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쏘카 대표가 '타다' 불법파견 혐의로 기소된 데 이어, 배달 플랫폼 '요기요'가 위장도급 행태를 보였다는 고용노동부 판단이 나왔다. 배달앱 첫 사례다. 플랫폼 업체 전반의 노동자성 인정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요기요는 그간 배달라이더와 업무 위탁계약을 맺어왔다. 라이더가 개인 사업자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서울북부고용지방노동청은 지난 10월 28일, 요기요 라이더 5인이 제기한 체불임금 진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해당 라이더는 노동자"라고 판단했다. 즉, 요기요가 형식적으로는 라이더와 개인 사업자 형태의 계약을 맺고, 실제로는 업무 지휘감독 등 사용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하는 위장도급 행태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라이더유니온은 6일, 서울 서초구 요기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플랫폼업체는 출퇴근 관리나 업무지시 등 본인들이 필요한 일에 대해 철저한 지휘감독을 행사하면서도 법적으로는 개인 사업자라며 4대 보험, 수당, 퇴직금 등을 절감해왔다"며 "이번 노동청의 판단을 토대로 플랫폼 업체의 위장도급 행태를 근절하는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부가 요기요 라이더는 노동자라고 본 이유는?
노동부가 요기요 라이더를 노동자로 본 것은 요기요와 라이더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를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정의한다. 대법원은 여기에 더해 사용종속관계 성립을 노동자 지위 인정 조건으로 달고 있다. 사용종속관계가 성립하려면 △ 업무에 대한 지휘감독 △ 근무시간과 장소 지정 △ 사용자의 작업도구 소유 △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 등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라이더유니온 자문인 최승현 노무사(노무법인 삶)는 "요기요 라이더는 단체카톡방을 통해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받았다"며 "정해진 장소에 출퇴근해서 정해진 근무시간에 배달 업무를 수행해야 했고, 지각하면 급여가 공제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최 노무사는 "영업수단인 오토바이도 개인 소유가 아닌 요기요 소유였고, 유지비용도 회사가 지급했다"며 "시급으로 급여를 받고 주 5일 12시간씩 근무했기 때문에 다른 업체에서 일하기가 불가능해 요기요에 대한 전속성도 성립했다"고 전했다.
단, 이번 노동자성 인정은 체불임금 진정을 제기한 5인의 라이더에게만 적용된다. 라이더유니온은 똑같은 형태로 근무하는 라이더가 더 많기 때문에 요기요가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2차 진정, 3차 진정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배달의 민족 등 다른 배달 플랫폼도 상황은 마찬가지
노동부의 라이더 노동자성 인정 판단이 배달의 민족, 쿠팡잇츠 등 등 다른 배달 플랫폼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요기요 뿐 아니라 한국의 다른 플랫폼 앱 업체들도 출퇴근을 지휘감독하고 있다"며 "또 라이더가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있기 때문에 라이더가 배달 없는 곳에 있으면 배달 있는 곳으로 이동하라고 지휘감독한다"고 전했다.
실제 라이더유니온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배달의 민족은 공지사항을 통해 라이더에게 지각, 무단조퇴, 무단결근 등에 대해 건당 배달 보수 차감 형식의 패널티를 부여했다.
이 공지사항을 보면, 배달의 민족이 라이더의 근무시간과 장소, 배달 건수까지 지휘감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각에는 "근무 시간에 1분이라도 늦게 브로스(배달 건을 관리하는 라이더앱) 키셨다면 지각"이라고 적혀있다. 무단조퇴는 "임의적으로 브로스 off하시고 본인 일 보신 경우, 근무지에서 무단이탈하신 경우"로 정의했다. 무단결근은 "스케줄 잡으신 근무일이었으나 사전 고지 없이 출근 안 하신 경우, 브로스 키시고 근무 수행 안 하신 경우나 2~3건만 치신 경우"라고 돼있다.
또, 배달의 민족은 '배달을 의뢰하는 사장과 배달 받는 손님이 라이더를 알아볼 수 있도록 식별 뱃지를 만들었고 이를 3개 모두 겉옷에 달아달라'는 내용의 공지사항에 "뱃지 미착용 시 퇴직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라이더유니온이 접수한 제보에 따르면, 또 다른 배달 플랫폼 쿠팡잇츠 역시 정해진 시간만큼 근무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플랫폼 업체의 불법행위,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달 플랫폼뿐 아니라 각종 플랫폼 업체의 위장도급, 불법파견과 같은 불법행위를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정부가 플랫폼 사업을 혁신이라고 이야기하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바쳐가며 만들어진 노동법은 규제라고 이야기한다"며 최근의 타다 검찰 기소와 관련해 "타다의 불법파견 문제에는 눈 감고 타다를 혁신이라고만 말하는 정부 관료들이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최 노무사는 "배달 등 플랫폼 산업이 점점 커질텐데 해당 산업의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으면 초기 산업사회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과로로 쓰러진 일이 반복될 수 있다"며 "한 주에 60시간, 70시간씩 일하고, 규정 속도를 지키지 못해 교통사고로도 죽어가는 배달 노동자에 대해 기업이 책임지고 국가가 보호 장치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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