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일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의 “정부의 '주한미군 지역역할' 찬성” 주장을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내년부터 바로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주한미군의 동북아지역 기동군화가 구체적 수순밟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당국자,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내년 협의”**
정부 당국자는 이날 긴급 비공식 브리핑을 갖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관련 지금까지 한미간 단 하나의 합의도 없고 구체적인 논의에 한번도 들어가지 않았다”며 “내년부터 미측과 비공개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국자의 이날 발언은 노회찬 의원이 이날 제4차 FOTA(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 사전준비회의자료와 회의록 등 추가자료를 공개하며 “정부는 주한미군 지역역할에 찬성해놓고 미국에 ‘주변국과 국민여론을 감안해 당분간 비공개로 유지하자’고 제안했다”고 폭로한 데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 나온 것이다.
이 당국자는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미측이 작년 초에 필요하다고 입장을 개진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노 의원 주장에는 사실 왜곡이 있으며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요컨대 정부방침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 “어떻게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을 가지고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느냐”며 “더욱이 주변국가에 상당히 위험할 뿐 아니라 외교적 지렛대를 약화시키는 일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국자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미측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한미상호방위조약 등을 검토하고 미국이 필요에 따라 움직일 때 우리와 사전협의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을 제안하면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연구검토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연기해 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공식적으로는 미측과 협의나 어떤 합의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전협의절차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확히 지켜지지 않으면 미군에 일종의 ‘면허증’을 줄 수 있는 소지가 있어 우려를 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일본에서 사전협의절차를 거치고 있으나 정확히 활용이 안되고 주일미군이 이 개념에 따라 오히려 더 자유롭게 외국으로 이동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美, ‘완전한’ 유연성 요구. 양안문제 등 동북아분쟁 개입 최대 쟁점**
한편 이 당국자의 발언대로 2005년부터 당장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부분에 대해 한미간 협상에 들어감에 따라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주한미군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개념인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미측은 주한미군을 제외한 해외주둔 미군은 모두 자유롭게 이동하고 있다며 미국의 GPR(해외주둔미군재배치) 계획에 따라 주한미군에 대한 ‘완전한’ 유연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과연 정부가 미국측 요구를 거절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정부는 동남아나 서남아 등 원거리로의 이동이라면 주한미군이 투입되더라도 동북아에 별다른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지만 동북아 역내로 이동하게 된다면 주변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어 이 점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이와 관련 “주한미군 이동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인 균형, 안보에서의 위험성 및 불안을 초래해선 안된다는 점이 첫째 요인”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부로서는 중국과 대만간 양안관계와 동북아지역에서 분쟁이 발생, 주한미군이 투입될 경우 한반도에 사활적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동북아 역내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 개입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을 어떻게 차단하고 제한할지 미측과의 협의에서 도출해나갈 방침이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LA발언’을 통해 “미국이 전략적 필요에 의해 주둔군 숫자를 줄이고 늘이는 문제를 미국이 융통성 있게 운용할 수 있게 협력해야지 무조건 바지가랭이 잡고 나를 지켜달라, 절대 떠나선 안된다고 말하는 건 우방으로서 적절한 도리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이날 이 당국자도 “주한미군 자체가 붙박이로 한반도에 있고 다른 것은 못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어렵다”고 노 대통령의 발언을 부연설명해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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