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변산에 가시거든**
손세실리아
외변산 휘돌아 채석강 가는 길
살점 발라 방조제에 쏟아붓고
거죽 얄팍한 산 눈에 들면
우측 갓길에 차를 세우시라
산 허물어지고 물길 끊어진
저기, 해창석산
저기, 해창갯벌
곁가지 본가지 뒤틀려
생목숨 정수리에 이고 지고
갯바닥에 맨발로 시리게 서 있는
못생긴 소나무 밤나무를
무심히 장승이라
싸잡아 갯것이라
괜히 객지 사람 티내지 말고
이 참에 이름 한번 불러보자
짱둥어야 생합아 농게야
집 나간 누이 부르듯 애타게
농쟁이야 댕기물떼새야
돌 지난 조카 부르듯 살갑게
찰진 영토 빼앗아 둑 쌓고 길 넓힌 죄가
이름 한 번 부른다고 다 용서될까마는
듣거나 말거나 불러주자
외사랑하듯 불러주자
부르다보면 정도 붙고
정들면 뒤엉켜 살고도 싶어지느니
- 약력: 전북 정읍 출생. 2001년 「사람의 문학」을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기차를 놓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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