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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춤추고 마시는 북한 사람은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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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춤추고 마시는 북한 사람은 뭔가요?"

[강주원의 국경 읽기] 대북 제재의 거울, 단둥 ①

단둥발 대북 제재 뉴스의 의도는?

2016년 1월의 북한 4차 핵 실험 이후, 북한을 향한 '국경 만들기'가 '대북 제재'의 이름으로 시도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서, 한국 언론과 대북 전문가는 대북 제재의 효과 여부를 연일 보도하고 진단하고 있다. 그 한복판에 단둥이 있다. 그곳에는 북한 노동자, 북한 식당, 북-중 무역, 즉 대북 제재에 대한 실효성 판단의 잣대가 다 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대중매체를 통해서 단둥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우선 중국 단둥 주재 특파원은 없다. 하지만,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 2270호가 채택된 날인 2016년 3월 3일을 전후로 단둥발 대북 제재 뉴스는 쏟아져 나왔다. 한국에서 달려간 기자들은 현장 취재임을 강조하고 있다.

"中 단둥 항서 1일부터 북한산 광물 수입 금지 돌입" (<연합뉴스>) 2016년 3월 2일자)
"달랑 1량, 눈에 띠게 줄어든 단둥행 열차" (<뉴시스> 2016년 3월 5일자)
"일주일 만에 다시 찾은 단둥은 폭풍 전야" (<한국일보> 2016년 3월 6일자)
"잔뜩 굳은 표정의 北 무역상, 텅 빈 단둥 세관" (SBS 2016년 3월 2일자)
"텅텅 빈 단둥 항, 반쪽 도시 된 北-中 접경 단둥" (TV조선 2016년 3월 5일자)

헤드라인과 내용을 읽으면, 단둥은 이미 대북 제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언론은 단둥에 간다

하지만 위의 기사들은 내가 파악한 오보의 일부분이다. 한숨이 먼저 나온다. 사실 여부는 중요한 것 같지 않다. "석탄으로 보이는 물건을 실은 것은 한 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닛케이는 소개했다"라고 일본 언론을 인용하지만, 상식적으로 석탄은 기차와 배로 수입한다. 트럭으로 운반하면 수지타산이 맞을까?

"달랑 1량"임을 강조하면서 "오전 신의주에서 나오는 열차가 압록강대교를 통과해 단둥 역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기사화했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단둥-평양을 오고가는 국제 열차는 오전 10시에 단둥에서 평양으로 출발한다. 2016년 현재 평균 4칸 이상을 운행하고 약 500명의 승객이 탑승한다.

▲ 단둥-평양행 국제 열차의 출발 시각은 오전 10시다. 오전에 국제 열차가 신의주에서 단둥으로 오지 않는다(2016년). ⓒ강주원

"압록강에 북한 주민들이 중국에서 들어온 생필품을 배로 이동하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사진에 담긴 풍경은 북한 섬에 정박해서 트럭을 싣고 북한의 의주로 막 출항하는 배이다. 단둥에서 한국 돈 1000원에 판매되는 압록강 지도 한 장을 구입했다면, 이런 오보를 할 수 없다.

▲ 지도뿐만 아니라 단둥 시내 곳곳에 압록강의 지형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있다. 한국 언론은 이를 참고하지 않는 것 같다(2016년). ⓒ강주원

▲ 압록강의 국경을 공유가 아니고 선으로 착각하면 한국 사람의 눈에 북한 섬은 중국 땅으로 보인다. 오보는 여기서 시작한다(2016년). ⓒ강주원

"단둥 세관은 이미 텅 비었습니다"와 중조우의교를 바라보면서 "차량 한 대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라는 멘트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세관의 주차장이 붐비고 트럭이 다리를 건너는 시간대가 있다. 3월과 4월 단둥에 간 나의 눈에는 세관은 비어있지 않았고 중조우의교의 차량 움직임도 확인할 수 있었다.

▲ 단둥 세관의 주차장은 시간대별로 차량들이 있고 없고를 반복한다. 과연 한국 언론은 언제 단둥 세관을 찍었을까?(2016년). ⓒ강주원

▲ 단둥 세관이 만차인 관계로 들어가지 못한 트럭들은 세관 밖 도로에서 긴 행렬로 대기하고 있다. 이 모습이 단둥의 현실이다(2016년). ⓒ강주원

중조우의교의 개통은 2002년이 아니고 1943년 일제 강점기이다. 그런데 "지난 2002년 북중 우정의 상징으로 건설됐지만 지금은 텅텅 빈 중조우의교가 북-중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줍니다"라는 설명은 단순 실수로 치부하기에 문제가 많다. 그 이후에도 TV조선은 단둥의 현장 상황을 무시한 채 꾸준히 오보 방송을 하였다.

단둥발 뉴스 중에, 시선이 "얼어붙은 단둥" 혹은 "변경이 얼어붙었다"에 자꾸만 머문다.

다행히 단둥은 이제 봄이다. 2016년 4월 14일, 한겨울의 칼바람 때문에 손님이 없던 유람선들은 압록강과 봄바람을 즐기는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단둥은 여행 비수기에서 성수기로 접어들고 있었다. 지난 1월 추워서 압록강변에 가지 않았던 나는 압록강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수많은 오보가 있지만 최소한 단둥의 날씨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오보가 다가오는 겨울에는 재생산되지 않기를!

한국 언론은 안락의자 인류학자인가?

영화 <공동 경비 구역 JSA>(2000년)에서 주인공 이영애가 책임자에게 한마디 한다.

"그럼 안락의자 인류학자네요."

북한 관련 뉴스가 터질 때마다, 한국 언론은 단둥의 현장으로 간다. 하지만 그들이 취재한 내용은 현장에 가지 않고 연구실 책상에 편히 앉아서 보고서만을 가지고 연구하던 "안락의자 인류학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 비록 그들은 단둥에 갔지만 참여 관찰은 하지 않고 한국의 시각과 선입견으로 현장의 목소리와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또 단둥에 가지 않은 한국 언론은 타 언론사 오보를 그대로 재생산하고 있다.

왜 그럴까?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가 효과가 있음을 보도할 의도가 있었던 것일까?

나는 믿고 싶다. 한국 언론이 사실 여부를 알고도 오보를 한 것이 아니고 단둥과 압록강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 즉 문화를 너무 모른다고!

그들의 보도는 단둥의 현실을 왜곡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사회가 남북과 북-중 그리고 삼국 관계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을 가로막는 장벽의 역할을 하고 있다.

▲ 4월 15일, 단둥의 북한 노동자들은 야유회와 운동회를 했다(2016년). ⓒ강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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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원

강주원 박사는 북한 사람, 북한 화교, 조선족, 한국 사람 그리고 탈북자를 동시에 연구하는 인류학자다. 2006년 10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15개월 동안 단둥에서 살면서 현장 연구를 한 것을 비롯해 지난 10년간 단둥을 수없이 방문하며 수백 명의 단둥 사람과 인간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국내외 언론 및 시민·사회단체의 국경 취재 및 관광을 자문하는 일도 병행 중이다. <나는 오늘도 국경을 만들고 허문다>(글항아리 펴냄)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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