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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이후 신규 석탄발전 승인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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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2020년 이후 신규 석탄발전 승인은 없어야 한다"

[키워드로 보는 2020 환경운동] ①

2020년은 여러모로 한국 사회와 한반도 생태계에 중대한 시기이다. 촛불로 일어서 '사회와 환경 적폐들을 구조적으로 일소하라' 외친 국민의 명령은 완수까지 아직도 먼 길을 가야 한다. 기후변화로부터 폐기물에 이르기까지 적폐를 일소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사회가 반드시 직면하게 될 다양한 환경 의제들을 알아보자.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과 <함께사는길>이 예측한 2020 환경운동 키워드, 꼼꼼히 살펴보고 '시민으로서, 활동에 참여하고픈 의제, 그리고 참여해야 할 의제'에는 무엇이 있을지 미리 생각해 보시길!

키워드 1. 탈석탄 로드맵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배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석탄발전을 단계별로 폐쇄하기 위해 필요한 목표, 기준 등을 담아 만든 종합적인 계획

2019년 기후변화 싱크탱크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가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지구 온도 상승을 1.5℃로 안정화하려면 전 세계적으로 석탄발전을 2040년까지 퇴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2020년 이후 신규 석탄발전 승인은 없어야 한다"고 호소한 이유다. 특히 OECD와 같은 선진국의 경우 석탄발전 퇴출 시점이 2030년을 넘겨선 안 된다. 불과 10년 안에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모두 폐쇄해야 한다는 의미다.

석탄을 사용해 산업혁명을 시작한 영국의 경우, 2025년까지 석탄발전 퇴출을 선언했다. 석탄발전 비중이 40퍼센트 수준에 달하고 탄광을 운영 중인 독일의 경우, 공론화를 통해 2038년 석탄발전 종료를 공식화했다. 공론화 과정에 산업계, 시민사회, 노동자, 지역 공동체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참여해 합의점을 찾았다.

한국은 공식적인 석탄발전 퇴출 계획이 아직 없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계속된 요구에 따라 정부는 올해 '탈석탄 로드맵' 수립에 착수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 단초는 지난해 마련됐다. 전력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강화되면서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석탄발전의 "과감한 추가 감축"을 공식 시사했다. 지난해 9월 국가기후환경회의도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을 내연기관차의 감축 로드맵과 함께 8대 중장기 과제로 제시하며, 올해 권고안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최근 정부 공식 계획에서도 탈석탄 로드맵 수립이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제5차 국가환경종합계획(2020~2040)'에서는 '탈석탄 로드맵'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건설 중인 7기의 신규 석탄발전소 처리 방안과 60기에 달하는 운영 중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폐쇄 방안에는 풀어야 할 복잡한 이슈가 산적했다. 당장 올해 삼천포1·2호기와 보령1·2호기가 폐쇄되는 등 노후 석탄발전 폐쇄는 눈앞의 현실로 다가올 예정이지만, 충남도를 제외하면 정부와 지자체 어디도 탈석탄 전환을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지 않다. 속도감 있는 석탄발전의 퇴출과 더불어 전력 수급의 대안은 물론 일자리 전환과 지역 경제 재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대화가 요구된다.

키워드 2.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제한하는 범지구적 목표 달성을 위해 유엔기후변화협약을 맺은 당사국들이 자국의 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얼마나, 어떻게 줄이겠다는 계획을 담은 전략으로 2015년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서 체결한 파리협정에 따라 모든 당사국들은 2050년까지의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수립해 2020년까지 제출해야 한다.

유엔 웹사이트를 보면, 현재까지 영국, 독일, 일본을 비롯해 13개 국가가 저탄소전략을 공식 제출했다. 독일이 제출한 '2050 기후행동 계획'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80~95퍼센트 감축하고 금세기 중반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일본은 '2050년까지 야심찬 저탄소사회 추구'라는 비전을 통해 1990년 또는 2013년 대비 온실가스를 80퍼센트 감축하겠다고 제시했다.

올해 말 제출 시한을 앞두고, 각국의 저탄소전략은 사실상 더 급진적으로 수정될 전망이다. 유엔은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통해 지구 온도상승의 마지노선을 1.5℃로 제시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순 제로(0)로 감축할 것을 권고했다. 영국이 앞서 제출한 저탄소전략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2050년까지 80퍼센트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담았지만, 지난해 6월 영국 에너지부 장관은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 제로를 표방한 법령에 최종 서명하면서 G7 국가 중 최초로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2025년까지 탄소중립을 요구하는 멸종저항을 비롯한 사회적 요구가 거센 만큼 정부 목표는 더 강화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올해 하반기 저탄소전략을 제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운영한 '저탄소사회비전포럼'이 도출한 권고안을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확정하겠다는 것이다. 저탄소사회비전포럼이 제시한 권고안에서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5개 시나리오로 담았다. 그런데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가장 약하게 제시한 5안(426백만 톤)은 물론 가장 강한 1안도 179백만 톤 수준으로 제시됐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60퍼센트, 친환경차 비중이 93퍼센트로 확대되는 수준이다. 반대로 말하면, 석탄발전 비중 4.3퍼센트, 내연기관차 비중 7퍼센트 수준이 2050년에도 여전히 유지되는 사회다. 온실가스 순 배출량 제로 목표는 권고안에서 최종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 2019년 9월 21일 서울 종로에서 진행된 기후위기비상행동의 퍼포먼스. ⓒ함께사는길(이성수)

키워드 3. 미세먼지 특별법

2019년 9월에 시행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의 약칭으로 미세먼지 및 미세먼지 생성물질의 배출을 저감하고 그 발생을 지속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미세먼지가 국민 건강에 미치는 위해를 예방하고 대기환경을 적정하게 관리·보전하여 쾌적한 생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19년 미세먼지 이슈의 상당 부분은 미세먼지특별법과 연관됐다. 미세먼지특별법에 기반을 둔 고농도 미세먼지 대책들이 매번 큰 논란을 빚고 사회적 비판을 받은 것이다.

비상저감조치 시 배출가스 5등급의 노후 경유차의 운행 제한과 10만 원의 과태료 부과가 특별법 시행으로 가능해졌지만 지자체의 조례 제정이 미흡해 결국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이 빈번한 겨우내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단속을 진행할 수 있는 시도는 전국에서 서울시가 유일했다.

또한 단기간만 진행되는 비상저감조치를 보완하기 위해 12~3월 기간 중에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 제한을 가능하도록 특별법을 바꾸려는 개정안은 2019년 12월 16일에서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선거법으로 인한 국회 파행이 계속돼 2019~2020 시즌에는 시행이 어려워 보인다. 2020년에도 여전히 부족한 미세먼지특별법이 될 것이란 게 뻔히 예측되는 상황이다.

지난 몇 년간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대한 비판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 국회는 △공공기관에 한정된 차량2부제 △단속권한이 없는 지자체 △단기간에만 진행되는 정책 한계 때문이라고 변명해왔다. 그러나 정작 그러한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법제도를 개선하고 대응정책을 내놓아야 할 당사자가 바로 그들이다.

고농도 미세먼지의 근본적인 해결하기 위해선 상시적인 배출원 규제를 통한 사전 예방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이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에만 집중된 대책은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미세먼지특별법이 중앙정부의 미세먼지 저감계획과 지자체의 시행계획 수립을 규정하고 있는 만큼 특별법에 강력한 배출원 관리정책 마련을 규정하는 개정안을 신속히 만들어야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미세먼지 대책이 시도될 수 있다.

키워드 4. 미세먼지 관리종합계획


미세먼지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수립한 2020~2024년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 계획으로 2016년 대비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를 35퍼센트 이상 저감해 2024년 초미세먼지 농도를 1세제곱미터당 16마이크로그램 이하고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세먼지 관리종합계획과 관련해 여전히 논란이 존재한다. 정부는 산업 부문 대책의 하나로 수도권, 중부권, 동남권, 남부권의 미세먼지 다량배출지역을 대기관리구역으로 지정해 총량관리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의 수도권에서 진행된 총량 관리제의 경우 기업들이 배출하는 배출량보다 여유로운 총량을 할당해왔다. 즉 실효성 없는 총량 관리제였던 셈이다. 또한 논란이 되었던 기업들의 배출 조작을 현재의 인력과 구조로 관리 감시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미세먼지 배출 기여도가 가장 높은 산업 부문인 만큼 촘촘하고,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도로·수송 부문에서의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 경유세 인상은 또 다시 공청회와 연구용역을 이유로 미뤄졌다. 전 정부에서도 경유세 인상을 위한 연구용역과 공청회를 진행했고, 이번 정부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경유세 인상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서민 생계 피해를 방패 삼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유차가 1000만 대에 육박해 전체 차량의 4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더 이상 시민을 볼모로 경유세 인상을 늦출 수는 없다. 경유차 수요를 줄이기 위한 경유세 인상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인 삼천포 1·2호기와 보령 1·2호기의 폐쇄 일정을 2020년에서 2021년으로 앞당겼다. 이러한 결정에는 환영하지만 더 빠른 석탄화력발전의 감축이 필요하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즉각적인 폐쇄로 석탄화력발전소의 퇴출을 가속화해야만 한다. 아무리 탈진·탈황설비에 투자한다고 해도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지는 못한다. 기후변화의 대응을 위해서라도 조속한 탈석탄 정책의 강화가 필요하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미세먼지 관리종합계획이 성공한다고 해도 2024년까지 국내 초미세먼지 대기환경기준인 15㎍/㎥조차 달성하지 못한다. 미세먼지 해결의 답은 배출원에 대한 철저한 규제와 감축이다. 정부가 더욱 강력한 배출원 감축정책을 '계획'하고 '실천'해야 할 때다.

ⓒ함께사는길

키워드 5. 배출가스 5등급차량 운행 제한

자동차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정도에 따라 1~5등급으로 분류된 차량 중 가장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5등급 차량의 대기관리 지역 진입과 운행을 막는 제도로 2018년 7월 1일부터 서울전역, 인천전역, 경기지역 17개시에서 적용되고 있다.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제 규정에 의해 배출가스 차량등급이 1~5등급으로 분류된다. 숫자가 높을수록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자동차로 경유차는 신차라도 3등급 이상을 받을 수 없다. 반면 1등급차량은 전기차와 수소차만 받을 수 있다. 배출가스 5등급차량은 전체 차량의 약 10퍼센트 비중을 차지하나 미세먼지 총배출량 중 차지하는 비중은 53퍼센트에 달한다. 배출가스 5등급차량 운행제한 정책의 유효성이 입증되는 데이터가 아닐 수 없다.

유효성이 높은 정책이지만 대상에서 제외된 5등급차량들이 많은 점은 문제다. 승용차보다 주행거리 및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영업용 차량이 2020년 말까지 대상에서 유예된 것이다. 조기폐차 및 저공해 조치시 승용차보다 영업용 차량이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더욱 크다. 더욱이 매연저감장치 부착에 드는 금액의 90퍼센트가 세금으로 지원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공해 조치의 효과를 고려한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유예가 아닐 수 없다. 오히려 화물차 등의 영업용차량에 대한 조기폐차 및 저공해화를 위한 지원을 늘리고, 운행제한 규제를 병행하는 것이 옳다.

또한 저공해조치 신청만으로도 진입금지 대상에서 유예시키는 조치도 파기해야 한다. 매연저감장치를 부착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한 것도 문제고 매연저감장치에 대한 과도한 지원도 재고돼야 한다. 앞서 말했듯 매연저감장치 부착 금액의 90퍼센트가 지원되고, 환경개선부담금이 3년간 유예된다. 이러한 지원정책은 원인자부담의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지원일 뿐더러 정작 오염물질 저감에는 무능하다. 매연저감장치의 부착 후에도 경유차는 여전히 대기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데 더해 매연저감장치의 내구연한이 차면 다시 미세먼지 배출이 증가하게 된다.

5등급차량의 운행제한이 교통수요관리정책으로서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먼저 단속유예 대상을 줄여야 한다. 또한 광역대중교통체계에 대한 투자로 대중교통을 활성화해야 한다. 자동차는 불편하고, 대중교통이 편한 도시가 되어야 미세먼지 문제 해결이 가능해진다.

키워드 6.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미세먼지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초겨울~초봄까지 미세먼지 배출원 관리를 강화하는 제도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는 기존 비상저감조치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여겨져 왔다. 고농도 미세먼지 예방을 위해 미세먼지 농도 상승에 따라 단계적으로 미세먼지 배출원 관리를 강화한다는 것이 그 대안 논의의 핵심 내용이었다.

정부의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는 기존에 비해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는 있으나 여전히 문제적이다. 우선 핵심 내용의 하나인 5등급차량 수도권 운행 제한이 불완전하다. 전국 247만대의 배출가스 5등급의 노후경유차 중 생계형 차량을 뺀 114만대의 노후 경유차의 규제가 축소돼 1월에는 홍보, 단속은 2월부터 단속을 진행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그나마 미세먼지특별법 개정이 늦어져 언제 시행될지 알 수 없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가 제시한 △ 배출가스 5등급차량의 수도권 운행 제한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 중단 등은 긍정적인 대책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여전히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시기에만 집중된 단기 집중형 미세먼지 정책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계절관리제보다 1달 빨리 발표된 '미세먼지 관리종합계획'에 빠진 교통수요관리 정책이 계절관리제에서까지 빠진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또한 여전한 공적 금융의 석탄 투자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이미 계획된 것'이라며 계절관리제가 시행되는 기간에도 진행하는 일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시적인 배출원 규제보다 상시적인 배출원 규제가 더 효과가 크고 관리도 편하며, 시민 참여를 유도하는 데도 유능하다. 미세먼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미세먼지 배출원에 대한 근본적인 저감계획이 필요하다. 5등급차량의 운행제한을 계절에서 항시로 확장하고, 점차 운행제한의 등급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또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을 앞당겨야 한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는 시급히 보완, 강화돼야 한다.

키워드 7. 고준위폐기물 공론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2019년 5월 출범했다. 위원회는 2016년 7월 수립된 '고준위방폐물 관리기본계획'에 포함된 처분장 선정, 부지 확보 후 중간저장시설 건설 및 인허가용 지하연구시설 건설, 실증연구, 영구처분장 건설 계획과 건설 시기 등에 관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관리하는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담당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요구와 지역 주민들의 의견마저 배제한 채 파행과 일방적 운영을 거듭하고 있다.

10만 년 이상 안전을 담보해야 하는 고준위핵폐기물! 아직까지 처분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핵발전소 내에 임시로 보관하던 핵폐기물도 이제 포화상태에 다다랐다. 우리만이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아직 이 숙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재까지 문제와 한계를 정확히 돌아보고, 더 이상 미래로만 이 문제를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에도 근본적인 해결 논의는 외면한 채, 안전성 검증도 제대로 안된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맥스터 등) 건설만 지역에 강요하고 있어 문제만 더욱 키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초 약속한대로 '사용후핵연료의 종합적인 관리계획'을 먼저 수립한 뒤, 이를 근거로 포화상태인 '핵폐기물의 단기적인 대책 방안'에 대한 '지역 공론화'를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결정도 나기 전에 한국수력원자력은 경주 월성핵발전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건설을 기정사실로 하고 건설자재를 반입했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건설심사를 강행했다. 공론화 자체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드는 일이다. 또한 월성핵발전소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된 울산지역을 배제하고, 경주만의 지역실행기구 출범을 강행해 주변 지역 지자체와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화장실 없는 아파트'가 현실인데, 이를 눈 감는다고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 늦더라도 제대로 된 공론화가 필요하다. 핵발전소 가동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피해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는 국민을 명령에 복종하는 대상으로 보는 발상에서 나온다. 정부와 원자력계는 핵폐기물 대책도 없이 핵발전소 확대만 해온 정책에 대한 과오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시민사회와 지역의 의견을 반영하는 '제대로 된' 공론화위원회 구성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고준위핵폐기물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데 한 발 나아갈지, 또다시 갈등만 키울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함께사는길

키워드 8. 도쿄올림픽 방사능

제32회 도쿄올림픽이 2020년 7월 24일 열린다. 하지만 시작 전부터 방사능 오염 지역 생산 식자재 공급과 방사능 오염 핫스폿 내에서의 경기 개최 등 부적절한 스포츠 행정으로 이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도쿄올림픽 개막이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전 세계 스포츠인들과 스포츠를 사랑하는 세계인의 축제가 되어야 할 올림픽이지만,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지속되고 있는 방사능오염 문제가 여러 걱정과 논란을 만들고 있다. 특히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올림픽선수촌에 후쿠시마 산 농수산물을 공급하고, 후쿠시마 현지에서 성황봉송과 야구경기 등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안전하다 말하기에는 이르다. 무엇보다 녹아내린 핵연료를 제거하지 못했고, 해결 과정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또한 방사성오염수도 115만 톤에 달하지만, 일본정부는 무책임하게 바다로 방출하는 방법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아직 '371제곱킬로미터' 범위는 고농도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지역이 사람이 살 수 없는 '피난지시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후쿠시마를 비롯한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에서 방사성물질 세슘이 검출된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방사능 오염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장으로 도쿄올림픽을 활용하는 정책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축소하고 은폐할 뿐이다. 올림픽에 최대한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해도 모자랄 마당에 방사능 오염에 노출돼 있는 후쿠시마 산 식자재를 최대한 공급하겠다는 전략은 그 자체로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는 올림픽선수촌에 후쿠시마 산 식자재를 공급하는 계획을 백지화해야 하며, 후쿠시마 현에서 성황봉송, 야구경기 등이 개최돼서는 안 된다. 안전한 올림픽과 후쿠시마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목소리와 행동이 더욱 절실하다.

키워드 9. 월성핵발전소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해변에 위치한 중수로 핵발전단지. 국내 핵발전단지들 중 삼중수소와 핵폐기물 발생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1위 핵쓰레기 배출 핵단지이다. 지역주민들은 방사능 피폭과 암 발병 등 고통과 피해를 호소하며 6년째 이주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월성 핵발전소 앞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월성>이 2019년 12월 개봉했다. 발전소에 나오는 삼중수소 등 방사성물질이 소변에서 검출되고, 갑상선암을 비롯한 중대질환에 시달리는 주민들이지만 핵발전소를 떠날 수가 없다. 이사를 가고 싶어도 핵발전소가 바로 보이는 마을에는 누구도 들어와 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월성원자력 홍보관 앞에서 이주를 요구하며 6년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아무런 대책을 내놓고 않고 있다. 2016년 9월 규모 5.8 지진이 경주에서 발생하면서, 크고 작은 지진도 이어져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월성핵발전소와 같은 중수로형 핵발전소는 사양 모델이 된지 오래이다. 국내에서도 월성 1~4호기가 유일하다. 월성핵발전소는 내진설계도 다른 원전보다 낮게 돼 있고, 근본적인 내진 보강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2012년에 30년 수명 만료로 퇴출돼야 했을 월성 1호기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수명연장 의결해 7년 동안 수명연장과 영구정지 사이에서 국론 분열을 불러왔다. 2019년 12월 24일 원안위는 마침내 영구정지를 의결했다. 월성 1호기가 폐쇄된다 해도 나머지 2~4호기는 여전히 가동된다. 월성핵발전단지 인근 주민들의 피해 또한 계속 이어진다.

지진 위험, 고준위핵폐기물 대량 발생, 방사능 피폭, 암 발생 등 주민 피해대책과 이주대책이 전무한 경주 월성 핵발전소 폐쇄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2019년 12월부터 시작됐다. 핵발전소 옆에서 살아가는 고통은 우리 세대에 끝내겠다는 피해 주민들의 절규에 정부와 법원은 이제 답을 해야 한다. 2020년 월성 주민들은 안전한 곳으로 이주할 수 있어야 한다.

키워드 10. 한빛핵발전소

전라남도 영광군 홍농읍 계마리에 위치한 핵발전단지로 영광핵발전소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현재 총 6기의 원자로가 가동중이다.

영광 한빛 핵발전소 4호기 격납건물에 157센티미터에 달하는 구멍이 뚫린 게 발견됐다. 콘크리트 두께가 168센티미터인 것을 감안하면 불과 10센티미터 정도의 여유밖에 없는 상태다. 이 구멍이 다가 아니다. 2017년 5월 처음으로 구멍이 발견된 이후, 한빛 4호기는 102곳, 한빛 3호기는 98곳의 구멍이 발견됐다. 그야 말로 구멍 숭숭 뚫린 부실투성이라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또 곳곳에 인장강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한 텐돈(쇠줄)에 사용한 윤활유도 새고 있다는 점도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은 안전에는 아무런 안전 문제가 없다며, 발견된 구멍을 메워서 가동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과연 제대로 안전성을 검증할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영광 3,4호기만 격납건물에 구멍이 200개나 발견됐다는 점 자체가 핵발전소가 사고에 제대로 된 대비나 기능을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구멍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가벼이 넘어갈 수 없다. 지난 5월 한빛 1호기에서 있었던 원자로 출력 급증 사고도 충격적이다. 핵발전소는 작은 고장이나 인적 실수로도 큰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이 체르노빌핵발전소 폭발사고로 이미 입증됐다. 한빛핵발전소의 더 큰 문제는 원자로 출력 급증 사고 대처 과정에서 조직적인 은폐와 대응 부실 문제가 중첩됐다는 점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처음으로 특별사법경찰관까지 투입해서 조사를 진행했지만, 늑장, 부실 관리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현재 정지 중인 구멍 숭숭 한빛 핵발전소 3·4호기를 제대로 된 조사나 대책 마련 없이 다시 재가동해서는 안 된다. 부실덩어리 한빛핵발전소 3·4호기는 땜질이 아니라 폐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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