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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프리즘] '자승자박' 대통령 활용 '선거 기생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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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프리즘] '자승자박' 대통령 활용 '선거 기생충학'

사진 왼쪽이 더불어민주당 전북 전주시 을 선거구의 이상직 예비후보ⓒ프레시안, 네이버 블로그


대한민국 전체를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영화 '기생충(PARASITE)'.

영화 하나로 온 국민은 요즘 가슴 속에 자랑스럼을 지니고 다닌다. 이른바 사회 곳곳에 '기생충학'이라는 분위기가 퍼져 날라지고 있다. 영화 하나에 국민 모두가 빨려들어가고 있다.

정치에서도 '기생충학' 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특히나 얼마 남지 않은 21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는 더욱 더 그런 것 같다. 대통령을 활용한 '선거 기생충학'이 만연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통령의 그늘에 붙어 대통령의 영양분을 빨아먹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들의 선거사무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나란히 촬영한 사진이 들어간 현수막이나 홍보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통령과의 친분 과시가 선거전략에 어느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전북 전주시 을 선거구의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예비후보가 대통령을 활용한 '선거 기생충학'의 표본을 보여주며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단적인 주인공의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스타항공을 설립하고, 지난 19대 국회의원을 전주 완산 을 선거구에서 지낸 이상직 예비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후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선거의 당내 경선에서 낙천했다. 그리고 그는 중소벤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지내고, 국회의원 선거에 나오기 위해 사표를 냈다.

그런 그가 지난 15일 전주시 서신동의 한 교회에서 열린 아파트입주자 간담회 석상에서 '대통령의 선거 개입' 오해를 살 수 발언과 이익제공의 의사표시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그의 발언이 담긴 3분 22초짜리 동영상을 보면 "3년(동안) 대통령을 모시다 보니까는 이 지역에 조금 활동이 적었다. 근데 1월달에 겨우 사표를 (대통령이) 수리해줬다. "(대통령이) 가서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를 꺾어라" 이렇게 했는데..."라며 속칭 '대통령'을 팔아먹었다.

'대통령'을 이용한 발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이상직 예비후보의 선대위는 지난 17일 오후 늦게 "이 예비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 이상직 후보의 인사말이 문재인 대통령께서 정운천 의원을 꺾어라라고 했다는 뉘앙스의 보도를 했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자료를 냈다.

사실과 달랐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상직 예비후보의 발언이 동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무엇이 사실이 다른지 모르겠다. 대통령 후광에 기생한 사실을 부정하고 싶어겠지만, 안타깝게도 이상직 예비후보의 발언은 이미 세상이 다 알아버렸다.

대통령에게 민폐를 끼쳐 버린 '선거 기생충학'을 만든 장본인이 된 것이다.

이상직 예비후보의 대통령 활용 '선거 기생충학'은 공교롭게도 그가 발언한 '정운천' 의원에게도 씻을 수 없는 과거로 남겨져 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초대 농림수산식품부장관(현 농림축산식품부)을 역임한 정운천 의원은 지난 2010년 전북도지사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 바 있다.

당시 전북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유치로 떠들석할 때. 이 당시 정운천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교감을 내세우며 LH 일괄유치를 꺼내들었다. 일괄유치에 대한 대통령과의 교감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정 의원은 "(도지사)출마를 고심하면서 각 관계 부처 장관들과 청와대 수석들을 만났고, 여당 대표와 주요 당직자들도 만난 것은 물론, 대통령과도 깊은 대화를 통해 지역 장벽 허물기라는 내용에 깊은 공감을 얻었다"고 밝히면서 LH공사 일괄유치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특히 정 의원은 "이 하나(LH공사 일괄유치)를 가지고 (도지사 출마 결단하는데)두 달을 버텼다"면서
"두 달 동안 모두 말한데로 다 만났다. 다만, (도지사)후보 입장에서 더 이상의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고 말해 사실상 일괄유치에 대한 대통령의 약속을 받아놓은 상태를 강조하며 선거전을 펼쳤다.

그러나 그의 말은 이후 당시 청와대에서 사실무근이라고 발끈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버렸다. 대통령을 활용한 '선거 기생충학'이 물거품이 돼 버렸던 것이다.

정 의원은 당시 전북도지사 선거에서 낙선의 쓴 맛을 보긴 했지만,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는 성공하기도 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사람이나 생물의 몸안이나 밖에 붙어살면서 영양분을 빨아먹는 동물'을 '기생충(寄生蟲)' 이라고 한다.


대통령이 국회의원 선거에나 활용하라고 있는 자리가 아니다. 설령 대통령이 사담으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이상직 예비후보만이 알겠지만, 이를 선거구민들이 앉아있는 자리에서 공공연하게 발언을 서슴치 않는 것은 대통령에게 민폐나 끼치는 언사 밖에 되지 않는다.

남에게 붙어 영양분을 빨아먹는 그런 생각이 되려 지역이나 주민들에게 적지 않은 고통과 아픔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곰곰히 되새겨보면 어떨까 싶다.

아카데미 수상 소감 중 "가장 개인적인 것이 창의적인 것"이라고 말했던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가장 개인적인 선거가 창의적인 선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승자박(自繩自縛)' 하는 일이 없으면 하는 이런 마음으로 진정한 '기생충학'을 생각하자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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