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신종 인플루엔자 등 대책특별조치법이 의회를 통과한 이후 14일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난 아베 총리는 도쿄 올림픽의 개최에 대한 질문에 "올해 올림픽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안전한 대회, 감동을 전하는 대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해 올림픽 정상 개최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다음주면 일본에 성화가 도착한다"며 "저는 26일 후쿠시마에서 성화 봉송의 시작을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2011년 동일본 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극복했다는 상징적인 행사로 올해 올림픽을 활용하려는 아베 총리 및 일본 정부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낸 셈이다.
아베 총리는 "주변국에는 (코로나 19)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우리는 (확진자) 증가를 잘 제어하고 있다"며 "세계보건기구에서 팬데믹을 선언했으나 우리는 인구 1만 명당 감염자가 0.06명에 불과하다"고 말해 행사를 치르는 데 문제가 없음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2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쿄올림픽 관련 질문에 대해 "어쩌면 1년 연기할 수도 있다. 가능하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해 아베 총리를 놀라게 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13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올림픽 관련 발언 진화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양국 정상이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면서 연기나 취소 등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리스에서 시작된 도쿄 하계올림픽 성화의 그리스 내 봉송이 이틀 만에 중단되는 등 이번 올림픽의 준비 양상은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일본 정부의 의도대로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올림픽 일정 변경 권한이 전적으로 IOC에 있다는 점도 일본을 제약하는 요소다. IOC가 도쿄올림픽유치위원회와 체결한 '개최도시협약서'에는 "IOC가 어떤 이유에서든 참가자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는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을 경우 IOC는 이 계약을 종료시킬 자격을 갖는다"고 돼 있다.
특히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12일(현지 시각) 독일 공영 방송 ARD와 인터뷰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도쿄 하계올림픽 취소를 통보할 경우 IOC는 그 권고를 따를 것"이라고 밝혀 올림픽이 연기가 아닌 취소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적 상황을 인식한 듯 일본 내에서는 올림픽의 취소가 아닌 연기를 고려하고 있는 듯한 인식도 나오고 있다. 실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취소도, 무관중도 안된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연기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언론에서도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올림픽 연기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고, 재일동포 출신 야구인인 장훈 씨는 15일 "위험한 일은 그만 두는 것이 좋다. 사람의 생명과 관계되는 일이기 때문에 (올림픽을) 1년 연기하는 것이 좋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일본 의회가 통과시킨 특별조치법에 대해 아베 총리는 "향후 긴급사태라는 판단이 들 경우 이법에 근거해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며 "긴급사태로 규정하면 개인의 여러 가지 권리를 제한하게 되는데, 이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며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법안에는 총리가 코로나 19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긴급 사태'를 발령할 수 있다는 부분이 포함돼있다.
이에 아베 총리와 자민당이 추진하고 있는 개헌 초안에도 비상사태 조항이 있는데 이번 법 개정이 일종의 포석이 된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또 이를 통해 아베 총리의 독재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이 법안은 자민당 개헌안과 완전히 별개"라면서 "긴급사태 선언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각 지방자치정부에도 (긴급사태와 관련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지 독재를 하기 위해 (긴급사태를) 발령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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