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차관보는 “북한이 모든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기로 합의하면 한반도의 현 정전협정을 다자간 평화협정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전향적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북한의 대응이 주목된다.
***美켈리 차관보, “북핵포기땐 정전협정 다자평화협정으로”**
켈리 차관보는 13일 워싱턴에서 <한국일보><코리아타임스>와 인터뷰를 갖고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북한에 어떤 종류의 안전보장이 필요한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에 다자 안전보장을 문서 형태로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으나 다자간 평화협정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언급은 처음으로 지난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대북안전보장 방안 수용 방침을 피력한 이후 가장 진전된 대북 협상안으로 분석된다.
켈리 차관보는 이어 “대북안전보장은 더 빨리 이뤄질 수도 있다”면서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하기 전에라도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개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이 모든 조치를 마친 후 미국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며 ‘말에는 말’, ‘행동에는 행동’이라는 개념이 살아있다”고 강조, 기존의 선 핵폐기 요구보다 상당히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같은 미측의 유화적인 태도와 관련 최근 외신들은 북-미 관계 소식통을 인용,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위한 고농축우라늄 제조를 시인하지 않더라도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을 확인하고 계획포기만 약속하더라도 이를 ‘완전한 핵포기’ 의사표시로 간주하기로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밖에 최근 북한의 반발을 고려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라는 용어 대신 ‘포괄적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고 ‘고농축 우라늄’(HEU)이라는 개념 대신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EUP)이란 말을 쓰기도 했었다.
미국은 아울러 최근 뉴욕에서 북한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북한에 제시한 핵심내용(토킹 포인트)을 별도 문서로 만들어 전달했으며 이 문서에서 미국은 ▲ 북한 핵문제를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 ▲ 4차 6자회담이 재개되면 미국이 3차회담에서 제시한 것보다 진전된 내용 협의 가능 ▲ 핵 문제가 풀리면 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 등 북한의 제반 관심사 포함 양국관계 정상화 논의 가능하다는 뜻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 곧 붕괴 생각 섣불러, 김정일 체제하에서 체제변환가능” **
켈리 차관보는 한편 이날 인터뷰에서 북한 체제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을 미친 사람 취급하거나, 북한이 곧 붕괴할 것으로 보는 것은 섣부른 생각”이라며 “북한은 김정일 체제하에서 체제의 변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나름대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발전을 모색하는 것은 이성적 리더십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북한은 지금까지 다른 길을 통해 삶의 질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을 알지 못했던 독특하고 이성적인 정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북한은 쳐들어오지도 않을 적을 대비해 방어자세를 취한다”면서 “북한에서 변화가 이미 시작됐지만 그 변화는 간헐적이고 유동적이며 북한은 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북, 6개든 12개 핵무기 있든 추상적 의미 핵무기 쓸모 없어”**
켈리 차관보는 북한 핵무기 문제와 관련해선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그러나 미국은 결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미국은 북한이 정확히 몇 개의 핵무기를 가졌는지 모른다”면서 “핵무기는 매우 정밀한 운반수단이 필요하며 6개가 있든 12개가 있든 추상적 의미의 핵무기는 쓸모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이 핵무기를 외국에 팔려고 할 경우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가상적 상황을 두고 말할 순 없다”면서도 “핵실험을 한다면 한국만이 아니고 13억 인구의 중국은 크게 실망할 것이고 우리는 그런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득실여부 미지수”**
한편 그는 ‘남북정상회담이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질문에는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2000년 6.15 정상회담은 세계적 이목을 끌었지만 훗날 그 회담이 덜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일들이 드러났다”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물론 정말 중대한 상황이 닥쳤을 땐 남북이 핵심적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면서도 “때문에 6자회담을 강조하고자 하며 한국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선택해 미국에 전한다면 그때 답을 할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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