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검찰은 24일 육군 장성진급 비리의혹수사와 관련 이미 구속돼 있는 중령 2명은 구속기소하고 준장 1명과 대령 1명을 불구속기소키로 했다. 군 검찰은 또 “진급대상자의 사전내정 사실을 대부분 확인했다”면서 “진급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며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한편 이번 비리의혹이 상부 지시없이 이뤄졌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아 이후 수사가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군 검찰 수사결과 발표 "사전내정 사실 확인"**
김석영 국방부 검찰단장은 이날 국방부에서 진급비리수사 관련 종합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차모 진급계장(중령)과 주모 인사검증위 간사(중령)를 구속기소하고 이모 인사관리처장(준장)과 장모 인사검증위 위원(대령) 등 2명은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위계공무집행방해, 공문서위조, 허위공문서작성,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용전자기록무효죄 등이다.
김석영 검찰단장은 또 “그동안의 수사결과 진급선발자의 사전내정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는 진급계장의 컴퓨터에서 진급심사전 52명의 명단이 작성됐고 이 인원이 전원 선발심사위원회에서 선발된 사실과 이런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행해진 (단계별) 다양한 여러 불법행위들을 통해 입증이 됐다”고 말했다.
***“단계별 다양한 불법행위”, 인사검증위 공문서 위조하기도 **
김 단장이 밝힌 단계별 불법행위에 따르면, 우선 사전내정자를 기준으로 병과별, 특기별 공석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이미 내정된 사람 가운데 소수병과 장교 등 9명의 진급이 사실상 결정됐다.
진급선발위원의 선정과정도 치밀한 분석하에 이뤄져 비리의혹을 지시한 측은 A 심사위원이 B 내정자에 대해 특정 논리로 추천을 반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 경우 진급간사는 진급심사과정에서 어떤 논리로 반박할 것인지에 대해 사전에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으로 인사검증위원회의 인사검증 절차에서도 내정자에게 불리한 자료 등은 삭제하거나 ‘자료활용부적합’ 판정을 내려 진급추천위 심의자료에 불리한 자료가 포함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진급심사위원들이 내정자의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들을 추천하도록 기망했다고 군 검찰측은 밝혔다. 누락된 사항에는 음주측정거부사실 또는 예산집행부적정으로 경고받은 사실들이 포함돼 있다.
진급실무자들은 또 공모를 통해 내정자들과 경합을 할 만한 경쟁력을 갖춘 대상자 17명에 대한 군 기관 자료들을 인사검증위 검증을 거친 것처럼 만들기 위해 인사검증위 문서양식에 비위사실을 기재하고 인사검증위 명의의 ‘자료활용적합’이라는 도장을 날인, 심의자료로 진급추천위에 제출해 심사위원들이 이들 자료들이 인사검증을 거친 것으로 만들기도 했다.
아울러 갑을병 3개 추천심사위 중 1개 또는 2개 위원회에서 추천된 23명중 사전 내정된 11명의 최종선발을 위해 음영표시 또는 비고란에 선발을 유도하는 내용을 기재한 심의참고자료를 선발위원장과 부위원장에게 제시, 사전내정자가 전원 선발되도록 유도했다. 사전 내정된 52명의 대령 가운데 갑을병 3개 위원회에서 모두 추천을 받은 사람은 총 41명이다.
군 검찰측이 제기한 불법행위 중에는 이밖에 사전내정자를 최종선발하기 위해 진급심사간에 간사 등 진급업무 관련자들이 진급위원들을 유도, 통제하는 상황이 담겨있는 CCTV 자료를 은폐 또는 파기한 사실 확인도 포함돼 있다.
***김석영 단장, “수사진행하며 내정 어렵지 않다는 점 납득”**
김 단장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본인도 처음에는 사전내정됐다고 해서 모두 장성으로 진급하게 됐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그러나 이런 일련의 단계를 거치면서 이러한 일들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을 납득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석영 단장은 이어 “유력경쟁자 명단을 작성하는 과정도 객관적 자료 점수에 의해 선발된 것이 아니라 다른 요소에 의해 선발됐다”며 “유력경쟁자 명단에 올라 최종적으로 진급한 사람 가운데 8명만이 진급심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점수환산 ‘근무평점’에서 가장 좋고 나머지는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장성진급 심사자료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지며 그동안의 군 생활 실적을 평가한 85점에 해당하는 '근무평점'과 군 지도자의 잠재역량을 평가하는 15점 만점의 '잠재역량평가'로 구성돼 있다. 김 단장은 또 “이같은 사항은 구체적인 물증으로 확인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황승호 검찰관, “진급과정, ‘보이지 않는 손’ 작용”**
김 단장과 함께 브리핑을 진행한 황승호 검찰관(육군 소령)은 진급비리수사와 관련 “진급업무를 매우 잘 아는 참고인은 육군 진급심사에 대해 ‘육군 심사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며 진급과정에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황 검찰관은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수사가 금품수수에 중점을 둔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면서 “진급이란 것은 군내에서 유일하게 성취감을 느끼는 시스템인데 그 과정에서 구조적 비리가 있다면 큰 문제라는 점에서 수사를 진행해 왔다”며 구조적 비리 가능성을 언급했다.
황 검찰관은 이어 단계별로 행해진 불법행위와 관련 구체적 사례를 적시했다. 우선 사전 내정된 대령의 음주측정거부사실을 단순 음주운전으로 넘긴 것과 관련 그는 “육군에서는 이러한 거부사실은 파렴치범으로 생각하므로 이것이 넘어가면 거의 진급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밝힌 또 다른 구체적 사례에 따르면, 지난해 진급이 상당히 유력했던 김 모 대령의 자료에는 인사관리처장이 선발위원장에게 보낸 “위원장님 경합시 공개를 요구합니다”라는 자료도 포함돼 있었다. 위원장이 자료를 가지고 있다가 진급내정자가 선발되면 그대로 가지고 있고 불리하면 김 대령에게 불리한 내용을 공개 진급내정자가 진급하도록 조치를 취했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이미 구속된 차 모 중령 수첩 사본에는 ‘00님 지시 000, 000, 000 中 2명 / 000, 000’라는 표시와 함께 앞 3명중 2명 진급시키고 뒤 2명 진급시키라는 지시가 적혀 있었으며 실제로 이들 4명은 모두 진급했다고 황 검찰관은 밝혔다. 황 검찰관은 이와 관련 “누구 지시인지는 수첩에 적혀있으나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남 육참총장 등 상부개입 여부 수사확대 목소리**
한편 군 검찰은 이번 수사결과 발표에서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의 혐의 사실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이와 관련 “핵심 역할을 한 사람이 거의 대부분 진술을 거부하고 있으며 인사관리처장 윗선에 대해서는 현재 정확히 나와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장성진급비리수사 관련 각종 의혹이 상부의 지시가 없으면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에서 결국 최종적으로는 남재준 총장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군 검찰 수사는 총장 수사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하게 제기돼, 군 검찰의 추후대응이 주목된다.
그는 또 대령진급 비리의혹 수사와 관련해서는 “현재로서는 어떻게 할지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면서도 “추후 검토하는 과정에서 수사진도 새로 보강됐으므로 할 수도 있다”고 수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윤광웅 국방, “인사권자 진급권 행사 한계 최초 법률적 해석”**
이번 수사발표와 관련해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그동안 이런 불미스런 일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다”고 대국민 사과를 한 뒤, “발표된 피의 사실은 앞으로 법원에서 법에 따라 공정하게 판결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현돈 국방부 공보관이 전했다.
윤 장관은 이어 “수사과정에서 나타난 진급제도상의 문제점은 국방부 차원에서 특별연구팀을 구성, 내년 상반기까지 심층검토해 보완 발전시키고 내년 후반기에는 새로운 제도를 적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의 의미에 대해서는 “투명한 시대로 바뀌면서 국군 창설이래 진급관련 수사라는 초유의 사태”라면서 “인사권자의 진급권 행사 한계, 범위 등 가이드라인에 대해 최초로 법률적인 해석, 정의를 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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