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은 LG카드에 대한 추가 출자전환 확정 마지막날인 20일 오후 추가지원 거부 입장을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 통보, LG카드 문제가 다시 안개속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LG그룹, LG카드 출자 거부**
LG는 채권단에 보낸 공문에서 "지난 11월25일 채권단의 LG카드 경영정상화 요청 공문을 받고 유동성 지원에 참여한 계열사 및 대주주에게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출자전환 가능성을 모색한 결과 이렇게 의견을 모았다"며 "이날까지 출자전환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계열사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LG는 "유동성 지원에 참여한 LG 계열사들은 출자전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시장원리와 맞지 않고 그동안 기업설명회 등에서 약속한 것에 저촉돼 경영투명성 및 신인도 저하, 소송제기 가능성도 우려된다"며 "따라서 채권단이 요청한 출자전환은 실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LG전자와 LG화학은 이사회 간담회를 통해 LG카드 증자참여에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채권단-금융당국 '당황'**
LG그룹이 이처럼 추가출자를 거부함에 따라 내심 LG그룹의 추가출자를 기대했던 산은 등 채권단은 적잖이 당황해하며 21일이나 22일중 채권단회의를 재차 소집, 대응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채권단은 지난 13일 회의에서 LG그룹이 증자에 참여해야 할 규모를 증자액 1조2천억원 가운데 7천7백억원으로 낮추는 절충안을 제시했었다. 채권단은 LG그룹이 증자에 참여할 경우 LG카드에 크레딧라인 1조원을 열어주고 조달금리를 7.5%에서 5.5%로 낮춰주기로 했다. 채권단은 이와 별도로 LG그룹의 출자가 어려울 경우 LG그룹이 보유중인 채권을 청산가치인 2천원대로 채권단이 사들이는 대안을 제시했었다.
또한 이날 회의에서는 LG그룹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LG카드의 청산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청산될 경우에는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LG계열사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었다.
금융감독원도 LG그룹의 출자 거부에 적잖이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금감원은 전날까지만 해도 LG그룹의 출자에 강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금감원의 이같은 기대감에는 현재 금감원이 LG카드 사태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어서, 자칫하면 사법처리 위기까지 몰리게 될 구본무 회장 등 LG그룹 오너들이 협상에 임하지 않겠냐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금감원은 외형상 LG카드 처리문제는 채권단이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나, 내심은 LG카드가 청산될 경우 금융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청산에 미온적이어서, LG그룹의 강력대응의 한 단초를 제공한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채권단과 금감원은 그러나 아직 LG그룹과의 협상 여지가 남아있다고 판단, 출자전환 최종한도인 연말까지 LG그룹과 추가협상을 벌인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양측간 줄다리기는 연말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는 측이 협상에서 지기 마련"이라는 협상공식을 볼 때, 채권단과 정부가 불리한 쪽에 선 것이 아니냐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