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미간 가서명이 끝난 용산미군기지 이전협정에서 미국 부담으로 돼 있는 C4I(전술지휘자동화체계)의 향상과 개선 비용을 방위비 분담 항목에 추가해줄 것을 요구,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합의서상 미국측의 부담 비용까지 사실상 한국 정부가 대신 지불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C41 교체에는 최대 수조원의 엄청난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돼, 논란이 크게 일고 있다.
***美, C4I 현대화 비용 방위분담금 전용 요구**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18일 “미국측은 올해 방위비 분담 협상 초안에서 주한미군의 C4I 현대화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방위비 분담 형식인 SMA(특별조치협정)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초안에는 임대료와 공공요금, 일부 시설 유지비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기존 방위비 분담의 주요 4가지 요소는 주한미군 주둔비 가운데 ▲한국인 고용원 인건비 ▲군사건설비 ▲연합방위 증강계획 ▲군수지원 등이다. 미측은 이 가운데 C4I를 '주한미군 주둔비'의 일부로 보고 새로운 항목을 추가, 비용 부담을 요구해 온 것이다.
그는 이같은 미측 요청에 대해 “정부는 새로운 항목들을 신설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정부는 한미간 합의내용이 제대로 지켜지고 그 취지가 방위비 분담 등 다룬 곳으로 확대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수용거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은 양측이 초안을 제시한 상태로 많은 입장 차이가 있으며 정부는 UA에 명시된 한미 합의를 지키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주한미군 규모 감축, 용산기지 이전 등 주한미군 재조정이 주한미군 주둔비용 규모에 미칠 영향을 전반적으로 고려, 이번 방위비 분담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미측은 이런 요구를 지난주 외교채널을 통해 우리측에 전달했으며, 이에 앞서 우리 정부는 우리측 협상 초안을 미측에 전달했었다. 이번 방위비분담협상은 11월 이작해서 우리 회계연도가 끝나는 12월말 이전에 마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나 사정에 따라서는 내년으로 연장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용산기지 이전합의서와 전면 배치**
이같은 미측 요구는 한-미간에 가서명 절차가 끝난 용산기지 이전협정에 위배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용산기지 이전 협상과 방위비 분담 협상은 전혀 별개 협상”이라고 주장했으나, 용산기지 이전 합의서에서는 “C4I 개선비용은 미국 부담”이라고 분명히 못박혀 있기 때문이다.
용산기지 이전협상 합의문인 UA 5조 3항은 “한국은 시설종합계획에 따라 새로운 시설에 C4I 기반시설을 제공하고 유엔사령부, 한미연합사령부 및 주한미군사령부를 위한 현존하는 C4I 장비를 이전한다”며 “주한미군을 위한 C4I 향상과 개선을 위한 자금은 미국이 부담한다”로 돼 있다.
동항에서는 또 “만약 현존하는 장비를 재사용할 수 없거나 이전이 교체보다 비용이 더 드는 경우에는 교체될 것”이라면서도 “교체를 위한 한국의 부담은 9백만 달러를 초과하지 않는다”로 명시돼 있다.
***시민단체 "많게는 수조원 비용 전달해야 할 판"**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용산기지 이전에 따른 C4I 이전 또는 교체에만 수조원이 들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미국 요구대로 C4I 현대화 비용이 방위비 분담금 항목에 추가될 경우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천문학적 비용외에 추가로 막대한 C4I 관련비까지 우리가 떠맡아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미국의 이같은 막무가내식 추가부담 전가 시도와 관련, 최근 우리의 저자세 대미외교와 무관치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눈길을 던지고 있다. 최근 정부여당은 정부여당 수뇌부가 잇따라 미국을 방문하는가 하면, 신임 주한미대사 환영연을 위해 열린우리당 수뇌부와 정부부처 수뇌들에게 행사에 참여해줄 것을 요구하는 초청장을 대대적으로 발부하는 등 과도한 친미 제스처로 논란을 빚어왔다.
이밖에 일각에서는 주한미군 감축에 따른 전력 공백을 이유로 미국 군수산업체로부터 천문학적 규모의 무기를 새로 구입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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