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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영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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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금태섭 "영광이었다"

진보진영, '친문만 빼고' 충격, 실망, 위로…친문은 축제 분위기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서갑 총선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금태섭 의원이 13일 "제가 부족해서 경선에서 졌다"며 낙선사례를 했다. 금 의원은 "지난 4년간 국민의 대표로서,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일했던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광이었다"고 했다.

금 의원은 이날 오전 SNS에 올린 글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자기 일처럼 도와주셨는데 제가 부족해서 경선에서 졌다. 지지하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고 감사하다"며 이같은 소회를 밝혔다.

금 의원은 "재선의 꿈은 사라졌지만 남은 임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난 4년간의 의정활동을 회고해 "공직은 봉사하는 자리라지만, 저 개인에게도 무한한 긍지와 자부심의 원천이 됐다. 앞만 바라보면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던 한 순간 한 순간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금 의원에게는 위로가 쏟아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악인은 그의 환난에 엎드러져도 의인은 그의 죽음에도 소망이 있느니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낙천 후에도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모욕과 조롱을 당하나 보더라. 안타까운데 해 드릴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와는 별도의 글에서 민주당 경선 결과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민주당은 미쳤다. 기어이 금태섭의 목을 치는구나"라며 "먼저 조국의 이름으로 그를 제거하겠다고 정봉주가 나섰고, 정봉주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역시 조국의 이름을 팔며 김남국이 나섰다. 이 시도마저 실패하자 부랴부랴 마지막 자객으로 보낸 게 강선우. 세 번의 시도 끝에 결국 성공"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친문 팬덤정치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아마 막대기에 '조국 수호'라 써서 내보냈어도 막대기가 공천받았을 것이다. 우리 집 쓰레기통에 '조국 수호'라 써붙여 내보냈어도 당선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래서 의원들이 당에 쓴소리를 못하는 것"이라며 "의원들이 의견 없는 130대의 거수기로 전락한 것은 이 때문이다, 괜히 다른 소리 했다가는 문재인 친위대들에게 조리돌림당하다가 결국 이런 꼴이 되니까"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강서갑 경선 결과에 대해 "홍위병 이용해 공포정치를 하는 문화혁명이 일상화한 것",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옛날 운동권에서 '민주집중제'라 불렀던 작풍, 그 전체주의 정당 문화가 민주당을 삼켜 버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민경욱은 기사회생하고 금태섭은 떨어졌구나"라며 "우리 정치의 색깔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양극화된 우리 정치 질서 현실"을 지적했다.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민주당이 친문(親문재인)파의 아성으로 변하는가"라며 "지난 번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가 한나라당을 '진박' 세력의 아성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그 결과는 총선 참패→보수세력 분열→최순실 사태와 촛불혁명→박근혜 탄핵이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문빠'의 복수가 무시무시하다"며 "하지만 자기 무덤을 파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라고 혀를 찼다.

홍성수 숙명여대 로스쿨 교수는 "금 의원은 소수자·인권·검찰 문제 등과 관련해 대체할 수 없는 의원이었다"며 "퀴어축제에, 연단에 오를 생각도 않고 혼자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던 유일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했다. 홍 교수는 "당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도 있는 얘기를 많이 했지만 '금태섭 같은 이도 있어서 민주당에 여전히 기대를 한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며 "금 의원 같은 사람을 떨궈서 민주당이 얻는 이익이 도대체 뭘까 궁금하다"고 의문을 표했다.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사회혁신수석을 지낸 하승창 전 수석도 "안타깝다.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을 숨김없이 소신껏 의정활동을 한 사람으로 존중받아 마땅하다"며 "그럼에도 강퍅해진 진영 논리가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의 선택의 기준이 되어 (금 의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다"는 감상을 밝혔다.

시인이자 '노사모' 대표를 지냈던 노혜경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노무현 정부)은 "금태섭이 과오가 있다면 당론을 어긴 것이고, 나머지는 당 주류 또는 주된 지지자들과 생각이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은 아니었다"며 "이 세상에 완벽하게 잘하기만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금태섭은 소수자의 편에서 보자면 매우 열정적인 우군이었고 특히 페미니스트인 내 관점에서는 민주당에 꼭 있었으면 하는 의원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아깝다"고 했다.

다만 하 전 수석, 노 전 비서관 정도를 제외하면 '친문' 진영은 나머지 진보진영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노 전 비서관은 이와 관련해 "내 페친(SNS 서비스 '페이스북' 친구)들은 금태섭이 패배한 것이 너무 좋은가 보다"라며 "너무 즐거워들 마시라. 누군가는 그러는 사람들이 싫어서 민주당에 등을 돌릴지도 모른다"고 했다. 진중권 전 교수가 '낙천 후에도 받고 있는 모욕과 조롱'이라고 표현한 현상과 같은 방향을 겨냥한 셈이다.

실제로 친문 성향 당원·지지자들은 간밤의 경선 결과에 대해 "우와!", "간만에 좋은 소식이네요" 등의 말들을 메신저 대화방에서 주고받거나, SNS에 "미통당 검새 가족 금태섭 탈락 축하합니다", "우하하하! 금태섭 즐!", "앓던 이 빠진 느낌 다들 동감하시죠", "당에서도 내쳐야 한다", "태섭이는 이제 미통당 가려나?", "금태섭 경선 탈락 경사났네. 우씨, 우리 남편이 너무 티내지 말란다", "이제 조응천만 남았다" 따위의 글들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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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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