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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군사기밀 앞세워 언론탓 하기엔 '들보'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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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군사기밀 앞세워 언론탓 하기엔 '들보'가 너무 크다

[기자의 눈] 진짜 기밀은 모두 軍에서…인양 함미 공개는?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은 6일 오후 브리핑에서 일부 언론이나 '사회지도층 인사'를 통해 대북 첩보 수집 방법 등에 대한 군사기밀이 노출되고 있다며 우려와 유감을 드러냈다.

원 대변인은 이어 "앞으로 적절한 수준의 대책을 세워 나가겠다"고 엄포를 놓은 뒤 "군사기밀은 우리 군만의 것이 아니라, 유사시 장병들의 생명은 물론 작전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우리 국민 모두의 것임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천안함 사고 이후 군 관계자들이 언론을 통해 굵직한 군사 정보를 내놓는 등 군 스스로 기밀을 노출시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이번 사건에서는 창구가 대변인실로 일원화되지 않아서 소스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았고, 언론이 정보를 자의적으로 보도했다"고 말했다.

국방부 전체의 '입'으로 국방부와 관련된 공보 사항을 종합 통제해야 하는 대변인이 기밀 유출과 혼란의 책임을 '불명확한 소스'와 '언론'에만 전가하는 셈이었다.

공보 책임자 '내가 한 말 아니다'고 하면 끝?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이 천안함 사고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방부의 책임 회피적 태도는 <MBC>가 보도한 군 상황일지에 대한 말바꾸기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준장)은 4일 브리핑에서 "(상황일지는) 국방부가 사용하는 양식이 아니"라며 존재 자체를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5일 김학송 국회 국방위원장은 상황일지가 국방부에서 작성한 게 맞다고 확인했다.

그러자 원 대변인은 6일 "제가 답변을 그렇게(양식이 아니라고) 말했다는 뜻은 아니죠?"라고 되물은 뒤 "양식이냐 아니냐는 의미가 없고 다만 (상황보고에 사고 발생 시간으로 적힌 9시) 15분이란 시각이 사건 해결에 중요한 팩트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일지의 존재를 사실상 확인하는 말인 동시에 '국방부의 양식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자기가 아니라 이기식 준장이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기식 준장이 그런 발언을 한 자리는 사석이 아니라 대변인실이 책임지고 주관하는 공식 브리핑이었다는 점에서 대변인이 '내가 한 말이 아니다'라고 발뺌하는 것은 책임 회피의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장관도 기밀 준하는 정보 노출…관리 책임은?

국방부가 언론과 '소스'를 탓하며 엄포를 놓은 군사기밀 문제도 마찬가지다. 사실 정작 중요한 군사기밀을 공개한 것은 국방부요, 김태영 국방장관이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2일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북한 잠수함 기지의 위치와 한미 정보당국의 추적·감시 상황에 대해 상세히 밝혔다. 그는 또 북한 잠수정(함) 2척이 사고 당일 전후로 보이지 않은 적이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에 대해 한미 정보당국이 북한 잠수함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나, 장관이 사라진 잠수함의 척수를 공개하고 한미 잠수함 탐지체계에 '사각지대'가 있음을 인정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 장관이 4일 국방부 기자실에서 천안함이 2함대 사령부와 국제상선통신망을 사용해 교신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힌 것도 그렇다.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을 지냈던 김종대 <D&D 포커스> 편집장은 6일 참여연대 토론회에서 "민간 상선 회선을 사용해 교신한 사실이 노출되었다는 건 군사기밀의 원칙상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편집장은 아울러 "국방부가 우리의 약점이 다 드러나는 천안함 내부 구조는 왜 공개했는지 납득이 안 된다"며 "핵심적인 교신 내용은 밝혀지지 않는 가운데 정작 공개해서는 안 될 사항은 공개하는 등 국방부의 군사기밀 적용이 오락가락하다"고 비판했다.

▲ 국회 긴급현안질의에 참석한 김태영 국방부 장관 ⓒ뉴시스

군사기밀-알 권리 사이 조절은?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국방부가 이처럼 군사기밀을 명분으로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또 하나의 우려를 낳고 있다. 앞으로 군사기밀을 전가의 보도(寶刀)로 내세우며 사고와 관련해 규명해야 할 부분까지 숨길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실종자 가족들은 군사기밀 부문을 삭제하고서라도 사고 상황의 교신일지를 보여 달라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군 당국은 교신록 자체가 군사기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그러나 과거 연평해전 때 군은 군사기밀 노출 우려가 있는 전면 공개 대신 전체적인 작전 상황을 재가공해 언론에 공개하는 식으로 유연성을 발휘한 바 있다.

또 선체 절단면 공개에 대해서도 '공개 여부 검토중'이라는 국방부 입장과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주장은 온도차가 크다.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검토 중이니 기다려 달라"는 태도로 일관하는 것도 국민들의 답답함을 불러일으킨다.

김종대 편집장은 "앞으로 인양된 함수와 함미 내부를 공개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클 것"이라며 "실종자들이 극한 상황에서 필사의 생존을 위해 남긴 흔적이 발견될 경우 현 정권에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정치 논리에 의해 공개 여부에 대한 판단이 왜곡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군사 상황도 우리의 정보 능력이 드러나는 몇몇 부분만 '세탁'하면 얼마든지 공개해도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금 국방부가 '세탁'을 위해 하고 있는 고민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그러나 미심쩍은 부분에 대해서는 군사기밀을 내세우고 부풀려진 부분에 대해서는 언론을 탓할 수 있으며 민감한 부분은 검토 중이라 대답할 수 있으니, 그렇게 큰 고민거리는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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