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순익 1백억달러 클럽'에 등극했다는 14일 소식에 특히 일본열도가 큰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전자가 소니를 제쳤다"는 소식에 출렁였던 일본이 이번에 받은 충격은 가히 '삼성 쓰나미'라 부를 정도로 커 보인다.
일본의 간판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5일 '삼성, 1조엔 이익의 충격'이란 사설을 통해 "일본 전기업계, 이대로 침몰할 것인가"라고 일본 전자업계를 질타할 정도로, 일본이 받은 충격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니혼게이자이>는 특히 1997년 IMF위기 당시만 해도 순이익이 1천2백40억원으로 결코 우량기업 반열에 끼지 못했던 삼성전자가 지금 와서 내로라하는 굴지의 일본기업들 가운데 도요다 한군데만 간신히 맞설 수 있는 세계적 기업으로 급성장한 과정에 경악감을 드러냈다.
일본의 최대발행지인 <요미우리(讀賣)신문>도 이날 삼성전자 기사를 경제면 머리기사로 보도하며 삼성이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IT(정보기술)기업중 세계 최고의 순이익을 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는 삼성이 작년에 낸 이익은 일본 최대의 전기.전자메이커인 마쓰시타(松下)전기산업을 비롯, 히타치(日立)제작소, NEC, 도시바(東芝) 등 일본 상위 메이커 10개사의 순익을 합친 것의 배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니와 후지쓰(富士通), 미쓰비시(三菱), 오키(沖)전기 등 일본 10대 메이커의 작년 순이익 합계는 삼성전자 혼자서 벌어들인 순이익의 절반수준인 5천3백70억엔에 그쳤다.
이같은 일본언론의 보도는 일본이 받은 충격이 얼마나 큰가를 입증하는 동시에, 앞으로 일본기업들이 대대적 '삼성 타도 공세'에 나설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삼성이 눈앞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부단한 기술개발 등을 통해 약진을 계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사설 전문이다.
***삼성, 1조엔 이익의 충격**
한국 삼성전자의 2004년 결산은 순이익이 10조원(약 1조엔)을 넘었다. 이 액수는 미 인텔사를 뛰어넘어 정보기술(IT) 관련기업에서 세계 최고수준. 좋은 업적은 반도체와 액정 등에 대한 집중투자의 결과이나, 리스크(위험)를 두려워해 투자를 게을리 한 일본의 전기업계를 따돌린 삼성의 빠른 진격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일본의 전기업계는 이대로 침몰할 것인가. 디지털 가전에서 세를 과시해온 국내(일본) 전기업계도 삼성의 전략적 경영에서 배울 점이 많다.
삼성에 따르면, 2003년 결산에서 순이익이 1백억달러를 넘은 기업은 세계에 9개뿐이며, 제조업에서는 도요다자동차뿐이다. 삼성전자가 그 뒤를 따른 것이다. 순이익 1조엔이란 마쓰시타(松下)전기산업과 도시바(東芝), 히타치(日立)제작소 등 일본의 전기업계 대형메이커의 순이익을 모두 합쳐도 따라갈 수 없는 수익력이다. (삼성전자) 주식의 시가총액도 약 6조5천억엔에 달하고 있다. 국내 전기업계 최대기업인 마쓰시다의 시가총액이 4조엔으로,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제조업체 가운데 삼성전자에 맞설 회사를 말하라면, 도요다뿐이다.
삼성전자는 한국이 통화경제위기(IMF사태)에 빠진 1997년에는 매출이 23조원, 순이익은 1천2백40억원에 불과해 결코 우량기업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살아남기 위해 인원 감축과 사업정리를 단행, 장래성이 없다고 판단한 34개 사업을 매각 등으로 정리하고 반도체와 액정, 휴대전화에 경영자원을 집중시켰다. 그것이 그후 약진으로 이어졌다. 오너색채가 강한 경영자가 선두에서 리스크 있는 투자를 과감히 했기에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삼성의 강력한 리더십과 신속한 결단은 일본 경영자들이 배워야 할 것이다.
버블(거품)경제의 붕괴후 일본의 전기업계는 리스크를 두려워해 반도체 투자는 당장 필요한 정도만 하고 액정과 샤프는 약간 확장하는 정도였다. 장래성 있는 상품의 발굴과 집중적 투자는 디지털가전 정도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삼성은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투자를 확대해 일본의 대형 전기회사를 위협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전략적으로 손을 잡는 회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세력이 있는 삼성을 비즈니스 파트너로 삼는 것은 이해가는 일이나, 일본의 업계에게도 반전을 기대하며 전략적 공세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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