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거래소 이사장 선출을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빗었던 재정경제부가 마침내 '백기항복'을 했다.
***재경부 '백기항복'**
이헌재 재정경제부장관 겸 부총리는 26일 기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통합거래소 이사장 후보인 정건용 전 산업은행총재, 이인원 예금보험공사 사장, 강영주 증권거래소 이사장 모두가 후보직을 사퇴했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이사장후보추천위가 최종후보로 3명을 선정했을 무렵에 정건용씨가 사퇴를 했고 곧바로 이인원씨도 그만뒀다"면서 "강영주씨는 통합거래소 설립추진위원회에 사퇴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정건용.이인원씨는 3명의 후보들이 모두 재경부 출신이라는 점 등이 부담스러워 사퇴했다"면서 "강영주씨는 설립위원회 위원이라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이어 "통합거래소 이사장 선임은 청와대와 협의할 사안이 아니다"면서 "청와대로부터 다시 공모를 하라는 요청이 오지는 않았다"고 말해, 이들의 사퇴가 청와대 반대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부총리는 그러나 "후보추천위원회가 다시 공모작업을 진행할지, 아니면 설립위원회가 자체적으로 결정할지 등은 두고봐야 한다"고 말해, 통합거래소 이사장 선출이 재경부 손을 떠났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청와대 '쇼크', 이헌재 경질 기정사실화**
이같은 이 부총리 발언은 통합거래소 이사장 자리를 놓고 청와대와 벌였던 팽팽한 접전에서 재경부가 사실상 백기항복을 했음을 보여줘, 앞으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재경부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현행법상 재경부 몫인 이사장 자리를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이 부총리 발언이 있기 전인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통합거래소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인 김광림 재경부차관은 기자들과 만나 "통합거래소 설립추진위원회가 이사장후보추천위원들로부터 3명의 후보를 넘겨받아 결격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검증하고 있다"면서 "이 검증작업을 거친 뒤 1∼2명의 후보를 통합거래소 주총에 추천할 계획"이라고, 당초 방침대로 밀고갈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었다.
따라서 이 부총리의 발언은 재경부가 결국 청와대에게 백기를 들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부총리가 '자진사퇴'했다고 말한 3명의 후보중 강영주 증권거래소이사장이 이 부총리 기자회견직후 자신은 "스스로 사퇴하지 않았으며 정부에서 '자기 추천 케이스'로 분류해 자격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발한 것도 이같은 외압을 입증하는 한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재경부는 이에 이번 사태를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이면서 그동안 재경부가 독식해온 금융기관 자리에도 앞으로 재경부 출신이 가기 힘들어지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태며, 이헌재 부총리의 연말경질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청와대-부산 추후대응 주목돼**
금융계는 이번 사태를 '모프(MOF,재경부마피아)의 인사독식'에 제동이 걸린 의미하는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계에서는 재경부 출신들이 현역에서 물러난 뒤에도 현역 후보들이 선배들의 자리를 세차례까지 봐주는 '쓰리 턴' 관행을 고수하면서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았다. 따라서 청와대의 이번 제동은 이같은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파문이 이같은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앞으로 통합거래소 이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에 청와대의 입김도 배제돼야 한다는 게 지배적 여론이다. 만약 청와대가 앞으로 당초 밀었던 한이헌 전경제수석을 통합거래소 이사장으로 밀 경우 이는 청와대와 재경부간의 추악한 자리다툼으로 그칠 것이라는 경고인 것이다. 재경부는 청와대가 한 전수석을 미는 배경을 지난 대선때의 '논공행상'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자리에 부산지역에서 요구하듯 '부산출신'을 앉히는 것도 지역주의를 심화시킬 뿐이라는 경고도 제기되고 있어, 청와대의 추후대응이 주목된다. 이제 공은 청와대로 넘어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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