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통터널을 반대하며 10일로 단식 76일째를 맞고 있는 지율스님의 건강이 극도로 안 좋아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율스님은 10일 나빠진 건강에도 불구하고 천성산 홈페이지에 자신의 심경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지율스님, "70일 허기를 견디고 나니 절망이 보이지 않더라"**
지율스님은 "모름지기 중은 칭찬할 덕도 비방할 허물도 없어야 한다 했는데, 세상에서 길을 잃고 보니 발길 닫는 곳마다 형극의 길이었고 마음 닫는 곳마다 애증의 길이었다"며 "그 과정에 조석예불을 잊었고 부처님이 말씀하신 중도를 버렸다"고 그 동안의 마음의 갈등을 털어놓았다.
그는 "벗들도 머리를 돌리고, 마음은 갈등하고, 몸은 야위고 어쩌다보니 인고의 자리까지 떠밀려 왔다"며 "그러나 천성의 늪가에서 맺었던 언약을 위해 따라 걸어왔던 길 끝에는 꿈에 그리던 부처님 그늘과 쫓던 구름과 바람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난 4년 동안 날이 선 단두대 아래 한 몸이 둘로 나뉘는 찰나의 순간을 기억하며 항상 긴장하며 동지와 적, 사랑과 분노, 꿈과 현실, 칭찬과 비난 등 모든 것이 둘이었다"고 고백한 뒤, "70일의 허기를 견디어 내고난 후 내가 가져가야 할 둘의 절망이 갑자기 보이지 않게 됐다"며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글을 맺었다.
***지율스님, "내 단식은 환경과 생명에 대한 시대적 성찰을 촉구하는 것"**
지율스님은 10일 힘겨운 목소리로 이어진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어제 처음으로 한의사가 다녀갔다"며 "내 몸 상태를 스스로 잘 알기 때문에 혹시 어떻게 되기 전에 내가 하고 있는 단식의 진정한 의미를 알릴 필요성을 느꼈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글을 남긴 이유를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정부를 압박하고 이 문제에 소극적인 시민․사회단체를 비판하기 위해 단식을 시작했지만, 이제 이 단식은 나 스스로 또 환경과 생명을 경원시하는 우리 시대 모든 이들의 성찰을 촉구하는 수행일 뿐"이라며 "혹시 내가 잘못됐을 때 이것이 정치적인 의미로 포장되는 것을 경계하는 뜻에서 글을 남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단식 70일이 경과할 즈음에 청와대에서 찾아오고 있다"며 "그 분들에게 일관된 내 원칙과 의지를 밝히면서도 가슴이 참 아프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 4년간 나라고 잘 못한 게 왜 없었겠느냐"며 "청와대나 정부 탓만 할 일이 아니라는 게 최근의 내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마음속에서 들리는 목소리들이 여전히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모든 게 예정된 대로 갈 것이고, 나는 한번도 희망을 버린 적도 없고, 이 일이 나쁘게 마무리될 거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걱정 안 해도 된다"며 애써 밝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우리들 대신 환경과 생명에 대한 속죄 의식을 치르고 있는 지율스님은 지금 76일째 스스로와 또 세상과의 싸움을 외롭게 진행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