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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최선’ 외교, 언제까지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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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최선’ 외교, 언제까지 할 건가

<기자의 눈> 지진해일 무사안일-주러대사관 외교비 유용 등 위기

외교부 수난 시대다. 정부업무평가에서 제일 낮은 점수를 받더니 남아시아 지진해일 피해대책과 관련해 거센 질타를 당하고 있고 이제는 러시아 대사관의 외교비 유용 문제로 외교부 홈페이지는 마비 상태다. 하지만 이런 위기상황에서 외교부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국민들이 기대하는 ‘상황 인식’과는 동떨어져 있다.

***외교부 홈페이지 마비 상태**

7일 현재 외교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외교부를 질타하는 수천건의 네티즌들 글로 빼곡하다. 이 글들이 옳고 그르고를 따지기 전에 그 내용을 살펴보면 외교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차분하게 지적하는 글도 있는가 하면 감정을 못 이겨 ‘격한’ 단어를 사용한 글도 있다.

이러한 사태를 촉발한 직접적인 계기는 물론 지난달 26일 발생한 남아시아 지진해일 사태와 이에 대한 정부의 일련의 대응 모습이다.

재외국민 보호문제에서 국민들의 ‘시각’과 외교부의 ‘시각’은 너무 달랐다. 특히 태국 푸껫 등지에서 우리 국민의 사망-실종이 20명에 달하고 아직도 1백24명에 달하는 신변 미확인 국민이 있지만 외교부의 대응은 너무나 수동적이라는 평가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물론 외교부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외교부 영사과 직원들은 지진해일 발생 이후 거의 매일 밤을 24시간 철야 근무를 돌아가면서 하고 있고 태국 현지에 나가 있는 외교부 직원들도 매일 실종자 가족 지원과 사망자 수색 작업, 현지 복구 작업 등으로 어려운 나날을 보냈다. 국민들의 질타에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그렇지만 외교부가 국민들이 왜 이런 모습들을 알아주지 않고 질타하고 비난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되돌아봤을까 생각해보면 답답할 수밖에 없다. 외교부 직원들을 보면서 드는 단상은 ‘나름대로 최선’이란 어구 사용을 남발하고 있다는 느낌뿐이다.

***외교부의 ‘나름대로 최선’ 외교, 국민들에게는 ‘그들만의 최선’ 외교로..**

태국 푸껫에서의 무성의한 정부 대처 모습을 꼬집은 모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한 외교부 직원은 “문제의 한쪽 면만을 보고 지나치게 편파적으로 보도한 것이 아니냐”며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부상자와 실종자 가족 입장에서는 정부 모습에 불만이 있을 수 있고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는 있지만 정부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적극 대처했고 하고 있다”면서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비난 받아야 하지만 방향을 정해서 보도하는 것은 책임있는 언론 자세가 아니다”는 게 그의 해명이다.

하지만 과연 외교부의 이러한 하소연이 얼마나 국민 가슴에 와 닿을까. 국민들이 외교부에, 정부에 바라고 있는 것은 이러한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한 외교부 관계자는 개별여행객 파악은 어렵지 않냐는 자세를 보였지만 태국 현지에서 한국인들이 많이 묵고 있는 ‘게스트 하우스’ 등을 돌아다니며 조금만 발품을 팔면 대체적인 윤곽이 나올 만한 사항이었다. 실제로 이렇게 집계한 결과 최소 51명의 개별여행객이 사고 당시 푸껫에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서기도 하며, 이들중 상당수가 '연락 두절자'로 사실상의 '실종자'가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케 하고 있다.

정부는 또 한국인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푸껫 인근 피피섬에는 태국 정부의 한 달간 접근 금지로 가지 못했으며 이는 지켜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항변했지만, 일본 외교부 관계자와 구조대는 들어가지 못한다던 피피섬에 들어가 일본인 희생자를 수습하고 있었다.

국민들의 눈에 이것이 어떻게 비쳐지겠는가. ‘우리 정부는 그 나라의 방침을 잘 따르고 있구나’라고 이해를 하겠는가. 오히려 왜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처럼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냐며 비판할 것은 자명하다.

*** 반 외교의 “올해, 국민과 함께 하는 외교 원년” 선언 지켜질지...**

안타깝게도 외교부의 이런 자세와 ‘나름대로 최선’ 화법은 오늘 내일의 아니다. 오래전부터 익히 지적되고 시정되길 질책하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비근한 예로 지난해만 하더라도 고 김선일씨 사망 사건에서 외교부가 보여준 대처 모습들은 국민들에게 자괴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김선일씨 사망 조사는 결국 ‘유야무야’로 끝나고 말았지만 국민들의 뇌리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근본이유는 차치하고 대처과정에서의 외교부 모습에 큰 실망감을 느꼈었다.

최근 드러난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의 외교활동비 술값 유용 사건은 이에 비한다면 ‘웃으며 넘어갈’ 일일지도 모르겠다. 국민들은 술값 유용 사건 정도는 탈도 많고 일도 많은 외교부에 또 하나의 해프닝이 터졌구나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외교부는 그렇게 생각해선 안된다. 지난해 말 외교부가 43개 각 부처에 대한 업무 평가에서 최하 점수를 받은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올해 시무식에서 “민주주의 국가의 외교는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바탕으로 해야 하며, 외교정책의 고객은 국민인 만큼 대 국민 서비스 마인드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하며 올해를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 원년’으로 삼을 것을 제안했다. 2005년이 ‘외교부가 국민과 함께했던 외교 원년’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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