못 되면 그 상처와 상실감 어떻게 감당하려고..."**
도법스님은 "정부는 국민들의 간절한 열망을 들어야 한다"며 "만약 지율스님이 잘못 될 경우 국민들이 갖는 상처와 상실감은 엄청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율스님이 잘못되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한 국가나 그 사회가 과연 온전한 삶을 살 수 있는 곳인지 또 그 구성원들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근본적 회의와 부정을 남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이런 심각환 상황에 우리가 직면해 있음을 정부와 국민들이 자각해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전교조 이수일 위원장도 "21세기 어느 문명국가에서 환경문제로 생명을 걸고 1백일이 넘는 단식을 전개하는 곳이 있겠느냐"며 "만약 스님이 잘못됐을 때를 상상하면 끔찍하다"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 위원장은 "만약 스님이 잘못된다면 국제 사회에서 문명 후진국으로, 야만국으로 낙인찍힐 것"이라며 "국민 성원으로서 얼마나 부끄러울지 생각해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이라도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스님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대로 방치한다면 이후 불행한 사태의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