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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첸코 대선 승리,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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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첸코 대선 승리,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

재선거서 11%포인트 앞서, 최초의 친서방정권 출범

부정선거와 독살설 등 각종 우여곡절을 겪었던 우크라이나 대선 재투표에서 야당 후보인 빅토르 유시첸코가 결국 '오렌지 혁명'을 완수했다. 이로써 우크라이나에 처음으로 친서방정권이 탄생하게 돼 동구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 완성. 유시첸코 후보 대선 승리**

우크라이나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리들은 27일(현지시간) "야당 후보인 유시첸코가 대선 재투표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말했다고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이 보도했다.

90% 이상의 검표가 끝난 현재 유시첸코 후보는 53.97%의 득표율을 보여 42.25%에 머문 여당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후보에 11% 포인트 이상 앞서나가 승리를 굳힌 상태다. BBC는 그러나 "공식 결과 발표는 야누코비치 후보의 법적 소송 가능성으로 수일동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선거 결과와 관련, 유시첸코 후보는 이미 선거 승리를 공식 발표했다. 유시첸코는 "이번 선거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나라의 승리"라면서 "우리는 14년간 독립국가였다. 우리는 오늘 자유국가가 됐다"며 이번 선거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또 "오늘 우크라이나에서 새로운 정치가 시작됐다"면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위대한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또 수만명의 지지자가 운집한 수도 키예프의 독립광장에서 감사를 표하며 "공식적으로 선거 결과가 공표될 때까지 광장에 남아있어 달라"고 요청했다. 지지자들은 이에 오렌지색 깃발과 옷을 흔들며 "유시첸코 대통령"을 연호했고 오렌지색 깃발을 매단 자동차들도 경적을 울리며 축하행렬을 벌였다.

반면 야누코비치 후보는 아직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선거에서 패한다면 강력한 야당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야누코비치 지지기반인 동부지역은 패배 소식에 상당히 침통한 분위기에 빠져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유시첸코, 극심한 국론분열 치유해야**

이로써 유시첸코 후보는 지난 2달간의 극적인 선거 정국을 헤쳐나가 선거를 거머쥐게 됐다. 하지만 그로서는 선거 승리를 기뻐할 시간보다는 여-야로 동-서로 갈라져 극심한 국론 분열을 경험한 우크라이나를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 시급한 책임을 지게 됐다.

유시첸코 지지자 20만여명은 지난달 21일 실시된 대선 2차 투표에서 유시첸코 후보가 패배한 것으로 나오자 수도 키예프 독립광장에서 모여 부정선거 규탄 집회를 열기 시작했고 중앙선관위의 공식 발표가 이뤄지자 정부 청사 봉쇄 등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나서 국론분열의 시작을 알렸다.

대법원은 한편 야권이 제기한 선거무효소송을 받아들여 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선거 결과 공표금지를 결정했고 의회는 선거무효와 내각 불신임안을 결의 유시첸코를 지원했다. 반면 여권 지지지역인 동부의 도네츠크주에서는 자치공화국 수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결의하는 등 국가가 갈라지는 위기에 처했었다.

또한 재선거 합의가 이뤄져 이날 재투표가 치러지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도 유시첸코의 얼굴 변형이 독성 화합물인 다이옥신에 의한 약물 중독이라고 오스트리아 병원이 공식 발표하자 현 정권의 독살설이 설득력있게 제기돼 양측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었다.

***유시첸코, 서방과 가까운 관계 유지**

대선에서 승리한 50세인 유시첸코 후보는 1999년 12월부터 2001년 4월까지 레오니드 쿠츠마 현 대통령 아래서 총리를 지닌 정치인으로 총리 이전에는 6년간 우크라이나 중앙은행 총재를 지냈다.

그는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하면서는 우크라이나의 금융 시스템 개혁을 주도, 그동안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던 우크라이나 통화제도를 안정시켜 개혁세력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으며 미국 등 서방의 자금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서방과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그는 또 당시 러시아와의 채무 문제를 매끄럽게 해결하면서 상당히 큰 주목을 받았다.

총리직에서도 민주주의와 시장개혁을 과감히 추진, 경제를 정상화시키고 부패를 줄여 차기 대통령감으로 꼽혀 왔다.

그러나 쿠츠마 정권의 부도덕성이 불거지면서 2001년 의회의 내각 불신임안이 통과되고 쿠츠마 대통령은 동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기반을 두고 있는 산업세력의 지지에 등에 업고 그를 쫒아내자 유시첸코는 자신을 옹립하려던 자유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세력과 함께 '우리 우크라이나당'을 만들어 강력한 야당을 만들었다.

유시첸코는 또 미 국적을 가진 우크라이나계 카타리나 추마첸코 여사와 1993년 두 번째 결혼을 해 각종 의혹의 눈길을 받기도 했다. 추카첸코는 미 국무부와 백악관 등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우크라이나 최초 친서방정권 탄생, EU친화정책 예상**

친서방성향을 대표하는 유시첸코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우크라이나는 보다 더 강력하게 서방과의 관계개선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후 처음으로 친서방정권이 탄생하는 셈이다.

그동안 유럽연합(EU)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과 민주주의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워 왔던 유시첸코는 선거기간 내내 서방의 암묵적인 지지를 받아왔고 여당후보인 야누코비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부의 공개적인 지지를 받아왔었다.

미국은 이와 관련 선거부정으로 우크라이나 대선이 파행을 겪는 순간부터 "선거결과를 합법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선거가 실시된다면 어떤 외국의 영향도 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해 러시아에 경고성 멘트를 날리기도 했다. 미국으로서는 과거 소련 땅이었던 우크라이나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미국의 '세계 지배 이념'을 뿌리내리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에 우크라이나를 EU와 나토의 동진을 막는 '전략적 완충지대'로 간주, 친서방성향의 유시첸코가 당선될 경우 이 지역의 국익에 위협이 될 것으로 분석해 서방의 개입을 경고했던 러시아로서는 일정정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에너지 문제 등으로 러시아 무시할 순 없어**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급격한 '서방화'를 추진하는 데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시첸코 후보도 최근 "러시아는 전략적 중요 파트너"로 규정하고 당선되면 가장 먼저 러시아를 방문하겠다고 하는 등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어의 제2 공용어화와 이중국적 문제도 전향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은 27일 경제학자들의 말을 인용,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던지 간에 차기 대통령은 러시아와 EU 사이에서의 혼합된 경제(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어느 후보도 한쪽을 희생해서 다른 쪽을 선택할 여유는 없다"고 말했다.

즉 우크라이나는 최대 수출 교역국으로 EU의 중요성을 부인할 수 없으나 에너지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러시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투르크멘스탄으로부터 전체 가스 수입량의 80%를 얻고 있으며 석유는 러시아로부터 필요량의 90%를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IHT는"이러한 에너지 수급 불균형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발언권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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