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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미, 코로나가 '참 나쁜 정치'와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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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미, 코로나가 '참 나쁜 정치'와 만났을 때

[안종주의 안전사회] 코로나, '나쁜 정치' 만나 활개 치다.

감염병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감염병은 국가와 인종을 가리지 않는다. 감염병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집중 공략한다. 감염병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사람을 좋아한다. 바이러스든, 세균이든, 진균이든, 원충이든 모든 병원성 미생물이 좋아하고, 기생하고 제 자손들을 불리는 곳, 숙주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감염병은 서로 갈등하는데 골몰하는 정치세력이 있는 사회를 좋아한다. 다시 말해 감염병은 나쁜 정치가 활개를 치는 곳에서 환호성을 지르면 활개를 친다. 정치 세력끼리 방역이 아닌 서로 네 탓을 하며 싸우면 국민 또한 갈라지기 때문이다. 그런 사회에서 방역이 제 길을 온전하게 가기 어렵게 된다. 마스크 대란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의 노력도 물거품이 되거나 목표 달성이 더디게 된다.

감염병 병원체는 불투명과 공포를 먹고 자손을 불린다,

반면 감염병은 시민들이 감염병 예방 지식으로 무장하고 행동하는 사회를 싫어한다. 감염병은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는 투명성을 싫어한다. 감염병은 자신에 대해 극한의 공포를 느끼는 사회를 좋아한다. 감염병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무시하는 사회를 좋아한다. 낙관론에 매몰돼 방역에 소홀하거나 잘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 사회를 좋아한다.

감염병 확산과 대유행은 정치세력, 국가, 나아가 지구촌 전체를 위협한다. 감염병의 역사에서 대활약을 펼친 두창(과거에는 천연두라 했으나 일본식 표기여서 지금은 두창이 맞음), 페스트, 콜레라, 결핵, 발진티푸스, 에이즈, 독감의 대유행과 그로 인해 스러져간 수많은 인류를 생각해보면 그렇다. 국가 지도자들과 방역 당국이 한 치의 방심도 없이 대처해야 하는 까닭이 이런 감염병 역사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이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니 대다수 정치인들은 이런 감염병 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아예 문외한이다. 이런 지도자를 만난 국가의 인민은 생명이 위태롭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일보다 지지자 결집, 포퓰리즘, 자극적 행동 등 다른 곳에 더 신경을 쓰는 지도자는 결국에는 뒤늦게 후회하는 패자가 되고 만다.

이와 관련해 먼저 우리 사회한테 매를 드는 것이 순리일 것 같다.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좋은' 정치를 했는가, 아니면 '나쁜' 정치를 했는가. 모든 순간마다 나쁜 정치를 하지는 않았지만 나쁜 정치를 머릿속에 각인하고 있는 시민들이 많다. 지금도 그 나쁜 정치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에선 '우한코로나', 중국인 입국금지 주장으로 무한 갈등 유발

그 대표적 사례가 감염병의 이름을 둘러싼 무한 갈등 유발과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 주장이다. 미래통합당은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줄기차게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COVID-19)란 국제 공식명칭 대신 '우한 코로나'(초기에는 우한폐렴)란 이름을 쓰고 있다. 이는 언론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이 이름을 쓰고 있는 <조선일보>의 영향을 받은 바 크다.

다른 정치세력과 언론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코로나19로 통일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유독 특정 유력 정치세력이 내로남불 식의 '우한'이란 이름을 고집하고 있다. 자신만이 옳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지 중국을 걸고넘어지면서 현 정권의 친 중국 이미지 덧씌우기를 통해 코로나19의 진원지에 대한 우리 국민의 좋지 않은 감정을 일깨워 문재인 정권을 공격하려는 의도인지는 알 수 없다.

이는 중국인 입국 전면 금지 주장과 맞물려 있다.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과 대한의사협회,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매체 등은 일찍부터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를 주장해왔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한 것은 자신들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란 프레임을 만들어 지금까지 계속 문재인 정부의 주 공격 포인트로 삼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감염병·예방의학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감염병의 역학적 특성, 즉 증상이 거의 없는 시기에도 강한 전파 능력을 지닌 특성 등으로 볼 때 중국인 입국 전면 금지는 그리 큰 실효성이 없고 전 세계 확산은 막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 이탈리아, 이란 등에서 아주 빠르게 확산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된 것 등이 그 좋은 증거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 문제를 가지고 계속 왈가왈부하는 것이 방역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세계와 자국민에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아베 정권

일본에서도 코로나19는 아베 정권의 '나쁜 정치'를 만나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일본은 이미 '다이아몬든 프린세스' 크루즈선의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음에도 승객들이 모두 걸리도록 내버려두는 나쁜 방역 대책으로 세계로부터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그 덕분에 코로나바이러스는 자신의 자손들을 배 안에서 마음껏 불릴 수 있었다.

일본은 여기서 머물지 않고 있다. 지금은 자국민을 대상으로 크루즈선 대응과 비슷한 방역 대책을 펼치고 있다. 크루즈선 대책처럼 증상이 확연히 드러난 사람들 위주의 검사를 벌이고 있다. 초기 증상과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을 국가가 직접 나서 무료로 검사해주는 정책보다는 의료보험으로 검사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실제 일본의 감염환자가 드러난 것보다 10배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1만 명이 훨씬 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서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한국과 중국에서 입국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들은 아직 청정지역이라는 것을 자국민과 다른 국가들에게 알리기 위한 얄팍한 술수이다. 올림픽 개최를 위해 일본 야당과 언론은 아베 정권의 이런 나쁜 정치, 나쁜 방역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해야 함에도 확실한 태클을 걸지 않고 있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진격을 멈추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19는 중국을 시작으로 한국, 이탈리아, 이란 등을 차례로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최후의 창궐은 일본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짙다. 바이러스는 자신의 정체, 즉 어디서 어떻게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는 것을 싫어한다. 진격에 방해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의 제1 원칙은 투명성이다. 전 세계에서 이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국가가 한국이다. 하지만 일본은 지금 불투명성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바이러스 검사를 많이 할수록 감염자가 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게을리 하고 있다. 올림픽에 다걸기(올인)를 하는 국가 전략 때문이다.

트럼프, 무시 전략으로 확산 본격화돼 비판 거세

미국 트럼프 정부도 코로나19 대응 난맥상이 점점 도마 위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중국 등에서 코로나19가 기세를 높여 확산되고 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여러 참모는 이 감염병이 미국에는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안이한 판단으로 방역 대책을 소홀히 했다. 남의 집 불구경하는 전략은 최근 확진자와 사망자가 빠른 속도로 늘기 시작하면서 잘못됐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감염병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인 방심과 무시 전략을 미국은 오랫동안 보여 왔다. 이 때문에 방역에 가장 기본이 되는 정확한 진단 키트 준비에도 소홀했다. 진단 대상을 호흡기계 증상이 있거나 최근 중국에 다녀온 경우, 감염자와 긴밀한 접촉을 한 경우 등으로 지나치게 좁게 한 것도 지역 확산을 부채질 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언론은 비판했다. 잘못된 진단과 제한된 진단 기준으로 인해 은밀하게 바이러스가 퍼져나갔다는 것이다.

모든 감염병은 자신들을 얕잡아 보는 곳과 준비가 안 되거나 덜 된 곳에서 마음껏 활개를 친다. 비단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요 근래 유행한 여러 감염병의 자연사(自然史)를 살펴보면 그렇다. 어느 사회에서 감염병이 유행 또는 대유행을 하느냐의 여부에는 감염병 병원체의 특성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그 사회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잘 대응하느냐도 관건이다.

중국, 우한 진원지 지우려 '참 나쁜 바이러스 공정' 시도

이 감염병의 진원지이며 세계 확산의 '주범'인 중국도 초기 방치에 가까운 방역을 한 것은 두말 할 것도 '나쁜 정치' 때문이다. 중국이 처음부터 감염병의 보초병 구실을 제대로 했더라면 우한 특정 지역의 지역병(endemic)으로 코로나19를 가둘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세계와 자국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기 싫어한 '나쁜 정치'가 어마어마한 파국을 몰고 왔다.

하지만 중국은 바이러스가 가장 좋아하는 은폐와 축소를 먹이로 바쳤다. 너무나 좋아하는 자양분을 마음껏 먹은 코로나바이러스는 우한을 넘어 중국 전역으로 그리고 다시 세계로 '적토마'보다 빠른 속도로 마구 달려 나갔다. 아무리 첨단 진단기술이 있더라도 바이러스를 지닌 무증상 감염자를 제때 걸러내기는 어렵다.

모든 감염병은 생물테러나 생물무기를 사용해 발생한 것이 아닌 한 발생지나 발생 국가 탓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모든 것이 이런 엄밀한 과학적 사실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감염병의 역사에서도 늘 발생 국가 또는 전파 국가에 대한 낙인과 비난이 있어 왔다. 16세기 매독 유행을 놓고 유럽 국가들이 서로를 비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중국은 최근 사스의 영웅 중난산까지 동원해 발원지가 중국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물론 아무런 과학적 근거는 대지 않았다. 여기에 시진핑이 최초 발원지를 면밀하게 추적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한마디로 정확한 발원지를 밝혀내지 말라는 꼼수로 읽힌다. '참 나쁜 정치'를 시진핑이, 중국이 하고 있다. 그리고 중난산을 비롯한 일부 과학자들이 그 들러리를 서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이 그럴수록 국제 사회와 과학계에서는 외려 비판을 넘어 더욱 강도 높은 비난을 쏟을 것이 분명하다. 자신이 언제 어디서 태어나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왔는지 바이러스는 알고 있다. 단지 그 진실을 인간에게 말해줄 수 있는 인간과의 소통 언어가 없을 뿐이다. 바이러스들은 자신들 때문에 인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온갖 일들을 보고 '만물의 영장(실은 아니다.)'이라고 자처하는 인간을 자신보다 못난 존재라고 비웃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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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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