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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동의청원 1호' 법안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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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동의청원 1호' 법안 어디로 갔나

'텔레그램 n번방' 방지 청원 결국 흐지부지될 판

'국회청원 1호 법안'으로 점쳐졌던 '텔레그램 디지털성폭력 방지법'이 흐지부지될 위기에 처했다. 입법화됐다고 알려졌으나 정작 청원 내용은 모두 빠진 채 졸속 처리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텔레그램 디지털성폭력 방지법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공론화를 계기로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발의된 법안이다. △경찰의 국제공조수사 △수사기관의 디지털성범죄 전담부서 신설 및 2차가해 방지 포함한 대응매뉴얼 수립 △범죄 예방을 위한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 재조정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이다.

국민동의청원은 30일 이내에 10만 명 동의를 얻은 청원을 소관 상임위에 자동회부하는 제도다. 해당 청원은 1월 14일에 시작돼 2월 10일자로 동의 10만 명을 넘겼다.

그러나 지난 4일, 소관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는 해당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기존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내용을 통합하기로 했다.

신설된 개정안은 상호동의하에 성관계 영상을 촬영했을지라도 대상자의 동의 없이 유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며 영리목적으로 유포 시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국민동의청원 법안 내용 중 개정안에 담기는 내용은 딥페이크에 관한 부분이다. 딥페이크는 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특정 영상에 합성한 편집물이다. 포르노 영상에 유명인이나 일반인의 얼굴을 합성하는 사례가 많아 디지털 성범죄에 악용된다. 일명 '지인능욕'이라 불린다.

당초 청원에 있던 경찰의 국제공조수사, 디지털성범죄 전담부서 신설, 수사기관의 2차 가해 방지를 포함한 대응 매뉴얼 제작,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강화 등은 법률안으로 선정되지 않았다.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심사 내용을 보면 "기존의 개정안에 청원의 취지가 반영돼있으므로 청원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딥페이크 영상은 해외에 기반을 둔 사이트를 중심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범죄자 추적이 쉽지 않다. 해외 사이트의 협조를 받기도 어렵고 수사 시간도 오래 걸린다. 따라서 해외 국가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구할 수 있는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기존의 디지털성범죄 처벌 법안에는 제작자와 배포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있지만 영상을 시청하거나 소유한 경우에 대해서는 처벌조항이 없다. 시민사회에서는 "불법 성착취 영상의 제작과 유포는 수요를 기반으로 한 것인 만큼 영상 소비자에 대한 처벌이 필수적"이라며 "피해자에게 이루어지는 성희롱 등도 중대한 성범죄로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n번방 피해자를 지원해오고 있는 단체 'Project ReSET'(리셋, Reporting Sexual Exploitation in Telegram)과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운영진 등은 각각 9일과 8일 성명서를 내고 이를 규탄했다.

리셋은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요구한 청원인은 물론 청원에 동의한 국민들의 민의에 부응하지 않는 직무 태만"이라며 "텔레그램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성범죄에 대한 해결책 및 그에대한 대처가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운영진도 "국가의 성범죄 해결에 관한 소극적인 의지를 재확인 했을 따름"이라며 "하루 속히 국민청원 1호를 본회의에 부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텔레그램 n번방과 ) 유사한 형태의 헙박과 그루밍 등 그런 집단적인 성폭력이 접수됐고 실제 n번방 피해자들도 있었다"며 "수사 중인 사건은 많지만 가해자가 잡힌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국회 1호 청원이었는데 텔레그램 성착취 문제에 맞는 적극적인 법률이 입법된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되어온 합성편집물(딥페이크)만 개정된 것으로 매우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개선"이라며 "온라인 공간에서 유포한 것과는 다르게 (텔레그램 n번방은) 한 공간에 집단이 모여 메신저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이라는 특수성을 반영한 입법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촬영물 유포 협박, 불법촬영물 소지죄도 범죄 예방의 차원에서 반영되었어야만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편 '텔레그램 n번방'은 지난해 초부터 텔레그램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착취 사건을 말한다. 피해자는 주로 미성년자다. <국민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n번방'을 처음 시작한 '갓갓'은 트위터를 통해 피해자를 물색한 뒤 신상정보를 캐내 음란물을 촬영하도록 협박한다. 피해자들은 '강간노예'로 불리며 가학적인 성관계, 변태적 행위, 고문 등 학대에 시달린다. 처음 1번부터 8번방까지 만들어졌고 현재 이를 모방한 비슷한 방이 우후죽순 생겨나 속칭 'n번방'이라 부른다.

▲지난 5일 'n번방 사건' 등 텔레그램을 비롯한 온라인 공간에서의 성 착취물 동영상 공유 등 디지털성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내용의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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