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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여권 386'과 전면전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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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헌재, '여권 386'과 전면전 선언

"자문료 진원지, 여의도쪽 아니다" "분양원가공개-파병반대 反시장적"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작심한 듯 여권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 부총리는 19일 밤 일부 기자들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만나 평소 말을 돌려하던 화법과는 달리 이례적으로 직설적 화법으로 여권과의 갈등을 털어놓으며 독설을 퍼부었다. 최근 여권내 386과의 갈등에 이은 자문료 파문으로 사퇴 표명설에 휩싸였던 터라 이 부총리의 발언은 예사롭지 않았다.

***"자문료 파문 진원지, 여의도쪽 아니다"**

이 부총리는 우선 최근 불거진 국민은행'자문료 파문'에 대해 "2002년 7월 최범수 국민은행 기획담당 부행장이 자문역을 청하기에 법률적으로 문제없음을 확인한 뒤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보도가 나오기 보름 전 언론계나 정부내에서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았지만 위법성이 없어 그냥 넘어갔다"며 "그런데 갑자기 도덕성 시비를 건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나아가 "(이번 파문의) 진원지가 여의도(금융감독원과 국민은행)쪽은 아니다"고 말해, 진원지가 청와대쪽임을 우회적으로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 "도덕성을 의심받고 있는데 이런 중책을 맡고 있어야 하는지 나 스스로 많이 생각해 봤다"면서 "한때는 그런(사표를 쓰는) 생각도 안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 열불이 나기로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당장 그만두고 싶어. 하지만 감정대로 행동할 수는 없잖아"라고 덧붙여, 곧바로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386들이 이라크 파병 매도하고 있어"**

그는 또 "요즘은 한국이 진짜 시장경제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며 "그런 식으로 뒷다리를 잡아가지고 시장경제가 되겠어"라고 반문해, 경제운용에 대한 여권과의 갈등을 노정하기도 했다.

이 부총리는 최근 열린우리당 386세대 의원들의 강한 반발을 부른 자신의 '386비판'과 관련, "내가 그 정도 얘기도 못하는가. 앞으로도 이런 점은 계속 지적하겠다"고 여당의 반발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부총리는 이어 "한 사람의 성장곡선을 그려보면 20대 초반까지는 까먹기만 하다가 20대 중반부터 생산성이 조금씩 오르고 30, 40대에 급속도로 올라가게 돼"라면서 "앞으로 30, 40대 1명이 노인 4명을 먹여 살려야 되는 때가 오는데 우리나라를 짊어질 주축 세력이 분발해야 한다고 솔직하게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그런데 이런 주력세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정치만 하고 있다"면서 "이라크 파병 문제를 봐. 우리는 어려울 때 월남전을 자원해 돈을 벌어왔는데 지금은 (386들이) 이라크 파병을 매도하고 있어. 나는 보수나 극우는 아니지만 국가는 국가다워야 해"라고 386참모진들에 대한 비판을 계속했다.

이는 지난 14일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 초청 강연에서의 "한국경제가 한계에 부닥친 이유는 주력 세대인 386세대가 정치적 암흑기에 저항운동을 하느라 경제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정치하는 법만 배운 때문"이라는 발언보다 한 걸음 더 나간 비판이다.

***"분양원가 공개가 뭐 그리 중요한 문제인가"**

이 부총리는 또 아파트 분양원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해프닝"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그는 "말이 되느냐. 온 나라가 이 문제에 국력을 쏟아붓고 국가 지도자들이 진이 빠지도록 매달리고 있다. 왜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새로 도입된 공직자 주식 백지신탁제도에 대해서도 "이 제도가 도입되면 멀쩡한 사람들이 공직을 떠나야 한다"며 "미래를 생각하는 정책을 써야지, 왜 과거지향적인 정책을 왜 쓰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부유층 소비에 대한 사회적 반감에 대해"3만달러짜리 보석을 프랑스 파리에 가서 사면 '나쁜 사람'이라고 하고 서울에서 사면 '더 나쁜 사람'이 된다"면서 "3만달러짜리 보석을 외국에서 사면 고스란히 외국으로 나가고 서울에서 사면 원석 값 6천달러만 외국으로 새 나가고 나머지는 서울에 남는다"며 "이런 것을 거부하면 가난하게 사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선 "대통령의 철학을 존중한다. 노대통령이 억울한 점이 있다. 나라를 위해 애쓰고 있는데 정치적인 이유때문에 경제적인 상황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노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대통령의 철학을 존중하지만 동시에 내 나름의 방식도 중요하다"면서 자신이 경제부총리 자리에 있는 한 자신의 방식대로 경제운영을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저녁식사를 같이 한 곽결호 환경부 장관에게 "'환경비용을 아끼면 나중에 엄청난 비용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나라 경제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어려워도 시장경제가 자리를 잡아야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헌재는 파이팅이 강한 사람이다. 이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싸우면서 여기까지 왔다. 촌스러운 짓은 안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파이팅이 강한 사람이다"**

이 부총리는 사퇴 표명설에 대해 "사의를 표명했는지 확인해 줄 수 없고 말하는 것도 적적치 않다"며 "표명했어도 말 못하고 표명 안 했어도 말 못한다. 청와대에 가서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청와대로 공을 떠넘겼다.

그는 이어 "나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아.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단 1초도 기다리지 않을 거야. 내가 어린애인가. 그만둘 때가 되면 딱 그만둔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가 아니다. 감정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지 않나"고 말해, 당장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헌재 시장경제'의 허구성 드러내**

이헌재 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2월 참여정부 참여후 반년간 느꼈던 불만을 노골적으로 토로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그가 자문료 파문과 관련, "진원지가 여의도쪽은 아니다"라고 말한 대목은 진원지를 '청와대 386'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가능해, 앞으로 적잖은 파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일각에서 이 부총리가 '사퇴'를 배수진으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386과 정면 승부를 벌이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부총리의 이번 발언은 그의 표현을 빌면 '진짜 시장경제'를 명분으로 내세워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이라크 추가파병, 공직자 주식백지신탁 등 당면현안을 둘러싼 논쟁를 일방적으로 반(反)시장적이라고 매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도 하다.

특히 건설업체의 반시장적 담합과 폭리에 따른 아파트값 폭등을 차단, 정상적 시장경제에 걸맞는 수급체제를 갖추기 위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요구를 '해프닝'이라고 매도한 이 부총리 발언은 그의 '시장경제관'이 얼마나 허구적인가를 극명히 드러내주고 있다.

아울러 이라크 파병반대 여론을 '국가답지 못한 행위'로 규정하는가 하면, 부패척결을 위해 도입한 공직자 주식백지신탁을 '과거지향적 정책' 으로 매도하고 있는 것 역시 그가 얼마나 '구시대적 패러다임'에 깊숙이 물들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반증에 다름아니다.

시장에서는 최근 이 부총리가 연초 약속을 깨고 민간금융기관들에 대해 LG카드에 대해 무한대 추가지원을 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등 반시장적 행태를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이번 이 부총리의 시장경제 발언에 대해 실소를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 최근 이 부총리의 일련의 행보를 '경제회생에 자신감을 상실한 이헌재 부총리가 퇴진을 위한 명분쌓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향후 이 부총리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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