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20년 1월 현재 남북 간 교류 실적은 사실상 '0'에 가까울 정도로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8년의 올림픽과 남북 예술 공연, 정상회담 등은 점차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져 갔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남북 접경은 조용해졌다.
그런데 이는 다분히 '휴전선'이라는 경계만을 바라봤기 때문에 나오게 되는 평가일 수 있다. 남북 간 교류가 휴전선, 판문점 또는 개성에 있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서만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다른 평가를 내리게 될 여지도 있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에 지난 2015~16년 '강주원의 국경 읽기'를 연재했던 인류학자 강주원은 최근 펴낸 신간 <압록강은 휴전선 너머 흐른다>를 통해 이러한 점을 꼬집었다. 남한의 시각에서 휴전선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남한의 밖에서 중국과 북한의 국경도 함께 바라봐야 남북 간 교류의 모습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강 박사는 2006년 10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15개월 동안 단둥에서 생활하며 북한 사람, 북한 화교, 조선족, 한국 사람이 어울려 살고 있는 현장을 연구했다. 이후 수시로 단둥을 드나들며 단둥의 삶을 추적 연구해왔다.
그런 그에게도 2018년 평화의 분위기가 넘쳤던 한반도는 남다른 의미를 가졌다. 그러나 단둥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남북관계에서 꿈꾸는 모습 가운데 상당 부분은 한반도가 아닌 단둥이라는 곳에서 이미 30여 년 동안 현재진행형"이었다는 것이 강 박사의 이야기다.
실제 지난 2019년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미국뿐만 아니라 남한과 대화 및 협력의 문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9년 5월 경기도는 "밀가루 지원은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로부터 인도적 물품 지원 요청에 따른 것으로 현재 중국 단둥에서 신의주로 순차적으로 전달되고 있다"며 휴전선이 아닌 북중 국경을 통해 북한과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박사는 "경기도는 휴전선이 열리기만을 기다리지 않았다. 이는(북중 국경을 이용하는 방식) 휴전선이 막혀있기 때문은 아니다. 과거 휴전선이 열려 있을 때도 함께했던 방식이다. 과거와 현재의 길을 알기에 압록강을 선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 방식은 지자체뿐만 아니라 민간단체도 이용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NGO 단체)은 단둥을 통해 북한으로 콩기름을 지원했다. 이 단체는 한국 사회에서 공식적인 남북관계가 끊어졌다고 인식되던 2018년 이전에도 그 경로를 활용했다. 한국 사회의 한쪽에서는 그 경로를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 박사는 "남북관계와 관련해 2018년 이후 한국사회는 새 길을 말하면서 휴전선만 바라볼 뿐이었다. 과거와 현재를 익히고 압록강을 통한 남북 교류의 방식을 생각할 여지가 없는 한국 사회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8년 이후 한국사회는 북한을 가고 북한사람을 만나고자 했다. 그 여정에 반드시 등장하는 말들이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백두산과 남북 철도 그리고 평양 등이다"라며 "그런 말들이 등장하는 학술대회를 알리는 메일 혹은 뉴스를 나는 거의 매일 받았다. 거기에서는 그 일을 이루기 위해 휴전선을 넘어야 함을 전제한다"고 해석했다.
강 박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9일에 발표한 4.27 남북 정상회담 1주년 메시지에 대해서도 "한반도라는 조건 속에서만 고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 사회에서 남북관계란 곧 휴전선이다. 남북 교류는 휴전선을 통한 만남이어야 하고 그래야 진정한 만남이라는 명분이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물론 이는(휴전선을 통한 남북 교류) 매우 중요하며 언제까지나 지향해야 할 목표다. 하지만 다른 길도 있다. 이전에 걸었고 여전히 걷는 길이 있다. 그 길을 한국사회는 간과한다"며 "남북의 길은 정부 혹은 당국만 만들어온 것이 아니다. 민간 즉 보통사람들도 동참했다. 그들은 휴전선 외의 길을 만들었다. 1990년대 전후부터 한국 사회는 휴전선 넘기만을 바라보며 살아오지 않았다. 그점이 2018년 이후와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강 박사는 60대 후반의 한 대북 사업가가 "단둥에서 남북의 사람이 만나는 방식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것은 없다. 단지 2010년 이전에는 자유롭게 만나다가 2010년 이후에는 조심스럽게 만나왔고 2018년 이후에는 그래도 덜 조심하면서 만남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며 "통일이 되었을 때나 가능하다고 여기는 만남들이 중국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단둥에서는 20년 넘게 펼쳐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휴전선을 가로질러 남북을 연결하는 길은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반면에 남북을 연결하는 다른 길은 중국의 고속도로와 고속철도가 건설되며 꾸준히 빨라졌다. 그만큼 서울과 평양은 가까워졌다. 한국 사회가 휴전선에 서 있는 동안 남북을 연결하는 압록강은 계속 흐른다"며 남북 간 실제 만남이 이뤄지는 장소와 그 방식에 대한 관찰과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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