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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호르무즈 파병, 미국과 입장 같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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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호르무즈 파병, 미국과 입장 같을 수 없어"

김종대 "호르무즈에 구축함 보낸다? '얻어맞기 딱 좋은 파병'"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 다소 소강 국면에 접어드는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파병에 대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이란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과 관계도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미국이 호르무즈 파병을 강력히 주장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문에 "우리와 중동 국가 간의 양자 관계를 생각했을 때 우리와 미국 입장이 같을 수 없다"고 답했다.

강 장관은 "(미국과 우리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정세 분석도 다를 수 있다. 또 이란과 우리는 양자 관계를 오랫동안 가져오기도 했다"며 "우리는 우리 국민과 기업의 안전, 또 보호해야 하는 선박의 안전 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장관은 미국이 호르무즈의 파병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지만 아직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제거한 이유에 대해 미국을 해칠 '긴박한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 이와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한국 측에 설명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강 장관은 "아직까지 없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슬람 국가(IS) 격퇴에 큰 공헌을 한 사람인데 트럼프 정부가 이 사람을 암살했다며 미국의 외교적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관련해서 강 장관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IS 격퇴에 대해 미국도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 장관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한 정부 입장에 다소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12일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우리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해양 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도 검토하였다"고 밝혀 호르무즈 파병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이러한 정부 입장의 변화에는 최근 전쟁 직전까지 치달은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3국에서 제거한 트럼프 정부에 대한 국제적 비판 여론, 중동 지역의 여론 등도 정부 입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지난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공습했고 한국도 여기에 병력을 보냈으나 이후 사실상 실패한 전쟁으로 평가됐고 미국과 파병국들에 대한 중동의 여론이 악화됐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 미국의 파병 요청을 수용하는 것이 향후 중동 지역 국가들과 관계 설정에 있어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관련 주무부처인 국방부의 입장이 지난해와 달라졌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은 이날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 "국방부가 지난해에는 (호르무즈 파병을) 하고 싶어하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반대로 돌아섰고 그래서 '아주 신중하게 검토 중' 이라는 말로 관리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김 의원은 "원래 호르무즈 파병은 국방부가 국회 동의 없이 그동안 청해부대가 아덴만에서 작전하는 상황을 그대로 연장해서 호르무즈로 갈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그건 치안 활동을 위한 것이었고 지금은 교전, 분쟁 상황"이라며 "이러면 별도 검토가 필요하고 국회 동의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은 좁은 곳이기 때문에 이란 지상군의 표적이 된다. 그런 상황에서 구축함 1척이 무슨 방어 능력이 있겠나"라며 청해부대를 파병하는 것 자체가 "얻어맞기 딱 좋은 파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파병 요청이 수용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긴 하지만, 이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한국이 가져야 할 외교적 부담이 커지는 것이 현실이다. 당장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동맹의 기여'를 강조하며 분담금 액수를 줄이려고 시도하고 있는 한국이 미국의 호르무즈 파병 요청을 거절한다면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지적과 함께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호르무즈 파병 추진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호르무즈 파병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미국 측이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해 전혀 언급한 바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종대 의원은 "(파병 요청이) 문서로 안 왔다. 한국군이 호르무즈에서 치안 활동에 참여해주면 좋겠다는 미국의 희망 사항이 (한국에) 전달된 것이지, 언제까지 어떤 병력을 보내 달라고 요청한 건 아니지 않나"라며 "국회 동의, 국민 지지를 받는 일 등이 쉽지 않다며 파병과 관련해 사태를 관망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한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7일(현지 시각) 한국 측이 지난해 대비 4~8% 인상한 금액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날 전체 회의에 참석한 이성호 외교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부대표는 "구체적으로 숫자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소폭 인상을 제의한 것은 사실"이라며 사실상 보도 내용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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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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