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오일쇼크' 현실화하나, 유가 또 사상최고치

배럴당 43.80달러, "새로운 에너지 쇼크 닥칠 것"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가를 잇따라 경신하면서 세계 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틀만에 사상 최고치 경신, 배럴당 43.80 달러**

30일(현지시간) 불름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국제유가 기준인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9월 인도분은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1.05달러(2.5%)나 급등한 43.80달러를 기록했다. WTI 가격이 43달러를 넘은 것은 83년 선물 거래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며 장중 한 때 43.85달러까지 상승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9월 인도분도 런국 국제석유시장(IPE)에서 배럴당 78센트(2%) 상승한 40.03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90년 10월 9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유가 급등에 대해 석유 전문가들은 러시아 최대 정유업체 유코스의 파산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사우디 아라비아 원유시설 테러위협, 나이제리아.베네수엘라 정유 노동자의 파업, 미 대선을 앞둔 테러 위협 등이 수급불안을 부추긴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 쇼크 닥칠 것"**

게다가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유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트레이더 등 53명으로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5명(66%)은 다음 주 유가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12명은 하락, 6명은 현 수준에서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으나 상승할 것이라고 본 전문가 비율은 3개월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이에 따라 고유가 지속은 이미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본격적으로 '제3차 오일 쇼크'의 영향이 파괴력을 더해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고 있다. 1.4분기에 4.5% 성장률을 보였던 미국 경제의 2.4분기 성장률이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낮은 3%로 집계된 것도 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 지출 부진이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크레디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니얼 소스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에너지 쇼크가 닥칠 것"이라면서 "지난 2.4분기에 이미 에너지 쇼크로 인해 미국의 경제 성장이 상당히 손상됐다"고 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여전히 시장의 공급이 충분하며, 투기적인 요인에 의해 유가가 오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OPEC은 8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인 하루 2천7백51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IEA 총재 "올해 말 중대한 고비 맞을 것"**

그러나 세계 석유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데 비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를 제외하고는 추가 공급 여력이 제한돼 있고 중동지역의 테러 등으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위험이 상존하고 있어 수급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WTI는 한 주간 5%, 7월 한달간 18% 급등했으며 1년여만에 처음으로 5주 연속 상승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올 4.4분기가 생산여력 부족에 따라 세계 석유시장의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클아우디 만디 IEA 총재는 "2004년말이 고비"라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들에 대한 대응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1차로 배럴당 45달러선이 저항선이 될 것이나, 45달러선이 붕괴될 경우 50달러선까지 급등할 위험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