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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코로나 방역? 황당 대책 언론도 공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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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코로나 방역? 황당 대책 언론도 공범

[안종주의 안전사회] 엉터리 드론 방역 당장 중단시켜야

엉터리 방역소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만큼이나 빨리 펴져나가고 있다. 군 제독차량이 도로·길거리 등 아무 효과가 없는 야외 소독을 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지자체·공공기관들 사이에서 드론을 활용한 항공 방역소독이 유행병처럼 퍼지고 있다. 지난 3일부터 연인원 수천 명을 동원한 드론 방역이 전국 곳곳의 학교와 지역에서 일제히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 방역 사상 처음 보는 황당무계한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에이즈,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바이러스 감염병 유행 때 이러한 항공 방역과 군대를 동원한 거리 방역은 세계 역사상 없었다. 독감이 유행한다고 해서, 홍역이 유행한다고 해서 항공 방역을 하고 도로 방역을 하지는 않는다.

드론 방역 소독, 비전문가들이 만들어 퍼트린 악성 바이러스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 심각하게 퍼진 중국, 일본, 이탈리아 등 세계 어느 나라도 이러한 방역은 하지 않고 있다. 그 나라에도 군대가 있고 드론도 물론 많다. 중국은 세계 최고의 드론 국가이다. 이들이 이러한 방역을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 소용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군대 제독 차량을 활용한 거리 소독과 드론 항공 소독의 실제 방역 효과는 제로라고 강조하고 이를 중단할 것을 지적해왔다. 하지만 비전문가 집단인 행정 관료와 군인, 지자체단체장, 공공기관장 등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고 관심을 끈다는 이유로 거리 소독과 항공 소독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렇게 하면 방역 효과는 제로라도 국민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없다. 국민 불안을 잠재우려면 특정 장소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소독하는 것이 맞다. 불안 해소가 아니라 외려 공포감만 부채질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소독이 되지 않은 장소와 거리를 나돌아 다녀서는 안 된다는 위험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감염병의 지역 확산으로 전국 초중고 개학이 3주나 연기돼 일러도 3월말에 학교가 문을 열 예정이다. 대학들도 최소 2주간 개강을 연기했다. 아무도 없는 이들 학교의 운동장과 학교 주변, 학교 건물 등에 대해 감염병 예방과 확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방역 소독을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일제히 벌이고 있다.

전국은 지금 드론 방역 열풍, 예산·인력 낭비 심각

4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신안산대학교에서 안산시 드론방역봉사단이 코로나19 예방을 한다며 드론 방역을 했다. 이날 경남 창원시 성산구 반송여중에서도 해양환경공단 직원들이 드론으로 학교 시설물에 대한 방역 작업을 벌였다.

대한적십자사도 대구지역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한다는 명목으로 3일부터 대구지역에 있는 공원 등 다중이용시설에 드론방역 활동을 시작했다. 경기도 성남시도 코로나19 감염병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며 드론 항공 방역을 실시했다. 전북 정읍시도 3일부터 13일까지 지역 내 초·중·고 학교와 23개 읍·면·동 등 공공시설 161개소를 중심으로 드론 방역을 실시하기로 했다.

충북 충주시도 산척면 일원과 산척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산척중, 엄정초, 신명중, 충원고등학교 등 5개 학교에 대해 드론 긴급 방역활동을 펼쳤다. 강원 영월군은 개학을 앞둔 지역 내 초·중·고등학교 34곳 학교 운동장 및 건물 외곽 등에 드론을 이용한 방역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떤 곳에서는 몸에 해로운 방역 소독약을 뿌리고 있는 드론 바로 밑에서 관계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등 안전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방역 소독약을 실내외에서 무분별하게 대량 살포하는 과정에서 소독약 과다 노출로 인한 건강 위험도 우려되고 있다.

해충 잡는 드론 방역이 코로나19에도 도움 된다는 발상이 문제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은 "드론을 활용한 방역은 짧은 시간에 넓은 지역을 방역할 수 있고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에 있어 매우 효과적이다."며 "공원 등 다중이용시설에는 면역력이 약한 어르신들이 많이 방문하고 있어 이를 중심으로 방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적십자 대구지사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빨라지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라는 마음으로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학교 내 교실 및 복도 등은 인력으로 방역을 하지만 외곽지역은 인력으로 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빠른 시간 내에 효과적으로 방역을 할 수 있는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론 항공 방역은 다양한 농작물 해충 방제에 드론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잡는 데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발상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 간 전파가 이루어지는 바이러스와 농작물 해충 방제는 완전히 다른 것임에도 황당한 발상을 한 것이다.

코로나19는 사회적 거리 두기, 조기 환자 발견, 손 씻기 등 감염병 예방 수칙 준수 등으로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것이지 생태계를 소독하고 거리를 소독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해결에 기여하는 정도를 점수로 매긴다면 1점도 아닌 0점이다.

항공 방역을 벌이는 어떤 지자체는 지금까지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바이러스가 있지도 않은 공간과 지역에 아무리 많은 소독약을 뿌려보았자 무슨 소용인가. 미리 뿌려 둔다고 1주일. 한 달 뒤에 바이러스가 찾아와 소독약을 '먹고' 죽는다는 말인가. 비과학이 과학을 몰아낸 대표적 사례가 드론 항공 방역과 거리 소독이다.

한쪽에서는 소독약 낭비, 한쪽에서는 모자라 아우성

드론 크기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한 대당 한 번에 10리터의 소독약을 장착할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전국 기초 지자체별로 5대를 동원해 드론 방역을 한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1만5천리터 이상의 소독약을 뿌리게 된다. 실제 방역 효과는 제로이니 허비하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1~2주일 동안 동원되는 인력만 해도 연 수만 명에 이를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런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에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준전시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방역 대책을 신중하게 계획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허투루 돈을 낭비하는 일은 없는지, 엉뚱한 곳에 사람을 투입하는 일은 없는지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

그리고 잘못이 있다면 즉각 고쳐야 한다. 하지만 지적해도 고치려 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방역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신문과 방송에 이벤트 소식이 보도돼 기관장이나 총리, 대통령이 보고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지금 대구·경북 지역 등 일각에서는 소독약이 모자라 아우성이다. 또 보건의료 인력과 자원봉사 인력이 모자라는 곳도 있다. 시민의 관심을 끄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고 보기에는 그럴 듯 해 보이는 드론 항공 방역과 군 제독 차량 활용 방역 소독에 국민의 혈세와 인력을 낭비하지 말고 진짜 방역 일선 현장에 이를 투입해야 한다.

드론 항공 방역뿐만 군대의 제독차량을 이용한 거리 소독도 어처구니없기는 매한가지다. 35사단, 50사단, 수도방위사령부 등 하루에도 수백 명의 군인이 동원돼 길거리 소독을 벌이고 있다. 4일 오전에는 서울시의 요청으로 은평구 역촌역 인근에서 수도방위사령부 제독차량이 도로 방역 작업을 한 바 있다. 이 또한 황당무계한 방역이란 지적을 전문가한테서 줄곧 받았음에도 중단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언론, 황당한 드론 방역의 공범이 되다.

언론도 정부의 이런 무분별한 항공·길거리 방역의 조력자이다. 드론 방역이나 군부대 거리 방역이 이루어진다고 하면 취재기자와 사진·촬영기자가 현장을 달려간다. 제독차량이 움직이면 조금이라도 그럴듯한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사진기자들이 우르는 뒤를 쏜살같이 따른다. 정말 웃기고도 슬픈 현실이다.

다음날에는 영상과 사진·보도기사로 신문에 대문짝하게 실린다. 4일과 5일 거의 모든 언론이 신문과 방송 가리지 않고 드론 방역과 군부대 거리 소독 소식을 다루었다. 언론에서 관심을 가져주니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드론 항공 방역을 하고 군대는 거리에서 제독차량을 동원해 방역 소독을 하는 것이다.

'나쁜 방역'이 멈추지 않고 계속 코로나바이러스처럼 확산되는 배경에는 언론도 한몫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필자가 오랫동안 보건복지전문기자로 몸담았던 신문에서 드론 항공방역과 군 제독차량 도로 방역 모습 사진을 각각 크게 실었다. 정말 부끄러웠다.

황당무계한 방역 소독의 공범인 언론은 적어도 이와 관련해서는 비판 기능을 상실했다. 그 어느 언론도 잘못을 지적하려 들지 않는다. 그 지적을 하려면 먼저 자신들이 해온 '황당무계 방역 소독' 홍보보도를 반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언론은 보수·진보 성향 가릴 것 없이 자신들의 잘못은 인정하는 데는 너무나 인식하다.

박병주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대한보건협회장)은 "우리 상황이 아무런 방역 효과가 없는 거리 방역이나 항공 방역이나 하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며 "소독약도 모자라고 인력도 부족해 허덕이는 마당에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정부의 방역 대책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는 의지는 좋다. 하지만 그것을 적용할 곳이 있고 적용하지 않아야 할 곳이 있다. 드론 항공 방역과 거리 방역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에 맞지 않다. 총리와 대통령이 나서서 지금 당장 드론 방역과 거리 방역 감염병에 걸린 대한민국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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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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