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 일왕은 28일 “학교 기념식에서 일본 국기인 히노마루에 경의를 표하고 국가인 기미가요를 부르도록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같은 발언은 최근 더욱 우경화 바람을 타고 있는 일본 사회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발언이다.
***일왕, “국기 내걸고 기미가요 제창 강제, 바람직하지 않아”**
교도(共同) 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키히토 일왕은 이날 자신이 주최한 가을 원유회에 참석, “모든 일본 학교에서 히노마루 국기를 내걸고 기미가요 국가를 제창토록 만드는 것이 본인의 임무”라는 한 도쿄도 교육위원의 발언에 대해 “강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같은 일왕의 발언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특히 도쿄도 교육위원과의 대화에서 나온 데 일본 언론은 주목하고 있다. 일제 군국주의의 상징인 기미가요, 히노마루는 지난 1999년 다시 국가, 국기로 정해진 뒤 문부과학성은 일선 학교에 대해 국기 앞 기립, 국가 제창을 강제 조항이 아닌 권유사항으로 다뤄왔으나 도쿄도만은 이를 강제조항으로 규정 논란을 빚어 왔다.
도쿄도 교육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장애인 학교를 비록한 모든 공립학교에서는 학교 기념식에 반드시 히노마루를 게양하고 기미가요를 제창토록 규정하고 있는데 교육위는 이에 따르지 않는 교사에 대해 징계를 가해 벌써 2백명 이상의 교사가 징계를 당한 상태이다.
***도쿄도 교육위, 강제조항으로 규정한 바 있어. 日우경화에 미칠 파장 주목**
이러한 도쿄도의 분위기는 도쿄도지사가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인 이시하라 신타로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은데 신타로 지사는 사실상 도쿄도 교육위원회를 장악하고 있다.
도쿄도 교육위는 지난 8월 일본의 우익단체인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만든 후소샤판 역사교과서를 도쿄도 한 학교가 사용토록 정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후소샤판 역사교과서는 한일합병을 합법적으로 묘사하고 일본 침략을 미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등 일본 군국주의에 대해 긍정적인 서술을 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교육 현장의 '우경화 강제 규정'은 사회 문제로까지 번져 진보적 성향의 아사히신문과 시민단체, 학부모 등은 “도쿄도 교육위의 조치는 헌법이 보장한 사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고 도쿄도 교사 2백20여명도 올해 초 “교사를 압박해 학생으로부터 양심, 행동의 자유를 뺏는 것”이라고 위헌 소송을 내 일본 군국주의 이념 부활을 경계했다.
반면에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은 “학교에서 국가 제창시 일어나지 않는 교사가 있어 교육 분위기를 헤친다”며 도쿄도 교육위 입장을 지지해 일본 교육계의 우경화를 부추겨 왔으며 이러한 분위기는 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우경화 바람을 타고 좀더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일본 우익세력의 정신적 중심축인 일왕이 우익의 기존 주장에 제동을 거는 발언을 함으로써 일본의 ‘교육 우익화’와 일본 사회 우경화에는 상당한 제동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