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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 '대선 후보 샌더스'는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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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 '대선 후보 샌더스'는 악몽?

[2020년 美 대선 읽기] 뉴햄프셔 경선 '샌더스 1위'를 둘러싼 복잡한 시선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2월 3일 아이오와주, 11일 뉴햄프셔주, 2차례 민주당 경선에서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아이오와에서는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 시장에게 득표율 0.1% 차이로 뒤지는 안타까운 2위를 기록했고, 뉴햄프셔에서는 부티지지 전 시장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단순 득표수만 놓고 보면 샌더스 의원이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모두 1위를 했다. (미국 대선 경선은 복잡한 방식의 득표율 계산과 대의원 배분 방식으로 최종 승자를 결정짓기 때문에 현재 등록 대의원 수를 기준으로 보면 부티지지 시장이 23명, 샌더스 의원이 21명,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이 8명, 에이미 클로버샤 의원이 7명,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6명 순이다.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1991명 대의원 확보(전체 등록 대의원 3979명의 과반)가 필요하다. 필자주)


아직 경선 초반에 불과하지만, 분명한 것은 민주당 내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의 표가 샌더스 의원으로 모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뉴햄프셔 경선 승리를 기점으로 미국 언론들은 샌더스 의원이 민주당 후보가 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경선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는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뒤지는, 때로는 같은 진보성향의 워런 의원에게도 뒤지는 성적표를 받았었다. 그의 예상 밖 선전에 오히려 민주당 내부가 흔들리고 있다. 현재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을 둘러싼 복잡한 정치 현실 때문이다.

▲ 11일 밤 뉴햄프셔 경선 1위가 확실해진 뒤 지지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는 샌더스 의원.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제공

'클린턴'으로 상징되는 중도가 25년간 지배해온 민주당


지난해 11월 말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오바마는 샌더스 의원이 앞설 경우 그를 저지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측근들에게) 말했다"고 보도했다. 대중들에게 '진보주의자'로 인식되는 오바마 대통령이 진보성향의 샌더스 의원을 '디스'하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도 자유주의(liberal) 노선에 충실한 민주당의 자장 안에서 대통령 후보가 되고 대통령을 지낸 정치인이다.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무소속의 샌더스 의원과는 정치적 뿌리가 다르다.

실제로 오바마 전 대통령 뿐 아니라 샌더스 의원이 후보가 될 경우, 민주당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하는 정치인들이 많다.

2016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경쟁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지난 7일 샌더스 의원이 대선후보가 될 경우 "달(정치적 목표, 희망)의 전달을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대중들의 신뢰를 잃게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7일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샌더스 의원의 의료보험 개혁 정책(메디케어포올, Medicare for All)에 대해 "민주당을 분열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클로버샤 의원도 메디케어포올 정책에 대해 찬성하는 당내 상원의원이 몇명 되지 않는다며 공격에 가세했다.

'NBC뉴스'는 12일(현지시간) "민주당 주류에게 샌더스의 정치와 정책은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며 "당내 다수의 국회의원들은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며 그의 의료와 교육정책 등이 급진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처방이라며 불안해 한다"고 밝혔다.

이 언론은 "샌더스가 후보가 된다면 1992년 빌 클린턴에서 2016년 힐러리 클린턴까지 온건주의자와 제도주의자를 대선주자로 뽑는데 25년을 보낸 정당의 거대한 변화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중도성향 지지자들의 불안감...1)사회주의자 2)확장 가능성 3)포퓰리스트

국회의원 등 민주당 주류의 불안은 자신들의 자리와 권력이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중도성향 유권자들의 불안은 '샌더스가 트럼프를 이길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다. 샌더스 의원의 본선 경쟁력이 의심 받는 지점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사회주의자 논란. 바이든 전 부통령은 뉴햄프셔 경선을 앞두고 지지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는 우리 당에 '사회주의자'라는 꼬리표를 붙이려고 필사적이다. 우리는 그가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뉴햄프셔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여러분의 도움으로 급진사회주의자인 민주당을 물리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는 샌더스 의원이 민주당 후보가 될 경우, '민주주의(자유주의) 대 사회주의'라는 전선을 만들어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둘째, 확장 가능성. 민주당의 중도 그룹에서는 샌더스 의원이 후보가 될 경우 뚜렷한 진보 성향 때문에 중도층 유권자들을 흡수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이들 중 교외 지역의 중산층 유권자들 중 다수가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인 국정운영 방식에 실망해 2018년 중간선거에서는 민주당으로 돌아섰다. 샌더스 의원이 과연 이들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샌더스 의원이 후보가 될 경우, 무당층, 중도성향이 확고한 민주당 지지자들, 트럼프 대통령을 찍고 싶지 않은 공화당 지지자 등을 끌어안을 가능성이 다른 후보에 비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셋째, 정책 실현 가능성. 의료보험 개혁, 대학 학자금 개혁, 그린 뉴딜 등 샌더스 의원의 대표 공약이 과연 얼마나 실현 가능하냐는 비판이다. 특히 메디케어포올은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데 어떻게 충당할 것이냐, 중산층의 증세가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샌더스 의원은 이에 대해 부유세 등을 통해 충당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NBC뉴스에 따르면, 바이든을 지지하는 한 유권자는 샌더스의 공약에 대해 "매일 점심으로 피자와 아이스크림을 약속하고 배달하지 못하는 고등학교 학생회장 후보 같다"고 비판했다. 샌더스 의원이 실현 불가능한 허황된 공약을 앞세워 인기를 얻으려는 '포퓰리스트'가 아니냐는 의심이다.


힘 빠진 바이든, 경험 부족한 부티지지, 무색무취 클로버샤

이런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샌더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중도성향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고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해왔고, 민주당 정치인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확보한 바이든 전 부통령은 아이오와에서 4위, 뉴햄프셔에서 5위라는 충격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바이든이 흔들리면서 부티지지 전 시장과 클로버샤 의원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두 사람 중 어느 한 명으로 지지자들이 결집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클로버샤 의원이 뉴햄프셔에서 20%에 가까운 득표율을 얻으며 3위로 치고 올라오면서 부티지지의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38세의 젊은 나이가 장점이기도 하지만, 인구 10만 명 규모의 소도시 시장을 지낸 것 이외에 연방정치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경험 부족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라는 정체성 문제가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에게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 부티지지 전 시장은 흑인 유권자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0%대로 조사된 경우가 있을 정도로 유색인종들에서 지지율이 낮다.

여성 후보인 클로버샤 의원은 TV 토론회 때마다 두각을 나타내는 합리적이며 조정 능력이 뛰어난 정치인이지만, 그의 대표 공약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클로버샤가 아니면 안 된다'는 답을 주는 것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대선 실패 후 '고인 물' 민주당이 샌더스를 부활시켰다

권력과 돈과 사람이라는 모든 자원을 갖고 있는 민주당 주류에서 '트럼프 대항마'를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2016년 힐러리 클린턴에게 분패한 샌더스 의원이 다시 유권자들의 레이다망에 포착된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대선 패배 이후에도 '(힐러리) 클린턴'으로 상징되는 민주당 주류는 물러나지 않았다. 이들은 트럼프 정권 3년 동안 '안티 트럼프'로 연명해왔다. 대안적인 정치노선, 대안적인 정치인을 만들어내는데 실패한 민주당 주류가 오바마 정권에서 부통령을 지낸 77세의 노장 바이든 전 부통령을 내세워 '안전한 레이스'를 하려다가 결국 민심의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논란에 대해 샌더스 의원은 12일 NBC뉴스와 인터뷰에서 "세상이 변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나라에 재앙이었고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위험한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형적이지 않다. 그를 이기기 위해선 파격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11일 밤 뉴햄프셔 승리가 확실해진 뒤 지지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오늘의 승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종말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며 "오늘의 승리는 단순히 트럼프를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를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샌더스 의원이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 아직 모른다. 그러나 2번의 경선을 통해 확인된 것은 그의 승패와 무관하게 민주당의 변화를 추동하는 힘이 역치에 다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샌더스를 지지하는 민주당 내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은 2016년 대선 패배 이후 주류세력들이 물러나지 않고 여전히 권력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어떤 변화도 꾀하지 못한 것에 대해 크게 분노하고 있다"면서 "민주당 내 중도와 진보진영 간의 싸움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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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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