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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이 아닌 생명을 위해 나서라"

[인권하루소식] 인권의 이름으로 AIDS에 맞서야(하)

1일부터 16일까지 태국에서 열리는 국제에이즈 회의 참관기를 2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세계에이즈회의가 16일 태국 현지에서 폐막됐다. 소냐 간디, 이종욱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등이 폐막을 장식하는 동안, 세계 에이즈 활동가들 역시 활동과 투쟁을 결산하며 최종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미국의 Health Gap, 프랑스의 Act Up, 남아프리카공화국의 TTAG 등은 마지막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한번 미국과 초국적 제약회사들에게 이윤이 아닌 생명을 위해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태국의 에이즈 치료제 생산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여 태국 민중의 의약품 접근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미국과 태국의 자유무역협정을 즉각 중단할 것, ▲부시 미 행정부는 미 정부기관에서조차 실패를 인정한 미국대통령 에이즈긴급구호계획 대신 글로벌 펀드를 통해 지원할 것, ▲미국과 G7은 글로벌 펀드에 책임을 다 하지 않고 펀드를 파산상태로 몰아가고 있는 것을 인정하고 즉각 자신들의 약속을 성실히 수행할 것, ▲선진국과 저개발국을 가리지 않고 마약사용자들의 인권을 존중·보호·실현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 등을 촉구했다.

다른 한편 100여 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중의 의료운동(People's Health Movement)은 폐막에 맞추어 지난 1년간 준비해 온 'HIV/AIDS 민중헌장'을 발표했다. '민중의 의료운동'은 헌장 전문에서 "건강은 사회, 경제, 정치 그리고 인권의 문제"이며 "불평등과 가난, 착취, 폭력 그리고 부정의가 민중의 건강을 위협하는 모든 것의 뿌리" 라고 규정, "HIV/AIDS는 사회·정치적 행동을 요구하는 개발과 민중 중심의 접근이 필요한 공적 의료체계의 문제" 라고 선언했다.

따라서 HIV/AIDS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국제인권협약과 인도주의협약에 근거를 둔 민주주의와 민중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헌장은 이미 아프리카에서는 HIV/AIDS에 의해 한 세대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음을 상기시키면서, 최근에 전개되고 있는 세계화와 전쟁, 내전이 공공 의료체계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중에게 HIV/AIDS가 쉽게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건의료인을 양성하는 교육 과정에 HIV/AIDS와 관련한 인권 부분이 빠져있음을 비판하며, 이런 보건의료 양성 과정이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더 공고히 한다고 지적했다.

'민중의 의료운동'은 민중과 운동단체, 보건의료인, 정부, 제약회사, 유엔과 세계보건기구, UNAIDS가 해야 할 일을 명기하며 즉각적인 실천을 촉구하였다. 특히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세계무역기구 등이 ▲HIV/AIDS로 국가 경제가 파탄이 난 저개발국의 모든 부채를 즉각 탕감할 것, ▲공공의료시스템을 사유화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을 중단할 것, ▲카피약 생산을 위해 의약품에 대한 특허권을 없앨 것, ▲HIV/AIDS 치료와 확산저지를 위해 제공되는 돈은 빚으로 제공될 것이 아니라 무상증여 형태가 되어야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HIV/AIDS 치료제 및 백신 개발 과정을 초국적 자본에 맡겨서는 안되며 국제적인 공적 기관을 통해서 추진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남반부 초점'의 월든 벨로는 방콕 포스트에 기고한 글을 통하여 "에이즈 백신 및 치료제 개발 과정이 초국적 제약회사에 맡겨진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초국적 제약회사들은 이윤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제를 생산하기보다 특허권 방어에 더 혈안이 되어있다며 "비아그라를 위해서 특허권을 지키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고 쏘아붙였다. 다만 "생명이 걸린 필수의약품에서 특허권은 반드시 제외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따라서 월든 벨로는 지구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구적 수준에서 공적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유엔이나 UNAIDS가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서야한다고 촉구했다.

한국 에이즈인권모임 '나누리+'의 윤 가브리엘 대표도 "세계에이즈회의가 인권과 민중의 목소리 기반하지 못했다"고 규정하면서도 "Act Up, TTAC 등이 운동을 계획, 조직하는 방식을 눈으로 직접 보고 동참하며 네트워킹을 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특히 윤 대표는 '우리의 적은 미국이 아니라 바이러스'라고 말한 토바이어스의 말을 언급하며, 그러나 "사실 에이즈 환자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아니라 비싼 에이즈 치료제 때문에 죽어간다"며 "저지되어야 할 적은 분명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 이 기사는 인권운동사랑방이 제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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