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햄프셔주에서 있었던 11일 대선 경선(프라이머리)에서 민주당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각각 승리했다.
민주당 경선 결과, 샌더스 의원이 1위(25.9%),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밴드 시장이 2위(24.4%),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3위(19.8%),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4위(9.3%)를 차지했다. 본격적인 경선에 들어가기 전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8.4%로 5위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흔들리는 민주당 중도 유권자들...부티지지로 모아지지 않아
뉴햄프셔 지역은 원래 샌더스 의원이 강세를 보이던 지역이라는 점에서 그가 선두를 지킨 것은 크게 놀랍지 않다.
오히려 이변은 중도성향의 후보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3일 아이오와 경선에서 부티지지 전 시장이 1위를 차지한데 이어, 이날 뉴햄프셔 경선에서는 에이미 클로버샤 의원이 20%에 가까운 득표율로 3위를 차지했다.
아직 경선 초반이고, 아이오와(41명)와 뉴햄프셔(24명)에 배당된 대의원 수가 매우 작다는 점에서 충분히 역전 가능성이 있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을 받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 이유는 경선 투표장으로 나온 민주당 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짐작이 가능하다. 민주당 유권자들 중 81%가 트럼프 정부에 대해 '분노(anger)'하고 있으며, 응답자의 60%가 "트럼프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기준으로 투표를 하겠다고 답했다.(11일 CNN 경선 현장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전 부통령이 흔들리는 이유는 그가 "트럼프를 상대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프레시안과 전화 인터뷰에서 "중도층 유권자들의 표가 집중될 후보가 아직 안 보인다"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주춤하는 이유는 캠페인이 너무 힘도 없고, 오바마 정부 때 이야기의 재탕에서 더 나아간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갈 곳을 잃은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이 아이오와에서는 부티지지, 뉴햄프셔에서는 클로버샤를 대안으로 시험대에 올려놓고 살펴보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이날 클로버샤 의원이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것에 대해 "뉴햄프셔는 프라이머리라서 무당적 유권자들도 많이 참여를 했는데, 이들 표 중 상당수가 클로버샤에게 간 것 같다"며 "중도 성향이면서 연령대가 높은 유권자들 중 상당수는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인 부티지지 전 시장을 선뜻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도 유권자의 표심이 어디로 갈 것인가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강세를 보이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와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경선에 합류하는 3월 3일 '슈퍼 화요일'이 지나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블룸버그 전 시장이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상승세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블룸버그 죽이기'에 나섰다"며 "블룸버그 전 시장도 충분히 검증된 후보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본소득'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앤드류 양 후보가 중도 사퇴를 선언했다. 대만계 사업가 출신인 양 후보는 아이오와에 이어 뉴햄프셔에서도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자 선거 운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양 후보는 특정 후보 지지 의사를 아직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책적 노선에서 샌더스 후보와 가깝다.
트럼프, 1만 명 지지자 모아놓고 대규모 유세...민주당 '조롱'
공화당 경선은 투표 마감을 한 지 1시간도 채 안 돼서 트럼프 대통령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86.6%, 빌 웰드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8.1%를 얻었다.
2016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뉴햄프셔 지역에서 승리로 후보 자리를 굳힌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뉴햄프셔 맨체스터를 찾아 유세를 하기도 했다. 10일 맨체스터 남뉴햄프셔대 체육관에는 1만2000여명의 지지자가 모여 환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의 도움으로 급진 사회주의자인 민주당을 물리칠 것"이라면서 "가장 약한 후보는 누구인가. 나는 모두 약하다고 생각한다"고 엄청난 자신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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