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비례연합' 거부한 정의당, '역할분담론'에 무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비례연합' 거부한 정의당, '역할분담론'에 무게

민주당 비례대표 포기 전제한 '백낙청 방안' 주목

4.15 총선의 변수로 미래한국당의 연동형 비례대표 제도 왜곡 문제가 제기되면서 범(汎)진보 진영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일부 시민사회 원로들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민생당 등에 '비례연합정당'을 제안하고 민주당이 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정의당·민생당과 다수 시민사회단체는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제안한 일종의 '전략적 역할분담론'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4일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래한국당 문제에 대해 "비록 그것이 아주 나쁜 정치이고 꼼수 정치라 하더라도 '이왕 벌어진 일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걱정이 많다"며 "연동형 비례 의석수에 한해서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 이러이러한 결과가 나오니 거기에 대해서 같이 대처를 구체적으로 해야 되지 않느냐"하는 고민이 진보진영 내에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윤 원내대표가 걱정하는 '미래한국당 문제'란, 미래통합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의 허점을 찌르면서 제도의 취지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골자는, 정당 지지율과 의석 수를 일치시키는 것이다. 예컨대 전체 의석이 300석일 때, A당이 정당 지지율(비례대표 득표율) 40%를 득표한다면 이 정당이 '마땅히 가져야 할 의석'을 120석으로 본다는 것이 '연동형'의 요체다. 만약 이 정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100석을 확보한다면 20석을 비례대표로 더 주고, 120석 이상을 확보한다면 비례대표 의석은 받지 않는다.

패스트트랙을 거쳐 개정된 현행 선거법은 이런 '연동형'을 기본으로 하되, 현실적 요인을 고려해 △연동률을 하향 조정하고 △연동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 의석을 별도로 마련했다. 그것이 이른바 △연동률은 50%로, △비례대표 의석 중 연동률 적용을 받는 의석을 30석으로 '캡'을 씌운다는 조항이다. 따라서 40% 지지율 정당이 지역구에서 125석을 가져가도, '캡' 바깥의 비례 의석 17석에 대해서는 40%에 해당하는 비례 의석을 받는다. 반대로 10% 지지율 정당이 '마땅히 가져야 할' 30석 중 지역구에서 6석만 확보한다면, 나머지 24석을 비례 의석으로 채워주는 게 아니라 그 50%인 12석만 준다는 게 현행 선거법의 룰이다.

문제는 통합당이 '비례대표 득표 전문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이런 의석 배분 규칙의 틀이 흔들리게 됐다는 것이다. 예컨대 B당이 정당 지지율로는 30%에 그쳐 '마땅히 가져야 할 의석'은 90석이지만 지역구에서는 100석을 확보했을 때, 이 정당이 원래 가져가야 할 비례대표 의석은 '연동형 캡' 30석 가운데는 0석, '캡' 밖의 17석 가운데 30% 해당 부분이다. 그러나 B당이 '자매 정당'인 B'(다시)당을 만들어서 20%의 정당 득표를 이 당에 몰아줄 경우(B당은 비례 무공천, B'당은 지역구 무공천) B당은 지역구 100석을, B'당은 60석×50%인 30석을 배분받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백낙청 교수는 "위장 계열사", "본사에서 경영하면서도 법적인 책임은 없다고 잡아떼는, 우리 사회에 흔한 기업행태"에 비유하기도 했다. 다만 이를 '개정 선거법의 오류'라거나 '민주당 등 4+1이 허점을 간파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선거법을 개정했다'고 비판하기도 마땅치 않다. 한국의 현행 '준연동형'에 모델을 제공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의 본산은 독일이지만, 독일에서도 '위성 정당'을 만드는 일은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이제까지 독일 정치에서 위성 정당이 등장한 경우가 없을 뿐이다.

민주당 일각과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때문에 '우리도 자매정당을 만들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날 중앙선관위에 창준위 결성신고를 마친 '정치개혁연합(가)'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정의당은 반대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가짜에 또다른 가짜로, 불의에 불의로 맞서는 방법이 아니라, 원칙에 부응하면서 범진보개혁(세력)이 윈윈할 수 있는 정당한 방법을 찾고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이날 말했다. 전날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위헌적인 위성정당의 배에는 몸을 실을 수 없다"고 말한 것과 같은 취지다.

윤 원내대표가 말한 '정당한 방법'이란 무엇일까. 그는 "저희들은 모든 것을 포함해서 하되, 원칙과 정도를 지키면서 가치와 정책을 실현하는, 정치개혁의 본령을 관통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예를 들면 백낙청 교수의 글을 보셨을 것"이라며 백 교수가 제기한 논의를 "역할분담론"으로 규정했다.

백 교수는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통합당이 제1당이 된다면 민주당뿐 아니라 전체 개혁세력이 위기에 처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면서 "총선에서 통합당이 '최대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비례대표 당선자가 한 명도 없는 당이 5~6석의 비례대표 의원이라도 추가된 민주당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지리라는 예측은, 민주당이 자충수를 연발해서 지역구에서마저 '폭망'했을 경우에나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그러면서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인위적' 정계개편을 하는 동안 민주당은 개혁 우호세력과 '덜 인위적'인 원내 연대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이들을 모두 합해도 과반수가 안 되는 참상이 벌어지는 사태는 민주당 스스로 만들지 않고는 어려울 것"이라며 "민주당 비례대표 한두 명 더 당선시킬 표 수면 우호정당의 의석수를 10석 이상 늘려줄 수 있고 원외 정당의 국회입성을 성취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진보진영 원로라는 분들이 제안한 선거연합 정당은 물론 민주당이 만드는 '꼼수 정당'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현실성이 별로 없는 제안"이라며 "이제 와서 군소정당들한테 '우리가 비례대표를 좀 많이 차지해야겠으니 개정 선거법상 당신들이 획득할 것으로 기대되는 의석 일부를 넘겨다오'라고 한다면 얼마나 통할까"라고 비판하고는 "냉정을 되찾아 △지역구 선거에서의 민주당의 선전과 △정당명부제 투표에서 우호 세력의 약진을 위한 전략을 마련할 때"라고 제안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진보진영에서 나온 '지역구는 민주당에, 비례대표는 진보정당에' 분산 투표하는 전략의 수정판에 가깝다.

윤 원내대표는 이같은 백 교수의 제안을 언급하면서 "정의당이 단순히 원칙을 지키고 고집을 하는 게 아니라, 보다 유연하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식을 했으면 좋겠다"며 자신이 심상정 대표에게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회동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만나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예를 들면 방식도 정치개혁연합 등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소수 진보정당이 어떤 형태로라도 국회에 진출해서 다양한 자기 목소리를낸다는 것이 정치개혁의 원 목표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는 "정의당·녹색당·우리미래당·청년당 등이 녹색, 노동 문제 등 여러 부분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정치적 가치를 공유하면서 풀어낼 수 있는 방식도 있고, 그것을 저희들이 만들어낼 수도 있다"며 "이것을 단순히 '캡' 안의 부분을 어떻게 어떻게 나눌 것이냐에만 중심을 놓는다면 정치개혁의 본 가치를 훼손하고 본말이 전도된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미래한국당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종대 의원도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심 대표가 이해찬 대표한테 '이 문제로 만나서 이야기 좀 하자'고 지난 1일에 얘기했는데 아직 답변이 없다"고 같은 취지의 말을 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비례후보를 만들어 새로운 위성정당에 참여한다' 또는 '선거연합당을 만든다' 우선 이런 부분에 분명히 선을 그어주면 범진보진영의 공동대응을 위한 논의에 얼마든지 문을 열어놓을 수 있는 것이고 녹색당·우리미래당 등과 충분히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민주당이 자기 기득권을 내려놓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온전히 구현할 수 있는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왜 논의가 불가능하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 역시 "지금 이런 방식은 아닌 것 같고, 민주당의 최재성 의원 안도 좋고, 백낙청 교수가 낸 그런 안도 좋다"면서 "민주당이 단순히 '과반 의석을 뺏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으로 접근하는 것이라면 응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 문제는 워낙 민감하기 때문에 어제도 당내에서 거의 하루 종일 논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저희도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방법은 여러 가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