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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들의 전혀 우아하지 않은 '노동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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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들의 전혀 우아하지 않은 '노동 실험'

라이더유니온, 반복되는 일방적 근무조건 불이익 변경 규탄

"어느 업체를 가도 이렇게 본인 차량을 갖고 일하는 직군의 계약 내용을 사측 임의대로 한 달에 한 번씩 바꿔가며 자기들 입맛대로 맞추는 곳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으로 배민커넥트에서 일하는 전업 라이더 A씨는 '우아한형제들'의 '커넥트 라이더 노동시간 최대 20시간 제한 조치'에 대한 심정을 토로하던 중 이렇게 말했다.

국내 배달주문앱 1위 '배달의 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A씨가 소속된 배민커넥트와 배민라이더스로 이원화해 라이더와 계약을 맺고 있다. 배민커넥트는 부업, 배민라이더스는 전업이라는 컨셉이다. 부업이라고 내세우긴 했지만 애초 모집공고에는 노동시간 제한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배민커넥트 출범 초기 우아한형제들은 라이더들이 선호하는 단거리콜을 커넥트 라이더에게 우선 배정하는 '추천 배차' 시스템을 운영했다. 배달 수수료도 기존에 비해 높게 책정했다. 많은 수의 라이더스 라이더가 수백만 원의 이륜차 유상운송 종합보험 보험료를 부담하며 배민커넥트로 자리를 옮겼다. 라이더스 라이더들은 커넥트 라이더에게 단거리콜을 우선 배정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높았다.

결국 우아한형제들은 작년 11월 추천 배차 축소를 발표했다. 지난 10일에는 커넥트 라이더의 노동시간을 오는 3월부터 20시간으로 제한하겠다고 일방 공지했다.


전업 커넥트 라이더 A씨는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2만여 명의 커넥트 라이더 중 A씨와 같은 전업 라이더는 20% 가량으로 추정된다.

라이더유니온이 28일 법무법인오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6개월 간 반복된 우아한형제들의 일방적 근무조건 불이익 변경을 규탄했다. 라이더유니온은 "플랫폼 기업이 외국에서도 근무조건을 마구 바꾸면서 어떻게 하면 가장 적은 돈을 투자해 가장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이 최선두에 서있는 것 같다"며 "우아한형제들의 경영 방식이 라이더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 우아한 형제들의 일방적 근무조건 변경 규탄 기자회견. ⓒ프레시안(최용락)


"계약서의 사전 통지 조항 어겨가며 추가 배달료 폐지"


라이더유니온은 이날 기본 배달료에 더해 지급되던 추가 배달료 폐지도 일방적 근무조건 변경 사례로 제시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작년 12월부터 '프로모션'이라는 이름으로 기본 배달료 3000원에 더해 500원에서 2000원의 추가 배달료를 책정해 지급했다. 추가 배달료 액수는 전날 밤 9시 라이더에게 공지됐다. 이른바 '고무줄 배달료'다. 해당 정책에 대해서는 라이더의 수입을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나왔다.

문제제기가 지속되자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2일 "2월부터 프로모션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시행을 열흘 앞둔 시기였다. 1월 도입된 새 계약서에 따르면 계약 변경 사항이 있는 경우 라이더에게 한 달 전에 이를 통보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우아한형제들은 프로모션 폐지 대신 2건으로 줄였던 동시 배차 제한(라이더가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배달량)을 5건으로 되돌렸다. 그러나 배민커넥트 출범 이후 라이더 수가 늘어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이것만으로 수입 보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라이더들의 생각이다.

이외에도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1월 도입된 새 계약서에서 계약기간이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됐고, 사측의 계약해지 권한이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우아한형제들의 경영방식 지속가능하지 않다"

라이더유니온은 이런 식의 경영이 지속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우아한형제들이 요금제를 일방적으로 올리거나 낮추면서 라이더 중에는 '더 이상 일 못한다'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라이더가 회사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도 꾸준히 이야기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곽예람 법무법인오월 변호사는 "2019년 9월부터 시행된 공정거래위원회의 특수고용노동자지침을 보면 '계약서 상 수수료율, 운임단가 등 지급대가 및 지급기준을 계약기간 중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이에 따르면 추가 배달료 삭감은 해당 지침에 위배되는 불공정행위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더유니온은 향후 우아한형제들의 일방적 근무 조건 변경으로 라이더들이 입게 된 손해에 대해 민사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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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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