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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레이온' 녹색병원처럼, 가습기살균제 치료센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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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레이온' 녹색병원처럼, 가습기살균제 치료센터 필요"

한국역학회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신체적, 정신적, 전생애적"

"어머니보다 제가 먼저 죽을 것 같아요. 한 30미터 가면 섰다 가야 돼요. 산소 호흡기를 꽂고 있는데도 그래요."

"달리기 뛰면 아이는 항상 꼴등을 해요. 거기에서 오는 좌절감. 그럴 때마다 힘든 게 눈에 보이죠. 혼자서 울고 있을 때도 봤고."

"살아가야 되는데 내 자식이 한 번도 시원하게 숨을 쉬어본 적이 없을 거라는 걸 짐작하면 너무 미안하죠."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인터뷰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말이다. 사건이 발생하고 10년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특조위가 한국역학회에 의뢰해 진행한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정 1152가구 조사결과'가 18일 포스트타워에서 발표됐다. 작년 3월 역학회의 피해가정 100가구 조사 결과 드러난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더 넓은 범위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통합치료지원센터 설립 등 정책 제언도 나왔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신체적, 정신적, 전생애적"

역학회 조사 결과 피해자들은 신체 여러 부위의 건강 피해를 호소했다. 구체적인 질환 비율은 성인의 경우 폐질환 83%, 코질환 71%, 피부질환 56.6% 순으로 나타났다. 아동·청소년의 경우 코질환 86.5%, 폐질환 84.1%, 피부질환 65.2%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안과, 심혈관계, 내분비계, 심장, 신경계 질환 등이 보고됐다.

임종한 인하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호소 증상이 폐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장기에서 나타나고 장기 손상 양상도 염증, 섬유화 등 폐와 비슷하게 나타난다"며 "살균제가 폐에 머물지 않고 혈액을 타고 다른 장기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김동현 한국역학회장은 "지금의 양상을 보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새 질환이 촉발되는 게 드러나는데 어릴 때는 신경계, 어른들은 심혈관계, 내분비계 등에서 주로 질환이 나타난다"며 "가습기살균제 피해 질환은 생애 말기까지 여러 형태로 나타나는 질환일 수 있다"고 전했다.

정신적 피해도 심각했다. 성인의 경우 자살을 생각한 사람의 비율은 49.4%, 자살을 시도한 사람의 비율은 11%로 조사됐다. 일반인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아동·청소년의 경우 자살 생각 비율은 15.9%, 자살 시도 비율은 4.4%였다.

또, 성인 피해자 78.9%가 만성적 울분 상태에 처해 있었다. 유명순 서울대보건대학원 보건정책관리학과 교수는 "동일한 기준으로 조사한 국내외 문언 97개를 다 봐도 이토록 심각한 울분 현황은 보고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통합치료지원센터와 피해자 중심성 강화 필요"

역학회는 이번 연구를 "정책 연구, 문제해결형 연구"로 규정하며 '가습기 질환이 신체 여러 부위에서 전 생애적으로 나타나며 정신적 고통도 크다'는 연구결과에 바탕해 몇 가지 대응 방안을 제언했다.

역학회는 우선 가습기살균제 건강 피해를 '가습기살균제증후군'으로 정의할 것을 제안했다. '증후군'은 하나의 질환에 여러 증후가 나타나는 경우 이를 묶어부르는 말이다. 의료, 법, 제도 등 여러 면에서 폐 질환 중심으로 가습기 질환에 접근하는 방식을 버려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역학회는 전문성을 갖춘 통합치료지원센터 설립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를 통해 통합적 치료, 장기추적 모니터링, 피해자 의료이용자료 통합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이 이뤄져야 신체적, 정신적, 전 생애적으로 나타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원진레이온 이후 녹색병원이 설립되어 산업재해 문제에 크게 기여했듯 가습기살균제 사건이라는 유례없는 환경참사에 대응하는 중심 센터 하나는 있어야 한다"며 "피해자가 여러 병원을 찾아다녀야 하는 현재의 구조는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및 지원 시스템에서 피해자 중심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기관이 없는 상황에서 피해에 일차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의료기관이나 행정기관이 피해자의 감정이나 바람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아 피해자들이 좌절하는 경우가 관찰됐으며, 피해자 중심의 피해 구제 가버넌스도 구축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역학회는 피해자 범위 확대, 인과관계 입증책임 전환, 배·보상 규모와 절차 현실화를 위한 현행 가습기살균제특별법의 즉각 개정을 촉구했다.

이번 연구는 현재까지 드러난 피해가정 4953가구 중 조사에 동의한 1152가구에 대해 수행됐다. 2017년 한국환경보건독성학회 연구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전체 수는 49~56만 명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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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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