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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노조 와해, 조사와 처벌이 끝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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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삼성의 노조 와해, 조사와 처벌이 끝 아니다"

[토론회] 삼성 노조파괴 판결의 의미와 향후 과제

"'비노조 경영'이라는 목적을 위하여 '그룹노사전략'을 수집하고 에버랜드 내 상황실을 설치하여 노조설립을 시도하는 근로자들을 상당기간 감시하면서 그들의 사생활 비밀을 함부로 빼내고, 징계사유를 억지로 찾아내어 징계하여 회사에서 내쫓으려 하거나 급여를 깎아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사용자 측에 협조적 노조를 교섭 대표 노조로 삼으면서 적대적 노조를 유명무실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적대적 노조 활동을 한 근로자들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려 한다는 이유만으로 회사 내에서 적대시되고 그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게 한다.

19세기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의 소설 ‘어려운 시절’에 등장하는 산업도시 코크타운 공장주 바운더비는, 노동자들의 유일하고 즉각적이며 직접적인 목적이 여섯 마리 말이 끄는 마차를 타는 것과 황금수저로 자라수프와 사슴고기를 먹으려는 것이라고 항상 떠벌린다. 이 사건은 21세기를 사는 피고인들이 풍자 대상이 되는 소설 속 인물과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았나 의심을 들게 한다."

노동을 주제로 한 르포나 사회과학서에 등장하는 문장이 아니다. 삼성의 에버랜드 노조 와해 사건 1심 판결문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재판부가 삼성의 인식을 19세기 풍자 소설에 비유할 정도로 삼성의 노조 탄압은 가혹했다.

2013년 삼성의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폭로된 뒤 시작된 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에 대한 수사가 작년 12월 13일과 17일, 1심 재판 결과가 나오며 일단락됐다.

삼성 노조와해 1심 판결문은 법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가혹한 노조 탄압의 재발방지를 위해 한국사회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정의당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위와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삼성노조파괴 판결의 의미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9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주최측은 고용노동부 관계자를 이날 토론회에 섭외하려 했으나 참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 삼성 노조파괴 판결의 의미와 향후 과제 토론회. ⓒ프레시안(최용락)

재판부, 삼성그룹뿐 아니라 공모자도 모두 처벌

삼성 노조 와해 사건 초기에 사건을 담당했던 조현주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1심 판결의 내용을 설명하며 법리적으로 의미 있는 내용을 짚었다. 다른 참가자들은 향후 과제를 두고 각자의 의견을 제시했다.


조현주 변호사는 재판부가 에버랜드 노조 와해 사건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에버랜드 본사와 리조트사업부, 대항노조(삼성 내 금속노조의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설립한 친사(社)노조) 위원장 등과 공모해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한 사건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에버랜드 사건에서 △ 노조원 부당 징계로 인한 노조 업무방해 △ 대항노조 설립 및 운영, 노조 탈퇴 종용으로 인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 △ 미전실이 삼성그룹과 다른 법인인 에버랜드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음에 따른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을 유죄로 인정했다.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해서도 재판부가 본 사건 얼개는 비슷했다. 조 변호사는 재판부가 해당 사건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로 이어지는 공모 관계를 통해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건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 사건에서 △ 노조 설립 징후 보이는 협력업체에 대한 기획폐업, 노조 탈퇴 종용, 단체교섭 해태, 노조원에 대한 불이익 처분과 표적 감사 등을 통한 부당노동행위 △ 노조원의 기본 정보는 물론 가족관계, 채무관계 등 민감정보를 협력업체 대표 등을 통해 수집한 데 따른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 노조 활동을 한 사람의 취업을 방해한 데 따른 근로기준법 위반 등을 유죄로 인정했다.

조 변호사는 두 판결과 관련해 법리적 의미가 있는 부분으로 삼성으로부터 교섭권을 위임받아 단체교섭 해태 등을 수행한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인사 등을 공동정범으로 인정한 부분을 짚었다. 조 변호사는 "창조컨설팅에서 유성기업에 자문한 송 모 등도 법원이 방조범으로 인정했는데 이번에는 외곽에서 지원한 경총 교섭 당사자를 공범으로 인정했다"며 "방조범의 경우 정범의 1/2까지밖에 처벌이 안 되는데 공범의 경우 정범 수준의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조 변호사는 개인정보를 처리한 사람뿐 아니라 이를 직접 수집한 사람도 처벌한 점, 노조원의 직접 사용자가 아닌 원청업체에도 노조 업무방해와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물은 점 등을 이번 판결에서 법리적 의미가 있는 부분으로 꼽았다.

"부당노동행위 관련 법 개선은 물론 정부, 검찰, 법원의 태도 변화 필요"

참가자들은 삼성이 한 것과 같은 가혹한 노조 탄압을 방지하기 위해 형량 강화, 처벌 주체 확대 등 관련 법제도 개선은 물론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정부와 검찰, 법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

류한승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기획팀장(전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조사관)은 고용노동부가 삼성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제대로 조사를 수행하지 않았고 다른 사건에서도 비슷하다고 이야기하며 "적어도 2010년대에 일어난 부당노동행위 사건이라도 3, 4년 정도 잡고 인력을 배치해 관련자와 기관을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팀장은 "그렇지 않으면 검찰과 노동부를 부당노동행위 문제로 비판하면 '그래도 우리가 삼성은 제대로 하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하경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검찰과 법원에 대해 "1심 결과가 나오기까지 6년이 걸렸는데 검찰이 신속하게 수사했으면 그 사이 두 분(염호석, 최종범)의 죽음은 없었을 수도 있다"며 "노동자들은 을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10건이 난다고 하면 정말 심한 1, 2건 신고할 텐데도,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검찰 기소율은 일반 사건의 1/6 수준이고 실형 선고 비율은 일반 사건의 1/20 수준이다"고 말했다.

삼성이 노조 와해에 다른 노조를 활용했다는 데 주목한 의견도 있었다. 권영국 정의당 노동인권안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과반노조에 교섭권을 주도록 되어 있는 현행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에 대해 "창구단일화 제도가 있는 한 사용자가 다른 노조를 활용해 노조를 파괴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일본도 복수노조 제도를 운영하지만 각각의 노조와 교섭하게 하고 있고, 창구단일화 제도 폐지는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경총이 삼성의 노조 와해에 개입했다는 사실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상은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유성기업 사건을 보면 당시 창조컨설팅 메일 주소에서 경총 관계자가 나왔고, 이번에도 경총 관계자가 연루되어 있다"며 "경총이 관여한 사업장을 전수 조사해 부당노동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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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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