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국무장관으로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정식 지명하자 미 언론은 “부시의 친정체제 강화”이며 “대외정책에 있어서 강경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북정책에 대해 “외교보다는 제재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더 강경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부시, 국무장관으로 라이스 보좌관 공식 지명**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콜린 파월 국무 장관 후임으로 라이스 안보보좌관을 지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동석한 라이스 보좌관에 대해 “미국 국무장관은 세계에 대한 미국의 얼굴”이라며 “세계는 라이스 박사에게서 미국의 힘과 호의, 품위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는 이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에 대해 “미국은 부시대통령의 지도력 하에서 대테러전을 수행하고 이기고 있다”고 강조했으며, 부시 대통령이 자신을 “자유의 가치와 힘을 깊게 믿는 자”로 언급하자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날 발표 자리에 파월장관은 동석하지 않았다.
이로써 라이스 보좌관은 상원의 인준을 통과하게 되면 제66대 국무장관으로 임명되며 여성으로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매들린 울브라이트에 이어 두 번째,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국무장관직에 오르게 된다. 라이스 보좌관이 국무장관에 지명돼 공석이 된 국가안보보좌관직에는 또다른 매파인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승진 임명됐다.
아울러 국무부 대변인에 따르면 파월 장관의 오랜 동료이자 친구였던 '비둘기파'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백악관에 사표를 제출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국무부 부장관에는 현재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네오콘으로 대북강경파의 전면에 나서 있는 존 볼턴 국무부 비확산담당 차관이 승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언론은 전망했다.
***WP, “라이스 임명으로 부시 ‘친정체제’ 강화”**
하룻새에 파월 장관이 사임하고 후임으로 라이스 보좌관이 지명되자 미 언론은 큰 관심을 보이며 향후 외교정책의 변화를 다각적으로 분석했다. 미 언론은 대체적 결론은 “부시의 친정체제 강화”이며 “대외정책에 있어서 강경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이었다.
특히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4개의 기사를 통해 라이스 등장과 파월 퇴진을 집중 분석했다. WP는 우선 “부시의 뿌리깊은 종교적 본성을 공유하고 있는 라이스의 국무장관 지명은 행정부내 외교정책기구들에 대한 부시의 친정체제 구축”이라고 분석했다. 즉 “부시는 때때로 불거지던 행정부내 불협화음을 좀더 일관된 목소리로 교체하면서 1기 정부보다 더 단일한 외교정책팀을 꾸리려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시 정부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PNAC(새로운 미국 시대 프로젝트) 대표인 게리 쉬미트는 이와 관련 “콘디(라이스)는 대통령이 하고 싶어하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에 동의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WP는 또 “라이스를 지명했다는 것은 부시 대통령이 지난 4년간의 방향에 별다른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극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공화당 하원의장이자 공화당 매파인 뉴트 깅리치는 이와 관련 “내 생각에 부시는 그의 방향이 옳다고 믿는 것 같다”고 말했다.
WP는 이어 “파월과 아미티지 부장관의 사임으로 국무부 고위 관리들에 대한 전반적인 개편이 촉발될 수 있다”며 후임인선에 촉각을 세웠다.
***“美대외정책, 강경노선 추구”-“美대북정책도 외교보다는 제재로”**
WP는 대외정책과 관련, “라이스 기용은 강경노선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라며 “파월의 사임과 라이스 지명은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신봉하는 강경외교노선의 승리이고 부시는 외교정책노선에 있어서 결정적인 전환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WP는 특히 “파월의 온건 현실주의적 입장은 종종 행정부내에서 무시됐지만 파월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부시가 주요 외교정책을 다루는 방법에 있어서 다른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며“그러나 파월이 물러가고 라이스가 들어섬으로써 이란과 북한에 대한 정책은 외교보다는 제재를 추진하는 쪽으로 분명히 더 강경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WP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중동 문제에서도 “중동에서의 평화정착에서 나오는 짐들은 팔레스타인쪽에 지워질 가능성이 높다”며 친이스라엘정책의 강화를 예견했다.
라이스의 국무부내 역할에 대해서는 WP는 “라이스는 간혹 체니와 럼즈펠드와의 대립노선에서 파월을 지지하기도 했으나 그보다는 체니와 럼즈펠드를 지원한 경우가 더 많았다”며 “라이스는 부시의 외교정책 관점과 상당히 유사해서 간혹 보수주의자들이 대통령의 정책에 적대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는 국무부 관료들을 감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후 미국 대외정책에 대해서는 “파월과 달리 라이스는 주말을 대통령 부부와 같이 보낼 정도로 밀접한 관계여서 국무부는 대통령의 강경노선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부시 정부, 새 피 수혈 안 해, 충성도 강한 보좌진으로만 구성”**
이러한 라이스의 등장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그다지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WP는 “51%의 미국민이 지지해서 부시는 당선됐지만 출구조사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미국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며 “현 시점은 새로운 피를 수혈할 좋은 기회이지만 백악관은 그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으며 충성도가 강한 보좌진으로 채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WP는 ABC 뉴스와 인터뷰한 척 헤이글 공화당 상원의원의 말을 빌어 “우리가 보고 싶었던 것은 새로운 피의 수혈, 외부 시각을 가진 인물이었다”며 “그저 자리를 재배치하거나 다른 직책으로 옮기는 것은 새로운 에너지도 새로운 피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보스턴 글로브>도 “충성심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부시 대통령은 라이스를 파월 자리에 채워서 그의 정부내 불협화음의 근원을 제거하고 라이스, 체니, 럼즈펠드 등이 공유하는 단 하나의 목소리 하에서 ‘부시 독트린’으로 통합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보스턴 글로브>는 또 “부시는 국무부에 그의 최측근을 지명, 테러와의 전쟁 등의 새로운 국면에서 행정부내 매파의 역할을 더 강화할 것”이라며 “부시는 전문 직업관료들의 소관사항이던 외교정책기관들에 훨씬 더 강력한 통제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일간 <나이트 리더>도 미국 관리들이나 외교정책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부시와 체니는 미 정부내 몇몇 독립적인 인물들을 제거하고 자신들의 통제하에 조직을 굳건히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NYT, “부장관으로 누구 임명될지가 관건”**
<뉴욕타임스>는 한편 “화면 뒤에 있던 라이스가 전면으로 등장했으며 파월의 사임은 행정부내 강경주의자들의 승리를 의미한다”면서도 “라이스가 파월 보다 체니와 럼즈펠드 쪽으로 기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고 분석했다.
NYT는 그러나 “첫 번째 시험무대는 부장관으로 누구를 임명할지 여부”라면서 “볼튼 차관이 지금 부장관으로 고려되고 있다”고 지적, 라이스의 국무부가 강경노선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NYT는 또 “라이스는 북핵문제와 관련 핵프로그램을 중지시키려는 목적으로 파월이 주창했던 다자지역대화 참가를 지지하면서도 한국과 일본이 요구하는, 난국을 타개하려는 양보안에 대해서는 거부하는 등 다소 매파들의 입장과 노선을 같이했다”고 분석했다.
NYT는 이어 “라이스는 헨리 키신저 이래로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국무장관이 될 것이며 로버트 케네디 대통령 이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장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브루킹스연구소>의 이보 달더 외교정책 전문가는 라이스 임명을 “대통령이 자신의 주위를 그가 편안하게 여기고 자신의 외교정책에 가장 충성하는 인물들로 채우고 싶은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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