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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적대 의존'…'외부의 적'으로 권력 다지는 南·北·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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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적대 의존'…'외부의 적'으로 권력 다지는 南·北·日

韓·日, 선거 앞두고 '북풍 카드' 만지작…北에선 '남풍'

한국과 일본 사회에서 북한이란 무엇인가. 6월 지방선거와 7월 참의원 선거를 각각 앞둔 한국과 일본의 정부가 '북한=악당' 이미지를 이용한 표모으기에 돌입한 양상이다.

우선 한국의 집권 세력은 천안함 사고가 북한과 연계됐다는 인식이 유포되면서 급격히 악화된 대북 여론에 힘입은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북 관여정책을 펴 온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구원(舊怨)을 풀어보겠다는 듯 대북 강경 대응을 본격 주문하고 나섰다.

사실상 실행 불가능한 '대북 보복' 주장, 결국 선거용?

지난 25일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천안함 침몰 원인에 따라 "국가적으로 매우 어렵고 중대한 결단을 잇달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도 16일 "사건의 책임이 북한으로 밝혀질 경우 정부가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중대한 결정'이란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황을 가정한 뒤 나온 말인 만큼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비쳐지지는 않는다. 다만 중대한 결단에 준하는 '정신적 결단'을 주문하는 등, 즉각적인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먼저 심리적인 변화다. 안보의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조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우리는 국방 안보에 대해 비상한 경각심을 가지고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지난 10여 년 동안 북한의 위장평화 공세에 취해 안보 태세가 흐트러지고 정신적 무장해제가 된 측면은 없는지 돌아보고 다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국회 국방위에서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도 "지난 10년 정권의 안보불감증이 오늘의 사태를 불렀고, 우리 군의 나사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나라당은 이렇게 천안함 사고를 지난 정권의 국방·외교 정책 실패로 간주하면서 실제로 지난 정권 당시 변화된 정책을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 국방백서에의 주적 개념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세트'로 등장하는 게 대표적이다. (☞관련 기사 : '천안함 北 도발' 노림수는? 보수 숙원 사업 해결용 '성동격서')

그러나 아직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데다가 청와대와 국제사회가 여전히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대북 응징'은 슬로건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런 만큼 전작권 환수 연기, 주적 개념 부활 요구 등은 결국 6·2 지방선거를 앞둔 국내정치용 구호가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보수 유권자를 결집시키는데 북한만큼 좋은 '지렛대'는 없기 때문이다.

日 민주당, 납북자 문제 '만지작'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에서도 북한 카드가 오르내리고 있는 눈치다. 나카이 히로시(中井洽) 일본 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은 이번달 초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방일을 성사시킨데 이어 KAL기 폭파범 김현희의 방일도 추진하고 있다.

▲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북한에 의한 납치의 전모와 해결책 in Seoul' 세미나를 찾은 나카이 히로시 일본 납치문제 담당상 ⓒ연합뉴스
나카이 위원장은 대북인권단체들이 주관하는 제7차 북한자유주간 행사 참가차 25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방한해 한국 정부와 김현희 방일에 대해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는 한국 정부가 '황장엽 살해조 침투 사건' 등을 거론하며 김현희의 방일 허용을 꺼리고 있어 "이번 방문 성사는 여의치 않을 것 같다"고 27일 밝혔다.

하지만 김현희 방일이 무산되더라도 북한 문제에 관한 한 일본 정치인들의 이념 스펙트럼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는 나카이 공안위원장의 '활약'은 선거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집권 민주당이 북한에 단호하지 못하다는 여론을 불식시키고 자민당 등 야당들의 '반북 표몰이'에 밀리지 않겠다는 계산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네티즌들의 여론만으로 보자면 이제 일본에서도 납치 문제가 득표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카이 위원장이 김현희의 방일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이것이 선거를 앞둔 퍼포먼스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포털 사이트 <야후 재팬>의 한 네티즌은 "김현희 방일은 단순한 쇼"라며 "민주당의 참의원 선거 응원용이다"라고 비꼬았다. 또 "민주당이 김현희를 부르는 건 뭔가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닐까 의심스럽다"며 "불러도 결국 핵심에는 닿지 못한 채 돌아가 버리지 않냐. 경비 낭비다"라고 비난했다.

자민당 정권 시절이던 지난해 3월에도 일본 정부는 김현희와 납치 피해자 가족들의 만남을 적극 주선해 대형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지지율이 바닥으로 치달은 아소 다로(麻生太郞) 살리기 '정치쇼'라는 비난을 받았다. 일본인 납치자 요코타 메구미(横田めぐみ) 씨의 아버지마저도 당시 한 TV 인터뷰에서 "(김현희의 등장이) 납치 문제를 진전시킬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부의 적 이용한 권력다지기'는 北도 마찬가지

한국과 일본의 위정자들이 '외부의 적'인 북한을 악마화하면서 권력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북한 역시 같은 원리로 체제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악마화의 대상은 물론 한국과 미국이다.

북한은 지난 17일 군사논평원의 글을 통해 외부적으로는 '천안함 사고를 우리와 연계시키는 건 날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부적으로 천안함 연루설을 차단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번 사고를 계기로 남쪽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반북 캠페인을 역이용해 김정일의 선군체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건군절'(북한 인민군 창설일) 78주년을 맞아 지난 24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중앙보고대회에서 북한 리영호 총참모장은 "남조선 당국자들과 군부가 북남관계를 언제 새 전쟁이 터질지 모를 최악의 파국 상태로 몰아가고 있으며, 미국은 남조선과 함께 우리를 선제공격하기 위한 핵전쟁 연습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리 총참모장은 "(남한과 미국이) 우리의 하늘과 땅, 바다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핵억제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침략의 아성을 흔적도 없이 날려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역시 25일 건군절을 맞아 정찰총국 지휘본부를 시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찰총국은 북한의 대남·해외공작을 담당하는 인민무력부 산하 조직으로,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해 북한의 개입 의혹의 중앙에 서 있는 곳이다.

지난해 2월 기존 인민무력부 정찰국을 확대 개편해 '정찰총국'으로 태어난 이래로 김 위원장의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부대 시찰 사진을 보면 김영철 정찰총국장(김 위원장 오른쪽 바로 옆) 등 북한 군부들은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삼각형 모양으로 서서 다 같이 박수를 치고 있다. 남한 내 대북 여론이 악화된 민감한 시기에 가장 민감한 장소를 방문, 박수를 치고 있는 모습은 계산된 제스처로 읽힌다.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제586군부대(정찰총국) 지휘부를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고(故) 김일성 주석의 98회 생일인 태양절(4월15일) 하루 전인 지난 14일에도 인민군 제567연합부대의 대규모 종합훈련을 참관하기도 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 종합훈련에서 "평양시 안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 당 무력기관·정권기관·사회단체·성 중앙기관 일꾼(간부)들, 과학·교육·문화예술·보건·출판보도 부문 일꾼들, 여러 군부대 지휘관들이 훈련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 훈련에 대해 "대외적인 무력시위 성격과 내부 결속 성격을 동시에 가졌다"고 분석한 바 있다. 많은 주민들을 데려다 놓고 '강한 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목적을 가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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