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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부 수준으로 한미동맹 재검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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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부 수준으로 한미동맹 재검토하라

[기고] KBS 1TV <시사기획 창>을 보고 느낀 점

KBS 1TV <시사기획 창>이 지난 15일 밤 8시 5분부터 50여 분 동안 방영한 '방위비 분담금 동맹 비용 청구서'는 시의 적절했다. 미국이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를 다섯 배나 올리겠다고 한 뒤, 두 나라의 마라톤협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이 한국 전쟁 전후부터 최근까지 한미군사관계, 특히 주한미군 방위비와 관련해 세세하게 보도한 것은 의미가 컸다. 다만 미국이 계속 한국의 방위비 부담 증액을 요구하는 이유, 한국이 그것을 왜 수용할 수밖에 없느냐는 핵심적 사유를 좀 더 심도 있게 추적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이 프로그램은 1966년 맺어진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5조가 '한국이 주한미군에게 제공하는 시설과 구역을 제외한 미군 주둔비용은 모두 미국이 부담한다.'로 되어있는데 반해, 1991년 예외협정인 방위비특별분담협정(SMA)을 두 나라가 맺었고, 첫 협정 당시 1073억 원이던 분담금은 지난해 1조389억 원으로 10배 가까이 뛴 데 이어 이제 무려 6조 원 가까운 액수가 언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은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두고 '미국은 자국에 지급한 이상 미국 돈'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회계 감시의 필요성 등 방위비 분담금 관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일부 한국 정부 당국자들이 "어쩔 수 없다"고 어정쩡한 태도를 취한다고 비판했다. 또 주한미군 기지의 환경오염 문제도 한국 정부가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양한 사례를 들어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합리적으로 다뤄지기 위해서는 SOFA 개정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제한된 시간의 탓인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최종적으로 한미군사 동맹, 즉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불평등 조항에서 비롯했다는 원천적 문제까지는 보도하지 하지 않았다. 이 점이 아쉬웠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주한미군 계속 주둔을 보장받기 위해 이승만 대통령이 애걸(?)해 만든 것으로, 21세기 유일무이한 불평등 군사조약이다. 또한 미국이 한국군의 전시작전지휘권까지 장악하고 있어 한국의 군사적 주권이 미국에 종속된 원인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 미국의 특권을 인정한 가장 핵심적인 장치인 4조는 미군의 한국 배치를 권리(right)로 표현하면서 한국은 그것을 허여(grant)하고 미국은 수용(accept)하게 되어 있다. grant, accept는 조건 없이 주고받는 의미의 외교용어다. 미국에 군사적으로 슈퍼갑의 위치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조약 4조의 부속협정 성격인 한미행정협정(SOFA)이 1966년 만들어져 주한미군의 부지와 시설을 한국이 제공하고, 이어 SOFA 제5조에 대한 특별예외협정으로 1991년 한미방위비분담금부담특별협정(SMA)이 만들어져 주한미군 주둔비를 한국이 부담하고 있다.

SOFA의 정식명칭은 '대한민국과 아메리카 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다. SOFA 5조는 '주한미군에 대한 시설과 구역은 한국이 제공하고 주둔 경비는 미국이 부담하는' 내용이며 SMA는 이 조항의 적용과 관련한 '예외적, 특별 조치'이다.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를 근거로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특별대우를 받는 국제법적 근거를 확보했고 전시작전지휘권까지 장악했다. 그 때문에 미국은 지난 수십 년 간 남한에 핵무기 등 각종 무기를 반입하고 북한 선제공격 카드를 대북 협상용으로 휘두를 수 있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맺어진 이후 미국 핵무기나 사드의 한국 배치에서 미국이 실효적인 사전 협의를 한국 정부와 하지 않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주한미군은 미국이 원하는 무기를 한국에 들여올 때 권리를 행사하는 것뿐이라고 조약이 보장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미국은 본토에서 주둔하는 것보다 엄청나게 저렴한 비용으로 군대를 유지해 왔다. 평택미군기지가 세계 최대 규모인 것도 이 조약에 근거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미국 행정부나 의회에서 한미동맹을 최상의 동맹으로 추켜세우는 이유가 여기에 일부 있다. 그런데도 미국은 최근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을 앞세워 그런 특혜를 더 요구하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관련해 박정희 정권하에서 그에 대해 세세한 부분까지 분석하고 미국에 그 개정을 요구했다는 사실은 국가 간 관계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느냐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많은 사례의 하나다. 박정희는 월남 파병을 놓고 미국과 벌인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차지철에게 파병 반대운동을 벌이라고 비밀리에 지시했다(동아일보 2006년 9월 27일). 그에 따라 차지철을 비롯한 55명은 1966년 3월 12일 '한미상호방위조약의보완개정촉구에관한건의안'을 국회 외무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어 국회는 같은 해 7월 8일 "한국방위문제와 한미 양국 간의 군사적 제휴 및 재한 외국군대의 지위를 결정하는 제반 조약과 협약을 정부는 재검토하여야 하며 시국 변화에 따라 현실성 있고 주권이 보전되는 내용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보완 개폐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는 건의안을 통과시켰다(프레시안 2010년 5월 13일). (☞관련기사 : "주한미군 일방적 철수를 막아라" 선봉에 선 차지철)

이에 따라 국방부는 1966년 10월 한미동맹 자체 검토 결과를 외무부에 보내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고 10여년이 지나면서 발생한 국제정세 변화 등으로 이 조약의 전면적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특히 이 조약 제4조의 경우 미국이 한국의 영토 내와 부근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을 한국이 허여하고(grant) 미국은 이를 수락(accept)하는 권리(right)로 규정하고 있어 그 목적과 책임한계가 불분명해 '주한미군의 독자적인 행동으로 한국의 안보에 유해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이 한국 정부의 견해와 달리 미국의 전략 무기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을 한국이 저지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그런 우려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미군의 병력과 장비의 중요한 변경 등에 대해 사전협의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미국에 보장된 특권은 사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를 한국이 수용할 수밖에 없게끔 했다. 중국은 이를 경계하면서 한국을 상대로 취한 보복조치를 아직도 풀지 않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한미동맹관계를 빌미로 자국을 향한 군사적 위협을 강화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한미동맹의 약한 고리인 한국을 공략하고 있다. 오늘날 한중 무역은 한미 무역을 능가하는 수준이 됐다. 쾌적한 한중경제관계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한미군사동맹관계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필리핀과 미국의 방위협정처럼 주권국가간의 평등한 관계를 보장한 군사관계로 바꾸는 것과 같은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리핀과 미국의 군사관계를 보면, 1947년에 합의된 두 나라의 기지 협정이 폐기되어 미군이 1991년 필리핀에서 전면 철수했다. 그러나 9.11사태 이후 미국과 필리핀의 안보조약이 재건되어 2014년 두 나라가 합의한 방위협력강화협정(ECDA)이 체결되었다. 이 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필리핀에 영구적인 군 주재나 군사기지를 만들 수 없고 핵무기의 필리핀 진입은 금지된다.

미군은 이 협정에 따라 필리핀 정부의 초청을 받고 필리핀군에 의해 소유, 통제되는 지역과 시설만을 이용할 수 있다. 주한미군처럼 독자적인 부대 이용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 협정은 두 나라가 태평양지역에서 외부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두 나라 외무장관이 이 조약의 적용문제 등을 협의한다. 무력을 동원한 공격 등이 두 나라에 의해 취해졌을 경우 이를 유엔 안보리에 즉각 보고한다. 이 협정은 10년이 시한이며 어느 한 쪽이 종료의 의사를 통보한 뒤 1년이 지난 뒤 폐기될 때까지 유효하다. 한미상호방위조약과 ECDA를 비교해 보면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점을 언론이 지적하면 한미동맹의 합리적 수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KBS가 향후 한미군사동맹 등에 대한 보도를 할 경우 그 핵심 근거가 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대해 상세히 다뤄주는 것이 시청료를 받는 공영방송의 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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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전 한겨레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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