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도쿄 올림픽 취소 가능성"을 언급해 파문이 일고 있다. 실질적으로 올림픽이 취소될 가능성을 거론하는 건 아직 시기상조이지만, 만일 이 같은 움직임이 일어난다면 '올림픽 특수'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 암울한 뉴스가 된다.
25일(현지시간) <AP> 등 외신을 종합하면 딕 파운드 IOC 위원(전 IOC 부회장)이 "코로나19로 인해 올 여름 도쿄 올림픽 개최가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IOC는 올림픽을 취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올림픽을 연기하거나 개최장소를 옮기는 것보다 (취소가) 현실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운드 위원은 이어 "도쿄 올림픽 운명을 정하는 데 2~3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5월경 개최 여부를 최종 판가름하게 되리라고 주장했다.
도쿄 올림픽은 오는 7월 24일로 개막일이 예정됐다. 만일 올림픽이 취소된다면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올림픽이 취소된 사례를 제외하면 최초의 사태가 된다. 올림픽 취소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파운드 위원 주장의 신빙성은 떨어지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올림픽에 관한 부정적 보도가 속출하는 현상 자체가 일본으로서는 달갑지 않다.
한국 내에서 일부 반일 민족주의자를 중심으로 도쿄 올림픽에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는 목소리가 있으나, 도쿄 올림픽을 향한 부정적 전망이 제기되는 건 한국으로서도 결코 반갑지 않은 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최악의 상황에 빠진 한국 경제가 위기를 극복할 돌파구로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벤트가 도쿄 올림픽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본과 가장 가까운 나라다. 중국과 달리 시차도 없다. 외국 선수단의 전지훈련단 유치를 위해 당장 각 지자체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에 비해 저렴한 체류비, 안전성 등을 홍보 주제로 내건 가운데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을 수 차례 유치한 결과 보유한 국제 규격 경기장도 외국에 홍보하고 있다.
인천시의 경우 인천관광공사·인천시체육회·한국관광공사경인지사가 손잡고 외국인 선수단 유치 마케팅을 공동으로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과 호주(이상 사격), 영국, 우크라이나, 이탈리아(수영) 국가대표팀 전지훈련을 유치했다.
일본과 가장 가까운 부산시도 외국 체육계를 대상으로 전지훈련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캠프 부산'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외국인 손님맞이 준비를 그간 해 왔다.
대한레슬링협회는 아예 경남 양산시를 레슬링 전지훈련 도시로 정하고 외국 선수단에 이를 홍보해 왔다.
한국은 이미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외국 선수단 유치로 재미를 본 사례가 있다. 40개국 선수단이 중국 현지 대신 한국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이 같은 특수를 다시금 바라보는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당장 올림픽에 맞춰 장기간 휴가를 낸 후 일본을 찾은 외국 관광객을 한국에도 유치하기에 도쿄 올림픽은 최적의 이벤트다. 일본을 들른 외국인 관광객에게 바로 인근의 한국 방문을 유도하기에 가장 적합한 소재가 올림픽과 '일본과 가까운 한국'이기 때문이다.
한류붐을 타고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입국할 외국인 관광객 특수는 특히 내수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에는 중요한 홍보 아이템이다. 특히 코로나19 여파 직격탄이 떨어진 상황에서 관광객 유치는 지자체가 기댈 가장 큰 버팀목이다.
한국 산업체에도 도쿄 올림픽은 놓쳐서는 안 될 특수다. 당장 TV 생중계가 지구적으로 일어나면 TV 등 백색가전 수요가 커진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글로벌 메이커는 물론, 이들 납품업체에도 수요 진작에 따른 실적 회복의 기회가 된다. 아베 정부의 역사 인식 문제로 인해 경색된 한일 양국 문제를 극복하고 제품 광고에 나서기에 올림픽은 가장 좋은 소재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경제 의존도가 큰 한국이 특히 큰 충격을 받을 것이 뻔한 상황에서 한국 산업계는 도쿄 올림픽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외 금융기관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하리라는 전망을 내놓는 가운데, 브이(V)자 반등을 기대할 몇 안 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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