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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대선후보 경선 1위, 한국은 대학 입학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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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국은 대선후보 경선 1위, 한국은 대학 입학 포기

[기고] 트랜스젠더 여대 입학 및 군 복무 논란을 보며…

미국은 동성애 정치인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대학 입학 예정이었던 트랜스젠더 여성이 입학을 포기하는가 하면, 육군은 현역 군인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하자 강제전역 시켰다.

인간의 성적 정체성은 유전자나 호르몬 등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개인의 선택 사항이 아니며 타고난 체질과 같은 것이며 동성애와 같은 성적 지향성은 유전적 결과일 뿐, 개인적 선택이나 사회적 환경과 무관하며 후천적으로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제시되면서 서구 사회를 중심으로 그에 대한 뿌리 깊은 고정관념이 폐기되고 있다. 성적 소수자는 이성애자 등과 동등한 인권과 권리를 누려야 할 존재로 인식되고 관련법도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1)

38살의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동성애자로는 최초로 미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해 예상을 깨고 박빙의 1위를 차지한 뒤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2015년 6월 미전역에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판결을 내리기 전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2018년 8세 연하인 남성 채스턴 글래즈먼(중학교 교사)을 남성 배우자로 자신이 여성 배우자로 결혼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하고 여자대학에 최종 합격했던 트랜스젠더 A 씨는 학내 반발이 불거지자 결국 등록을 포기했다. 트랜스젠더 여성의 군 강제 전역에 이어 여대 입학을 두고 벌어진 논란은 한국 사회의 성소수자에 대한 무지, 차별 금지에 대한 무감각은 물론 인권존중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의 후진성을 드러낸 것으로 그 시정이 시급하다.

부티지지 후보는 하버드 대학교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철학, 정치, 경제를 전공한 뒤 2007년 버락 오바마 대선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근무했다. 2009년 미 해군 예비군 소위로 입대하여 정보장교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았고, 29세의 나이로 2012년 1월 인구 10만 명인 사우스벤드 시에서 두 번째 최연소 시장이 되었다. 2014년 사우스벤드 시장직 재임 중 7개월간 아프가니스탄에 정보 장교로 파병되어 근무했다.

부티지지 후보는 2019년 1월 민주당의 2020년 대선 후보 경선에 입후보할 방침을 발표한 뒤 4월 14일에는 공식적으로 입후보를 선언했다. 그는 미국 역사상 최연소 대선 경선 후보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최근 시행된 아이오와 주 당 대회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가톨릭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가톨릭 신자이지만 종교계에서 기피하는 동성애 문제에 대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그는 유세장에 남편과 자주 동행하며 공개리에 포옹하는 등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는 남편과 결혼한 것은 신에게 가까이 가게 되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해 한 연설에서 자신의 동성애에 대해 비판하자 "동성애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나와는 관계가 없고 나의 신과 대화할 문제다"(<뉴욕타임스> 2월 1일 자)라고 응수했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2번째 경선인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오는 11일 치러지는데 후보들은 정치광고 등을 통해 치열한 유세를 펼치고 있으나 후보들은 9일 현재 부티지지에 대해 정치적 경력 등을 주로 거론할 뿐 성적 정체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 후부는 자신이 이란 핵문제로 씨름하고 있을 때 부티지지 후보는 사우드밴드 시의 뒷골목 활성화 계획을 추진했었다고 하는 등 부티지지 후보가 8년 동안 소도시 문제만을 다뤄본 경력으로 대통령 본선에서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식의 공격을 하고 있다.

미국 선거에서 동성애 합법화 이후 성소수자가 출마한 경우는 2016년 12월 미 오하이오 주의 프랜클린 카운티의 민주당 예비선거였다. 이 선거에 입후보한 생물학적 남성 테리 브라운 후보는 게이 정치인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재선을 노리고 출마했다. 그의 선거구에서 두 후보가 출마했는데 브라운 후보의 상대는 이성애자였다. 브라운 후보는 자신의 성적 지향이 게이라는 것을 자신의 이력에 밝히면서 동성 남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붙여놓았고 동성애자 권리 향상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는 캠페인을 벌였다. 당시 선거 양상은 과열 상태가 아니었고 현지 언론은 브라운 후보가 게이라는 사실을 부각해 보도하지도 않았다. 브라운 후보는 선거 결과 패배했는데 그것은 성적 지향이나 게이 권익에 대한 공약 때문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미 신시내티 대학 데이비드 니벤 조교수는 성적 소수자라는 사실이 유권자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브라운 후보의 선거전단을 통해 실시한 결과를 2016년 9월 과학전문지에 발표했다.2) 즉 후보가 단순히 게이라는 사실만으로 유권자에게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게이라는 사실과 게이 권리 증진과 같은 정치적 공약을 밝히는 것이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높인 측면도 있었다. 이는 과거 학자들이 게이 후보의 출마와 그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던 것이 비현실적이었다는 것을 드러냈다.

한국의 경우 동성애 등 성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나 진지한 관심 등이 매우 부족한 편이다. 중등학교 이상에서의 성적 소수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나 그 보호를 위한 제도 등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성인 사회도 심각하다. 예를 들어 성적지향, 학력, 출신 국가 등에 의해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지 않고 있다. 성적 소수자로 공개되는 것은 사회적인 낙인의 대상이 되면서 크고 작은 고통과 문제를 일으킨다. 한국 사회는 자신의 선택 사항이 아닌 정체성 등으로 인해 비난의 대상이 되거나 증오범죄 피해 우려가 커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유엔은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 지향, 학력 및 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2007~2017년까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한국 정부에 아홉 차례 권고했다. 그러나 이 법은 2020년 2월 3일 현재 제정되지 않고 있다.

참여정부가 2007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국정과제로 삼고 법무부가 입법예고까지 했지만 일부 종교 세력이 반대하면서 성적지향, 학력, 출신 국가 등 7가지 항목을 차별금지 사유에서 뺐다가 결국 폐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2012년 대선 때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했지만 2017년 대선에서는 차별금지법을 만들지 않겠다고 후퇴한 입장을 보였다. 사회권위원회가 2017년 '긴급하게(urgent)'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한 바 있는데 문재인 정부가 아직 아무런 조치도 취한 것이 없다. 정치권이 사회적 약자를 법의 보호망에서 벗어나도록 방치하는 것은 결국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동시에 사회적 약자들이 조롱과 폭력의 대상이 되면서 존재 자체를 위협당하는 현실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 이는 인권 보호에 바탕을 둔 법치를 외면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에서는 정부 당국이 성적 소수자의 존재를 공문서에 반영하는 것조차 거부되고 있고 범사회적 차별법이 여전히 제정되지 않아 LGBTQ('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퀴어'를 합쳐 부르는 말)가 당하는 고통은 매우 심각하다. 트랜스젠더 여성의 대학 입학과 성전환 수술 현역 군인의 강제전역을 둘러싼 논란은 바로 정부의 무책임, 무 소신에 그 뿌리가 있다 하겠다. 정부와 국회 등이 성적 소수자를 혐오하는 세력에 굴복해 국제사회의 인권존중 요구나 상식에 등을 돌리는 것은 국격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다.

동성애 결혼의 경우 네덜란드가 2000년 처음으로 합법화한 데 이어 2018년 1월 현재 유럽과 북남미, 호주 등 26개 국가가 그 뒤를 따랐고 대만, 오스트리아, 코스타리카 등 일부 남미 국가가 유사한 조치를 취했거나 그럴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적 지향성에 대한 지구촌 차원의 개선 작업은,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하는 국가가 증가 추세인 것처럼 매우 전향적이다. 그에 따라 많은 나라에서 그 사회적 평가나 정치적 권리 등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 명백하다. 이런 점을 살필 때 한국 사회도 어떤 선입견이나 정치적 입장 등에 좌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주>
1) Mark R. Joslyn, Donald P. Haider-Markel. Genetic Attributions, Immutability, and Stereotypical Judgments: An Analysis of Homosexuality. Social Science Quarterly, 2016; DOI: 10.1111/ssqu.12263 / University of Kansas. "Public understanding of genetics can reduce stereotypes: Genetic attribution lessened stereotypical judgements of homosexuality, gay marriage." ScienceDaily. ScienceDaily, 7 April 2016.

2) University of Cincinnati. "Should gay candidates come out of the (political) closet? Study says yes." ScienceDaily. ScienceDaily, 12 Septembe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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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전 한겨레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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