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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책선 구멍' 軍해명, 갈수록 의혹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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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책선 구멍' 軍해명, 갈수록 의혹 증폭

민간인이 한밤에 지뢰밭 뚫고 北 고압선까지 뚫었다?

비무장지대(DMZ) 3중 철책선이 뚫린 데 대해 국방부는 지난 10년간 이 지역에서 근무했던 예비역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등 재차 월북 민간인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의혹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군 당국, 재차 ‘신원불상 월북자’ 가능성 주장**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27일 의혹이 계속 증폭되자 합동신문조의 전날 합신 결과를 보충 설명하며 "철책선을 절단한 모양과 현장 발자국 등을 정밀 분석한 결과 GOP(전방관측소) 철책 위치를 잘 아는 ‘신원불상의 월북자’가 철책을 자르고 북측으로 넘어간 것이 확실하다"고 재차 '민간인 월북설'을 주장했다.

합참이 민간인 월북자로 추정하고 있는 근거는, 우선 3중으로 이뤄진 GOP 철책에서 30~40m 거리에는 영농지가 있어서 민간인도 그곳까지는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군 당국은 문제의 '월북자'가 최전방 부대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해당 부대의 10년 이내 전역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합참은 '민간인 월북'의 또다른 근거로, 철책선을 절단한 방법이나 철책선 주변 예상 침투로 등에 대한 정밀 분석 결과를 들고 있다. 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5백여m 떨어져 최북단에 위치한 보조철책인 ‘추진철책’은 동쪽으로 2백m 만 가면 설치돼 있지 않은데도 굳이 이를 절단하고 넘어갔으며 1970년대 주요 침투로로 이용됐던 철책선 인근 역곡천에 침투 흔적이 없는 점으로 미뤄 전문가의 소행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간첩 소행이라면 철책을 ‘ㄴ’, ‘ㄷ’ 자 모양으로 잘라 이를 접고 몸을 통과해야 하는데 ‘ㅁ’ 자로 잘라 시간을 더 소비한 것도 특수훈련을 받고 남파된 간첩이나 북으로 돌아가는 고정간첩 소행이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합참은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절단된 단면도 남쪽에서 북쪽 방향으로 자른 것이고 무릎을 꿇은 자국도 남쪽에 나 있다는 것도 또다른 증거로 들었다.

합참은 이같은 보충 설명과 함께 이날 합참 전비태세 검열실 이성호 차장(육군 준장)을 단장으로 하는 합동조사단을 약 10명으로 꾸려, 철책선 절단 현장인 철원군 A 사단으로 파견했다. 조사단은 28일까지 해당 부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철책선이 뚫린 경위와 함께 시설물 및 경계근무 운용실태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예정이며, 엄중 문책을 검토중이다.

***월북 당시 北 아무 동향 없어**

하지만 이러한 군 당국의 설명과 조사는 여전히 많은 의혹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고, 군당국 설명 자체에도 모순되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어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우선 북측 군부대에서 그 어떤 특이 동향도 포착되지 않은 의문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군 당국은 지난 25일 밤부터 26일 오전 1시 사이에 철책선을 자르고 월북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그 시간대에 북측 군부대에서 어떤 반응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아무 예고도 없이 민간인이 넘어갔다면 북측도 상당히 놀라 북한군 초소에서 경고 사격이나 유도 방송이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나, 그 시간대에는 그러한 활동이 전혀 없었다. 북한은 또 월북자가 발생하면 1일에서 5일 안에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이를 방송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는 수단으로 사용해 왔는데 이번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점도 이상한 대목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보통 남파 고정간첩이 돌아가는 경우에는 북측에서 환영하기 위한 요원들이 북방한계선까지 나와 맞이하고 길 안내를 한다는 점에서 '남파고정간첩의 북행'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간인이 北 고압철책선, 지뢰밭까지 뚫었다?**

또다른 의혹은 왜 굳이 월북 민간인이 '손쉬운' 월북 루트인 금강산이나 중국을 통한 압록강 루트 대신 ‘고난의 행군’인 DMZ 통과를 강행했냐는 것이다.

특히 민간인이 캄캄한 한밤중에 철통같은 경비를 뚫고 3중 철책선을 거쳐 지뢰밭을 통과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된다. 군 당국은 이에 대해 "DMZ 내에 짐승들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풀이 넘어져 있어서 자연스럽게 작은 길이 형성되는데 이 곳은 지뢰가 없어 사람이 다닐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군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오는 등 받아들이기 궁색한 형편이다. 특히 민간인이 이같은 사실까지 알고 월북을 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우리측 지역뿐만 아니라 북한도 남한으로의 탈주를 막기 위해 DMZ에 더욱 촘촘한 지뢰밭과 2천에서 1만V의 고압 전기선을 두고 있고 가시철책선과 각종 폭발물까지 운영하고 있는 마당에, 이를 남측 민간인이 뚫고 나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대목이다.

이밖에 이 지역은 지난 1980년 이 지역 경계 책임을 관할했던 한국군 대대장이 부하 병사와 함께 월북한 곳과 동일한 지역임이 뒤늦게 드러나는 등 북측의 간첩과 남측의 월북 루트로 자주 이용돼 온 것으로 알려져, 우리 군의 근무 태만과 북측 남파요원일 가능성을 부인하기 더욱 힘들게 됐다.

***군 당국 발견 증거물들, 북측의 교란용일 수도**

군 당국이 찾아낸 민간인 월북 증거들도 남측이 오판하도록 만든 교란용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손 모양이나 무릎자세, 철책선을 절단한 모양 등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요원이라면 오판하도록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군 당국은 월북 민간인이 3~4일 정도 주변에서 숨어지내며 우리군 초병들의 근무교대 시간이나 순찰주기, 철책의 위치 등을 충분히 정찰하고 적당한 시점을 골라 월북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러한 설명은 이 인물이 단순 민간인이 아니라 특수 목적을 지니고 있는 요원일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아울러 이렇게 3~4일 동안이나 우리군 동태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해당 군 당국은 아무런 낌새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우리군의 근무태만이나 아니면 고도의 훈련을 받은 간첩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군 당국은 한편 현장과 현장 사진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해명 브리핑에서 절단된 현장 사진만을 잠시 보여줬을 뿐 배포는 끝내 거부하고 “검토하겠다”는 말만 남겨 더욱 의문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군 당국의 미진한 해명과 추정결과에는 국방부 홈페이지와 여러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네티즌들도 강한 의혹을 제기하며 비판의 글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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